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희수 고양지역 건축사회 회장
고양시 성장관리계획 변경안 문제점은
도로확보 부담으로 건축 행위 엄두 못 내
2층 집에 자녀부부 살게 하는 것도 금지
난개발 막는다지만 도시 역동성 억눌러
[고양신문] 고양시가 성장관리계획 변경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변경안이 지역현실에 맞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40주년을 맞고 있으며 133명의 회원이 있는 고양지역 건축사회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양지역 건축사회는 지역에서 설계, 시공, 감리를 맡아오며 지역의 건축 현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우려 목소리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이들 전문가들은 이번에 변경될 성장관리계획이 건축물의 용도, 도로 조건 등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도로 같은 기반시설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개인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양시의 도시적 역동성을 억누르는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김희수 고양지역 건축사회 회장은 “고양시가 저희 건축사회와 전혀 협의하지 않았던 내용을 성장관리계획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김희수 회장을 만나 변경을 앞두고 있는 성장관리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성장관리계획’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자면.
개발 정도에 따라 우리나라는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존지역, 이렇게 4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도시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존지역을 제외한 관리지역 중에서 특히 난개발 압력이 높아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성장관리계획구역이라고 보면 된다. 관리지역의 90%가 성장관리계획지구역이라 볼 수 있다. 성장관리계획구역의 난개발을 막고 지역 특성에 맞게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수립하는 계획이 바로 성장관리계획이다, 개발은 허용하되 무분별한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하는 계획으로 볼 수 있다. 고양시에서는 성장관리계획구역이 현재 내유동, 관산동 등 15개동 31개 지역에 분포해 있었다. 넓이로 따지면 2038만3979㎡(약 617만평)이다. 고양시는 선제적으로 2017년에 성장관리계획안을 처음 내놓은 이후 2020년에 한 번 개정됐고, 최근 다시 개정하려고 한다.
▍성장관리계획이 난개발 우려 지역에 대해 체계적으로 개발을 유도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고양시가 이번에 변경하려는 성장관리계획의 문제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3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우선 성장관리계획구역에서 건축물 신축·증개축을 할 때는 연접한 진출입로 도로폭을 최소 6m, 특히 산업존에서 9m 이상으로 확보하라는 요구다. 둘째로 성장관리계획구역에서는 일체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허용하지 않고, 셋째로 성장관리계획구역에서는 노인복지시설에 대해서도 사실상 불허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관리계획구역에서 도로폭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문제가 왜 심각한가.
3000㎡이상의 부지에 주택단지를 짓거나, 4000㎡ 이상의 공장 혹은 차고를 지을 때, 그리고 산업존에서는 무조건 도로폭을 9m 이상으로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 양쪽에 2~3m의 완충공간까지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최대 15m까지 확보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 정도 도로를 확보하려면 본인 집이나 건축물을 허물고 뒤로 물려야 한다. 심지어 본인 땅뿐만 아니라 타인의 땅도 도로에 편입시켜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도로와 완충지대를 평탄하게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장관리계획지역은 대부분이 평지가 아니라 대지 높낮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평탄하게 만들려면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도로가 넓고 평탄하니 보기에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다. 이러한 과도한 도로 확보 기준은 사실상 성장관리계획구역에서 어떤 건축행위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또한 지자체가 책임져야할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 비용을 개인에게 떠맡기는 것과 같다, 어느 다른 지차체에서도 이 정도 엄격한 도로 확보 기준을 가진 데는 없다.
▍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불허하는 것은 왜 문제인가. 오히려 난개발을 막는다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이 문제는 단순히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신축하지 말라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단독주택을 다중주택·다가구주택으로 변경하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가령 2층짜리 단독주택이 있는데, 집주인이 1층을 자녀부부가 살도록 하고 싶어도 앞으로는 전면 금지된다. 1층을 월세나 전세로 내놓는 것도 전면 금지된다. 왜냐하면 자녀부부가 한 집에 함께 살거나 다른 세입자가 입주하면 다가구주택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는 주거권과 사유재산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지난달 21일 ‘고양시 2040 도시기본계획 주민공청회’가 열린 적이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40년 고양시 계획인구는 126만4000명이다. 현재 고양시 인구에서 20만명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주거존마저도 전원주택을 제외한 어떠한 다중주택·다가구주택을 불허하는 것은 고양시 2040 도시기본계획에도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다. 이 역시 다른 지자체에서는 유례가 없는 경우다.
▍성장관리계획구역에서 2000㎡ 이하의 노인복지시시설에 대해서는 불허하고, 2000㎡ 이상의 노인복지시설일 경우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용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요양시설이 고양에 있으니 이를 억제하자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에 대응해 노인복지시설을 확충하고 고령친화정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시는 방향을 거꾸로 세우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노인복지시설은 공공성이 강한 건축물이다. 성장관리계획의 목적은 난개발 방지하는 데 있지, 필수 복지시설을 억제하는 데 있지 않다. 고령화되어 가는 추세에 고양시가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시가 규제하려는 노인복지시설에는 요양시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복지시설, 의료복지시설, 여가복지시설이 모두 포함되는데 시는 이걸 모두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2000㎡ 이상의 노인복지시설일 경우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도 사실상 불허하겠다는 말과 같다. 시는 여태껏 노인복지시설을 권장하는 구역에서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되는 고양시 성장관리계획이 장기적으로 도시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
도시는 기반시설, 시민, 경제·문화활동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태계로서 흐름을 갖는다. 고양시 역시 서울에 인접한 도농복합도시로서 나름의 역동성이 있었다. 건축물의 신축, 증축을 통한 건전한 경제활동을 억누르게 되면 도시 역동성이 위축된다. 사업장을 신축, 증축을 하려면 6~9m 도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누가 고양시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번에 고양시가 변경하는 성장관리계획이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주민 공람·공고’를 했다. 변경된 성장관리계획이 고양시에 실제 적용되기까지 앞으로 남은 절차는 무엇인가.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 의원들을 찾아가 변경하려는 고양시 성장관리계획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렸다. 지난달 27일 시의회 건교위가 고양시 성장관리계획에 대한 의견청취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의원들도 문제를 인지했는지 김미경 위원장의 직권으로 의견청취가 거부됐다. 그렇지만 어쨌든 시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 이후 도시계획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르면 내년 1~2월부터 변경된 고양시 성장관리계획이 적용될 수도 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세요
⧫ 고양시 성장관리계획 변경안 ‘황당’ 신·증축시 9m도로 개인이 만들라고? / 재산권 침해! 말이 됩니까? / 고양지역 건축사회 인터뷰 ⧫ 《고양신문 뉴스택배 ep.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