<특별기고> 권용재 고양시의원(더불어민주당, 식사 풍산 고봉)
[고양신문] 고양시 데이터센터 인허가 과정이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다. 덕이동 데이터센터의 착공신고 반려를 시작으로 데이터센터 문제가 크게 불거졌고, 작년에는 인근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봉동과 식사동 데이터센터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연달아 표결로 가결됐다.
문봉동 사안의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과정에서 이상한 조건이 붙었다. 문봉동 데이터센터 앞에 4차선 계획도로를 확보하라는 내용이었다. 토지이음(국토부 토지·도시계획 정보 조회 시스템)에서 고양시의 4차선 계획도로인 '대로3류'를 확인해보면, 고봉동 구간은 '성현로'가 유일하다. '대로3-48호선' 중 고봉동 구간은 2008년에 도시계획도로로 시설 결정만 돼 있을 뿐 18년째 착공을 못 하고 있다. 즉, 문봉동 데이터센터 진출입로를 고봉동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간선도로인 '성현로'와 같은 규모로 확보하라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사항은 더 까다롭다. 지난달 '고양시의회 데이터센터특위' 행정사무조사에서 도시주택실장의 답변을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 도로에 대해 '건축허가 이후, 건축 착공계를 내기 전에 실시계획인가까지 받는 조건'이 제시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3-48호선' 고봉동 구간이 18년 동안 실시계획인가조차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도시계획심의에서 제시한 단서로는 이례적으로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
서윤하 실장의 발언에 따르면, 4차선 계획도로는 교통영향평가 시 부여된 것이며, 경관심의와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심의에서도 해당 도로의 시행 시기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모든 심의 과정에서 말이 나왔을 정도로 이례적인 사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봉동 데이터센터 사업에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것은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 3149명이 서명부를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힐 정도로 많은 주민이 반대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경관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위원들도 고양시의 이상한 행정을 감안해 무리하게라도 부여한 조건일 수도 있다. 만약 이 조건마저 없었다면, 이동환 고양시장의 임기 내에 데이터센터가 착공되는 것을 막을 방패막이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양시의 행정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6일, 고양시 도로정책과에서는 해당 '4차선 계획도로'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입안 제안을 도시계획정책관에게 송부했다. 원래 조건 부여 사항은 사업자가 이행하는 것이고, 이는 서윤하 실장도 행정사무조사에서 "의무 부여는 사업시행자한테 부여가 되는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절차를 사업시행자인 신영문봉PFV 대신 고양시 도로정책과가 대신 제안해 준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업무를 대신 해주는 정도의 편의 제공이 아니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민간사업자가 제안할 경우는 해당 토지 면적의 80% 이상의 동의율이 필요하다. 반면 고양시가 직접 신청할 경우에는 동의율을 요구하지 않는다. 민간사업자가 넘어야 할 80%의 허들을 고양시가 직접 나서서 제거해 준 셈이다. 실로 대담하고 노골적인 행정이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도로시설 결정이 완료되면 실시계획인가를 진행하는데, 이 또한 민간이 신청할 경우에는 해당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윤하 도시주택실장은 행정사무조사에서 "동일하게 80%의 동의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가, 현장에서 "동의율은 3분의 2가 맞다"는 법적 근거에 기반한 지적이 나오자 그제야 "3분의 2가 맞다"고 답변을 정정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난 후에야 데이터센터 행정사무조사특위 위원들에게 "「국토계획법」 제86조 및 동법 시행령 제96조에 따라서 '무상으로 귀속되는 공공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자'의 경우 동의율 규정이 없다"는 문서를 제출해 왔다. 즉, 동의율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사업시행자에게 부여된 의무를 고양시가 대신 해줌으로써, 토지 면적 기준 80%의 허들을 완전히 제거해 준 것이다.
주민 의견 청취 절차가 지난달 30일 종료됨에 따라, 문제의 4차선 계획도로는 최종적으로 도시계획심의를 받아서 결정 고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4월 8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서 실장은 문봉동 데이터센터 관련 안건에 대해서 내부 행정 절차상 "4월 8일에 들어가기는 힘들다"고 여러 차례 답한 바 있다.
그러나 고양시는 지난해 7월 16일 식사동 데이터센터 도시계획심의 당시, 안건을 이틀 전에 공개하고 표결로 기습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임홍열 고양시의원은 시정질의를 통해 "시행사의 대출 만기일 이전에 도시계획심의를 통과시켜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안건을 기습적으로 상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 실장의 답변에 따르면, 현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에게 지급하는 심의 수당 예산이 부족해서 딱 한 번만 심의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문봉동 데이터센터의 '4차선 계획도로'를 위해 4월 8일로 예정된 심의를 취소하고 4월 29일로 심의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행정사무조사에서 이러한 편법적인 상황에 대한 우려가 언급됐을 때, 서 실장은 노골적으로 "그렇게 안 될 일도 아니라고 저는 본다"고 답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고양시의 행정은 통상의 범위를 한참 벗어났고, 납득할 수 없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달아 발생했다. 또다시 이례적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까지 이뤄진다면, 그 이후 고양시에 의해 '면적 기준 동의율 3분의 2 규정'까지 면제받은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며칠 만에 실시계획인가를 받아내게 될지 매우 우려스럽다.
4월 1일 현재 이동환 고양시장의 임기는 6월 30일까지 이제 딱 3개월 남았다. 18년째 착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대로3-48호선 고봉동 구간과 비교해서, 데이터센터의 '4차선 계획도로'는 며칠 만에 착공이 이뤄지게 될까. 아니면 고양시의 행정 권한이 특정 사업자를 위해 사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은 현상을 이제라도 저지할 수 있을까. 그 결과를 많은 고양시민들이 함께 엄중히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