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돌봄 똑똑반장단, 경로당서 첫 실습

20시간 교육 거쳐 현장 돌봄 활동 본격화
노인건강돌봄지도사 27명 전원 자격 취득
안부 확인부터 건강관리까지 이웃이 직접

지난 28일 열린 서로돌봄 똑똑반장 워크숍.
지난 28일 열린 서로돌봄 똑똑반장 워크숍.

[고양신문] "똑똑, 어르신 안녕하셨어요."

지난 30일 낮 12시30분, 일산서구 대화동 장성공원 내 장성시립경로당 문이 열리고 인사가 들어왔다. 낯선 방문객들이었지만 얼굴에는 이웃집에 마실을 온 듯 다정한 미소가 가득했다.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 이들은 고양시 '서로돌봄 똑똑반장단(이하 반장단)' 소속 주민들이다. 이들은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는 가벼운 근력 체조를 안내하며 굳어 있던 어르신들의 몸을 풀었다.

이날 첫 현장 활동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반장단은 8월 25일부터 9월 15일까지 20시간의 '마을돌봄리더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노인건강돌봄지도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이틀 전인 28일 워크숍에서 경로당 방문을 미리 연습했다. 교육과 수료, 자격 취득, 현장 워크숍, 첫 실습이 한 달여 사이에 차례로 이어진 것이다.

반장단은 65세 이상 어르신을 찾아가 신체 건강을 살피고 정서 건강을 돕는 예방 중심의 돌봄 활동을 한다.

9월 30일 대화동 현장 워크숍 
9월 30일 대화동 현장 워크숍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맞물려 지역 돌봄 체계 개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양시에서는 사회연대경제 주체가 주민 참여형 돌봄 활동을 이끌고 있다. 고양시사회연대경제 통합돌봄추진단은 '시민 필요에 기반한 돌봄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고, 반장단이 그 최전선에서 현장 활동을 맡았다. 행정 서비스와 공공 예산만으로는 급증하는 고령 1인 가구의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공공 복지가 미처 닿지 못하는 빈틈을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이웃이 살피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업은 MG새마을금고와 함께일하는재단, 해봄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주관하고, 고양시와 고양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고양시사회연대경제 통합돌봄추진단이 협력했다. 양성과정 기획부터 현장 활동, 기록용 앱 개발까지 민간 주체가 맡고 행정이 협력하는 구조다. 주관 측은 주민이 복지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돌봄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반장단은 '돌봄은 이웃을 만듭니다'를 가치로 내걸었다.

추진단에서 정책 및 거버넌스 분야를 이끌고 있는 안인숙 (사)한국사회연대 고문은 "주민이 직접 다가가 온기를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통합돌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시간 교육 거쳐 자격 취득… 수료자 27명 전원 합격

참여 주민들은 노인 건강 돌봄 총론과 고양시 돌봄 과제, 고령자 이해, 근력 유지·강화 체조, 영양 및 구강 건강 관리, 인지증(치매) 및 만성질환 관리, 사전연명의료의향 제도 이해 등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교육을 총 20시간에 걸쳐 받았다.

수료자 27명은 전원 '노인건강돌봄지도사' 민간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수료증과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곧바로 현장에 나서지는 않았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여는 데는 또 다른 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익힌 근력 체조와 건강 관리 내용을 실제 방문에서 쓰려면 진행 순서와 응대 방식을 맞춰 봐야 했고, 이를 위해 방문을 미리 연습하는 워크숍을 한 차례 더 열었다.

워크숍서 방문 시뮬레이션… "첫인사부터 마무리까지 대본 짜야"

첫 실습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 반장단은 원당역 인근 성사혁신캠퍼스 고양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다시 모였다. 경로당 방문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이 이어졌다. 각 조가 첫인사부터 마무리까지 방문 과정을 시연하고 대본을 작성했으며, 현장 대응 수칙을 최종 점검했다.

안인숙 고문은 직접 체조 시범을 보이며 현장의 세부를 짚었다. 안 고문은 "어르신들께 다가가 함께 체조하고 인사를 건네는 작은 실천이 돌봄의 시작"이라며 "한 시간 남짓한 활동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첫인사부터 마무리까지 철저히 대본을 짜고 변수에 대비해야 당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고문은 동선 점검도 함께 주문했다.

장성시립경로당 첫 실습… 안부 확인·금융 피해 예방 안내

지난 30일 현장에서는 워크숍에서 짠 대본이 실제 방문으로 옮겨졌다. 반장단은 5명 안팎으로 한 팀을 이뤄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 뒤 근력 체조와 오감 자극 체험활동을 이어 갔고, 그 사이 어르신들의 식사와 수면 상태, 혈압을 확인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 피해 예방 안내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 녹여 전했고, 준비한 건강꾸러미도 건넸다. 안부 확인과 체조, 예방 안내가 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활동을 마친 반장단은 스마트폰을 꺼내 '서로돌봄 똑똑' 전용 앱에 어르신의 특이사항과 안부를 일지로 남겼다. 베타버전으로 운영 중인 앱은 일부 스마트폰의 보안 설정 문제로 실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종이 문서 대신 디지털 데이터로 돌봄 이력을 쌓는 방식이다. 기록은 방문 활동과 전화 안부를 잇는 자료로 쓰인다. 기록이 쌓이면 이후 방문이나 월 2회 진행되는 전화 안부 때 어르신의 변화를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

양성과정을 기획하고 앱 개발을 총괄한 해봄사회적협동조합 허선주 이사장(고양시사회적경제연합회 회장)은 현장에 나선 반장단에게 소감을 전했다. 허 이사장은 "이번 교육은 단순한 수료를 넘어, 우리 마을의 따뜻한 변화와 내 삶의 또 다른 보람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첫걸음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지역 어르신들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나 자신의 삶도 더욱 풍요로워지는 의미 있는 활동에 기쁜 마음으로 동행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장단은 앞으로 경로당 방문과 전화 안부를 병행하며 지역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는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 교육과 자격 취득, 현장 워크숍을 거쳐 시작한 주민 참여형 활동이 지역 통합돌봄에서 민간의 역할을 넓히는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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