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종합사회복지관 '정신건강 사례관리 컨퍼런스'
공공임대단지 밀집지역 내 복지사각지대 해소 논의

[고양신문] 고양시지축종합사회복지관(관장 송미령)이 4일 복지관 대강당에서 ‘제4회 정신건강 사례관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중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회복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으며, 주민과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개회사를 하고 있는 고양시지축종합사회복지관 송미령 관장.
개회사를 하고 있는 고양시지축종합사회복지관 송미령 관장.

이날 행사는 1부 명사 특강 및 당사자 발표, 2부 사례 발표 및 수퍼비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송미령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복지관 관할 구역에는 영구임대아파트 680세대를 포함해 총 1380세대의 국민임대 단지가 자리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건강 및 중독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현장 실무자들이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갈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4회째 자리를 마련했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정신건강 간호사, 만화가 등 자신의 다양한 이력을 소개하며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라하 작가.
정신건강 간호사, 만화가 등 자신의 다양한 이력을 소개하며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라하 작가.

1부 명사 특강에는 정신건강 간호사이자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원작자인 이라하 작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이 작가는 1970년대 마약 중독 쥐 실험(랫 파크, Rat Park) 사례를 인용하며, 고립된 환경이 아닌 쾌적한 공간과 동료가 주어진 환경에서는 중독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그는 “중독은 단순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관계의 결핍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상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단주나 단도박을 강요하기보다 일상적인 대화와 관계 맺기를 통해 사회적 소속감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실무자들의 소진(Burnout)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이 작가는 복지 종사자들이 과도한 책임감으로 무리하게 개입하려 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실무자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사례 관리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했다. 특히 주취 상태로 복지관에 방문해 폭언을 일삼는 대상자에 대한 대처 방안을 묻는 현장 질의에 “1순위는 직원의 안전”이라며, 즉각적인 경찰 출동 요청과 단호한 경계 설정을 통해 실무자와 타 시설 이용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사자 발표를 진행 중인 신상재 AA 활동가.
당사자 발표를 진행 중인 신상재 AA 활동가.

이어 알코올 중독을 딛고 단주 10년 차에 접어든 신상재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활동가의 당사자 발표가 진행됐다. 지축 8단지 거주민이기도 한 신 활동가는 17세 때 입은 손의 장애를 감추기 위해 시작한 음주가 중독으로 이어진 과정과, 2014년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이후 수급비로 술을 마시며 블랙아웃을 겪었던 과거의 치열한 경험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신 활동가는 지역사회 내 고립된 중독자들의 실태를 지적하며 관리 체계의 확충을 촉구했다. 그는 “과거 방문 상담 과정에서 연락이 두절된 대상자의 집 문을 강제로 개방했을 때, 돌아가신 지 열흘이 넘은 현장을 마주한 적이 있다”며 사각지대에 방치된 고립 가구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또한 고양시 중독통합지원센터와 카프병원 등 지역 내 전문 기관의 역할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독 당사자들의 생존과 회복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지축종합사회복지관은 2023년 복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년 정신건강 사례관리 컨퍼런스를 개최해오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 중독 문제 해결과 실무자 역량 강화를 위한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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