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양신문]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언젠가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 부모님의 곁에서, 그리고 먼 훗날 우리의 곁에서 가장 가까이 손을 내밀어 줄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요양보호사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이후 요양보호사는 우리 사회 노인돌봄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식사와 이동, 위생과 생활을 돕고 어르신의 작은 건강 변화까지 살핀다. 가족들이 짊어져야 할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역할도 맡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요양보호사는 이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돌봄 인력이다.
좋은 돌봄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자긍심과 존중을 소홀히 한다면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를 만들기 어렵다. 돌봄의 질은 제도와 시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어르신을 직접 만나는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더 안정적이고 따뜻한 돌봄도 가능해진다.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7월 1일을 ‘요양보호사의 날’로 지정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고, 수원시는 올해 처음 ‘장기요양인의 날’ 기념행사를 마련해 장기요양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노고를 지역사회와 함께 되새겼다.
중요한 것은 기념일 하나를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존중해야 할 사회적 가치로 바라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9월 1일 필자는 민경선 고양시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초고령사회에서 요양보호사가 맡고 있는 역할과 그 헌신을 지역사회가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의견을 나눴다. 민 시장 역시 취지에 공감하고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러한 공감이 행정과 장기요양 현장,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계기로 발전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많은 예산을 들여 새로운 행사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형식보다 의미를 살리면 된다. 기존 장기요양 관련 교육이나 행사, 포상제도와 연계해 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해 온 요양보호사를 격려하고, 시민들에게 돌봄노동의 가치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일 년에 단 하루라도 시민들이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떠올리고 현장에서 묵묵히 어르신을 돌봐 온 이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현장의 경험을 서로 나누고, 시민과 종사자가 함께 좋은 돌봄의 조건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다만 ‘요양보호사의 날’이 다른 장기요양 종사자를 구분하거나 배제하는 날이 돼서는 안 된다. 장기요양 현장에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인력이 함께하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특별히 조명하되, 궁극적으로는 장기요양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종사자가 존중받는 돌봄문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례시다. 초고령사회가 깊어질수록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민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시의 경쟁력을 도로와 건물 같은 물리적 기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누가 돌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을 우리 도시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도 도시의 품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요양보호사의 날’도 하루의 기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돌봄노동의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 존중이 다시 어르신과 가족에게 더 나은 돌봄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것은 돌봄을 받을 권리만이 아니다. 좋은 돌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도 함께 필요하다. 사람을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돌봄도시 고양’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