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지역건축사회 중심으로 비판 쏟아져
‘난개발방지’ 취지에 발묶인 과도한 규제
낙후지역은 개발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져
[고양신문] 고양시가 변경을 앞둔 성장관리계획이 현실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고양시는 도심부터 공실화·슬럼화돼 가고, 개발수요가 현저히 낮아지는 현실에 비해 성장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건축물의 용도, 도로 조건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관리계획 대상인 ‘성장관리계획구역’은 택지개발지구, 자연녹지지역, 농림지역 등을 제외한 비도시지역 중에서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체계적으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구역이다. 난개발압력을 막아내고 인프라 확충과 기반시설 계획을 수립, 계획적인 토지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구역으로 볼 수 있다. 각 지자체마다 필요에 따라 성장관리계획구역 경계를 변경하고 개발제한 수위를 조정한다. 성장관리계획구역은 크게 △주거존 △산업존 △복합존 3가지로 나뉜다. 유형이 나뉘면 용도지역이 같더라도 성장관리계획의 세부 내용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건축물과 지을 수 없는 건축물이 구분된다.
고양시에서는 기존에 내유동, 관산동, 성석동, 설문동, 사리현동, 식사동, 덕이동, 법곳동 등 15개동 31개 지역에 분포해 있었다. 시는 이번에 구역경계를 조정해 기존 15개동 38개 지역으로 넓혔다. 면적으로 따지면 2213만2320㎡(약 670만평)으로 고양시 전체면적(268.15㎢)의 8.25%에 해당한다. 기존 2038만3979㎡(약 617만평)에서 174만8341㎡(약 53만평, 7개 지역) 늘어난 것.
산업존, 도로폭 6m ⟶ 9m 확보 강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단순히 성장관리계획구역이 늘어난 점이 아니라, 변경되는 ‘고양시 성장관리계획 시행지침’이 건축물의 용도, 도로 조건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성장관리계획구역 산업존에서 건축물 신축·증개축을 할 때는 연접한 진출입로 도로폭을 기존 6m에서 최소 9m 이상으로 확보하라는 요구다. 이는 도로폭 9m의 진출입로를 새로 조성하거나 기존 도로를 9m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산업존 도로폭 규정을 강화해 대형 화물차량의 통행 공간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산업존이 아닌 주거·복합존이라고 하더라도 도로폭을 최소 9m 이상 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3000㎡이상의 부지에 주택단지를 짓거나, 4000㎡ 이상의 공장 혹은 차고를 지을 경우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앞으로 3000~4000㎡ 이하의 단독필지 개발 또는 소규모 개발을 할 경우에도 9m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야 하고, 심지어 본인 땅뿐만 아니라 타인의 땅도 도로에 편입시켜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산업존은 산업시설, 공장 등을 장려하지만 주택이 적지 않게 들어서있다. 이는 결국 시가 기반시설 비용을 각 개인에게 떠맡기는 셈이 된다.
이에 대해 고양지역건축사회는 “비도시지역의 도로폭 대부분이 4m 안팎이기 때문에 기존 6m도 과하다고 계속 지적했다. 주택법상 아파트 사용승인 2000세대 이상의 도로확보 조건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전국 어느 지자체도 이런 과도한 규제를 가한 데는 없다”고 비판했다.
주택 권장지역에도 다중·다가구주택 불허
또한 주거·산업·복합 등 성장관리계획구역 모든 구역에서 3층 이하인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시는 “다중주택·다가구주택 등의 난립으로 미래 기반시설 용량 부족 문제”를 개정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난개발 방지’라는 취지에만 집착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강하다. 특히 주택을 장려하는 주거존에도 전원주택을 제외한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불허하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온다는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서민 주거의 실질적인 주용도인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지을 수 있었던 곳은 성장관리계획구역으로 제한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용납되지 않으니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지을 땅이 고양시에는 이제 없어지는 셈이다.
고양지역건축사회는 “다중주택·다가구주택 불허는 고양시민에 사유재산권 침해를 가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불만으로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인복지시시설 사실상 짓지 못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산업·복합 등 성장관리계획구역 모든 구역에서 2000㎡ 이상의 노인복지시시설에 대해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시는 “고양시에 급증한 요양원 등 노인 관련 시설이 과잉되는 것을 제어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노인복지시설에는 △양로시설, 노인복지주택 등 주거복지시설 △노인요양시설 등 의료복지시설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등 여가복지시설 △방문요양서비스, 주·야간 보호서비스 등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있는데, 앞으로는 성장관리계획구역에서는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서기 어렵게 됐다. 고양지역건축사회는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불허하는 명분을 만드는 것뿐이다.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 노인복지시설을 확충하고 고령친화정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시는 거꾸로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건축 제한, 주민들 잘 몰라
더 큰 문제는 성장관리계획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건축물의 용도, 도로 조건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성장관리계획으로 변경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고양시 성장관리계획구역 지정(변경) 및 주민 공람·공고’를 했음에도 내용을 인지한 주민들이 드물다는 점이다. ‘고양시 성장관리계획구역 지정(변경)’은 향후 고양시의회 의견청취를 거친 후 내년에 집행을 앞두고 있다.
덕양구 내유동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우리 집이 산업존에 있기 때문에 주택 신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현재 100년 넘은 집인데도 땜질식 수리만 하고 있다. 법이 허용하는 유일한 길은 기존의 낡고 작은 면적 그대만 짓는 개축뿐이다. 그래서 복합존으로의 변경을 시에 요구하려던 참이었는데, 시는 오히려 더욱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고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무엇보다 성장관리계획 변경이 이뤄진다는 것을 주위 주민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고양지역건축사회는 “2022년 3월부터 9차례 성장관리계획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을 시에 전달했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혀 협의에 없었던 9m 도로폭 확충, 다중주택·다가구주택 불허 같은 더욱 비현실적인 규제를 갑작스레 내놓았다”며 우려와 함께 시행정이 반드시 개선되기를 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