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범의 우리동네 새 이야기(10)
-장월평야의 새들

도심 벗어나면 쉽게 볼 수 있는 들판에
백로, 검은댕기해오라기, 도요새 찾아와

중백로
중백로

[고양신문] 고양시는 한반도 최초로 재배한 볍씨가 출토된 지역이다. 1991년 도시 개발 당시 대화동 일대 가와지마을에서 신석기 시대 볍씨가 출토되었다. 마을 이름을 딴 가와지볍씨는 고양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를 지었음을 알려 준다. 현재도 도심을 벗어나면 벼농사 짓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산동과 법곳동 등에 펼쳐진 장월평야(長越平野)는 ‘노루(고라니)가 개울을 뛰어넘어 다니는 평평한 들판’으로 고양시 최대 벼농사 지대이다. 고봉산 작은 물줄기에서 발원한 장월평천이 낮고 평평한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논은 우리에게 쌀을 공급하는 귀한 공간이지만 습지로서 가치도 높다. 논바닥은 벼가 뿌리를 내리도록 하고, 논둑은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는다. 논에 고인 물은 서서히 스며들어 막대한 지하수를 저장한다. 물의 증발산 작용으로 대기 온도를 낮추는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이 항상 채워져 있어 다양한 수생 생물이 살아간다. 미생물, 곤충, 개구리, 미꾸라지 등이 번식하거니와, 이들을 먹이로 삼는 새들을 부른다. 오랜 세월 농촌에서 살아온 민족의 정서를 순화시키기까지 한다. 그렇다 보니 한여름 논 들판에 서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알락도요

초록 논 들판을 바라보면 눈이 먼저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논에 새들이 모여드는 건 아니다. 새들이 많이 몰리는 논이 있고 전혀 찾아오지 않는 논이 있다. 농약이 듬뿍 쳐져 있어 수생 생물이 적은 논에 새들이 모여들 리 없다. 새들은 자기들이 먹잇감을 취할 수 있는 깨끗한 논을 정확히 짚어낸다. 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름 철새는 백로이다. 중백로<사진>는 백로 중에서도 특히 논을 애용한다. 푸르른 논에서 성큼성큼 걸으며 먹이를 찾는 중백로는 벼를 전혀 쓰러뜨리지 않는다. 흰옷 입고 일하는 우리네 농부와 닮아있다.

황로

황로<사진 2>는 노란 깃털을 달고 있는 백로이다. 영어 이름이 Cattle egret으로 소와 관련되어 있다. 농부가 소에게 이랴이랴 소리치며 쟁기로 논을 갈던 옛날에는 이들 곁에 황로가 따라다녔다. 논갈이 때문에 놀란 개구리나 곤충 등을 잡아먹기 위해서다. 영어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 황로는 이즈음 논 들판을 풍성하게 하는 새다. 벼가 자란 탓에 황로는 개구쟁이처럼 숨바꼭질한다. 고개를 숙이면 전혀 보이지 않고 고개를 들면 얼굴만 보인다. 먹잇감을 사냥하려고 고개를 숙이면 보이지 않고 경계하기 위해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이다. 수십 마리 황로가 논에서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되풀이하는 풍경은 웃음을 자아낸다.

검은댕기해오라기

논둑에는 검은댕기해오라기<사진>가 깃털을 다듬고 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도구를 이용해서 사냥하는 뛰어난 사냥꾼이다. 모형 먹이를 물 위에 띄워 물고기가 수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부리로 재빠르게 낚아채는 방식으로 사냥하기도 한다. 모형 먹이로 나뭇잎, 나뭇조각, 새들의 깃, 파리나 지렁이 따위를 이용한다. 논에서는 미꾸라지나 작은 물고기, 수생 곤충을 사냥한다. 논둑에 있는 검은댕기해오라기 한 마리가 사냥해서 이미 충분히 배를 불렸는지 급한 기색이 없다. 둘레를 살피며 깃털을 골고루 다듬고 있을 따름이다. 
여름 철새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새도 이즈음 논에서 볼 수 있다. 도요새는 이동하는 나그네새의 대표라 할 수 있다. 겨울에는 호주나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 지내고, 여름에는 번식하기 위해 시베리아 등 북반구 툰드라 지역으로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월동지와 번식지의 중간 기착지로 우리나라 갯벌을 주로 이용하지만 논을 찾는 도요도 있다. 알락도요<사진>는 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진한 갈색 등과 날개깃에 흰색 미세한 점무늬가 알락알락 흩어져 있다. 논바닥 진흙을 부리로 찌르거나 물 표면을 살피며 수생 곤충, 연체동물, 작은 수중 생물 등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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