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자 조병범의 우리동네 새이야기
(12)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가을걷이 끝나면 들녘에 밀려드는 기러기떼
습지생태원엔 붉은 열매 좋아하는 새들 북적

휘파람새
휘파람새

[고양신문] 우리나라 공원 이름에 ‘야생 조류’가 들어간 유일한 공원이 있다.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이다. 야생조류를 공원 이름에 어떻게 넣게 되었을까. 이곳은 원래 재두루미를 비롯한 한강하구 철새들이 많이 찾던 반달 모양 농경지였다. 김포한강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야생조류 서식지를 지키고 생태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려고 ‘야생조류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 초기에는 개발 때문에 새가 적어 ‘새가 없는 조류생태공원’이라는 혹평을 들었으나 지역에서 새를 보던 윤순영 선생(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생태계가 안정되었다. 김포시가 2024년부터 공원 이름에서 ‘조류’를 빼려고 시도하여 아직도 갈등을 빚고 있다.  
가을이 한층 깊어지는 시기에 찾은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하늘은 높고 푸르다.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기러기 떼가 날아간다. 겨울 철새 기러기가 이른 아침에 한강을 건너는 까닭은 잠자리에서 잠을 잔 뒤 먹이를 먹으러 논밭으로 가기 때문이다.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사진> 무리가 서너 마리 가족 단위에서부터 수십 마리, 백여 마리까지 이른다. 기러기 무리가 내는 소리에 온몸으로 가을 서정이 스며든다. 이곳 ‘낱알들녘’에 심은 벼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땅에 떨어진 벼를 새 먹이로 남겨둔다. 조만간 벼가 베어지고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무리가 낙곡을 먹으려고 들녘을 가득 채울 풍경을 상상한다. 

이른 아침에 먹이를 먹으러 논밭으로 이동하는 기러기 무리. 
여름철새이지만 가끔 월동도 하는 후투티.

습지생태원으로 걷는다. 풀밭에서 후투티<사진>가 홀로 긴 부리를 땅에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다. 깃털이 매우 화려한 여름 철새이지만 간혹 월동하기도 한다. 후투티는 순우리말이다. ‘훗 훗’ 소리를 내어 ‘후투티’라고 불렀고, 뽕나무에 즐겨 앉아 ‘오디새’라고도 불렀다. 뽕나무 잎은 누에 먹이이고, 누에가 자라는 고치에서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애용해 온 천연 섬유인 비단을 추출한다. 조선 시대 왕비가 직접 누에치기 모범을 보이는 ‘친잠례’(親蠶禮)가 있었을 만큼 뽕나무 재배와 의복 생산은 나라의 근간이었다. 후투티는 그런 뽕나무에 와서 뽕잎을 갉아 먹는 벌레를 잡아먹는 이로운 새였다. 

습지생태원 습지에는 갈대밭이 있고 풀밭에는 붉은 열매 나무들이 많다. 새가 잘 먹는 열매를 맺는 나무들을 일부러 심은 듯 낙상홍이 즐비하다. 낙상홍 군락지 옆에는 야광나무, 팥배나무, 산수유나무, 산사나무, 화살나무들이 붉은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다. 부드럽거나 단단한 이들 열매를 먹으려고 다양한 새가 모여든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무려 백 마리가 넘고, 밀화부리는 수십 마리이며, 촉새가 여러 마리 보인다. 이들 사이로 홀로 조용히 날아다니는 새가 있다. 나그네새인 휘파람새<사진>다. 휘파람새는 이른 봄에 휘파람처럼 맑게 울려 퍼지는 밝은 소리를 낸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를 끌어내어 온 힘을 다해 노래한다. 꼬리가 한껏 뒤로 젖혀지기까지 한다. 휘파람새 노래를 들으면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노랫소리가 곱다. 가을에는 휘파람새 노래를 듣기 어렵다. 단음절이나 두 음절로 짧게 소리를 내며 낙상홍 열매 속에서 짧게 짧게 움직일 뿐이다.  

울새

땅바닥에서 조심스레 움직이는 새가 또 있다. 울새<사진>다. 흔한 나그네새이지만 덤불 안에서 움직여 눈으로 온전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번식지 상황이 좋았는지 올해는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울새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에 있다. 맑고 빠르게 떨리는 음을 끊지 않고 쭈욱 이어가는 소리를 한번 들으면 다음에 들었을 때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이 이동하는 봄에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반면에 가을에는 듣기 어렵다. 소리를 내지 않는 울새가 쪼르르 움직인다. 풀밭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꼬리를 뒤로 한껏 추켜세우기도 하다가 덤불 밖 길에 나와도 풀이 자라 몸을 가리는 곳에서 움직인다. 쪼르르 걷다 멈추어서는 땅바닥을 쪼아 대지만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멀리 인기척이 나면 금방 덤불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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