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골두레 첫정기발표회 '박진사 그네뛰기'

“떴다 떴다 새소리 떠었다 아아 하아 아하아~”
행수가 부른 소리가 들녘으로 쩌렁쩌렁 울려퍼져 골짜기로 사라져갈 쯤, 김매던 농부들이 꾸부린 허리를 펴며 일어나 일제히 따라 부른다.
“떴다 떴다 새소리 떠었다 아아 하아 아하아~”
노랫소리는 마골 안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고달픈 농삿일을 이웃과 더불어 오히려 흥겹게 보낸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이다.

마골두레패(회장 엄승용)는 마골두레패 정기발표회 ‘박진사 그네뛰기’를 지난 11일 마을회관에서 가졌다. 마을주민들과 초등학생, 중학생들로 마골마을회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농악과 사물놀이, 그네뛰기, 떡치기, 호박엿, 아이스케키 등 옛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행사들이 열렸다.

이날 마골두레패 명예회장 김현숙(75. 마골노인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요즘 현실에 박진사의 어질고 높은 덕망을 기리는 이러한 민속놀이 재현을 통해 조금이나마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시장은 축사를 통해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가 발굴되고 주민 여러분들의 소중한 화합의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일산동구 성석동에 있는 자연부락 마골은 350여 년 전부터 김해 김씨를 중심으로 온갖 풍습을 만들어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시키며 살아온 고장이다. 강가터에 있는 박진산에는 1천여 평의 널찍한 박진사 묘가 있는데, 마을사람들은 단옷날 그곳에서 온종일 그네를 타며, 풍물과 소리로 농번기의 피로를 풀고 풍년을 기약하는 대동놀이를 하였다.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원이 많아 두레패가 둘로 나눠져 내려오던 이같은 풍습은 산업사회로 급속하게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마을의 농지는 예전에 비해 이미 반 정도가 공장이나 물류창고로 바뀌었고, 거주민들도 상당수 타지로 떠나버렸다. 정서가 피폐해져가던 마을에 농촌기술센터로부터 풍물을 지급받게 되자 예전에 두레패에서 활동했던 김현재 할아버지를 비롯한 몇몇 분들과 들소리보존회 최장규 원장의 노력으로 마골두레패만이 갖고 있던 특성을 포함해 12채까지 복원되었다.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양시 일산서구청 개관식을 비롯해 2005 세계비엔날레축제 축하공연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는 라페스타 문화의 거리나 호수공원에 가서도 공연할 계획을 잡고 있다.

아침 일찍 두레를 조직하여 길군악에 맞춰 논으로 떠났다가 모개비의 소리에 맞춰 김을 매며 두레소리를 목청껏 내뿜어 찌든 고생과 삶의 애환을 풀어내고, 저녁 늦게 돌아와선 밤이 깊도록 두드리고 불고, 치고, 마시며 놀던 것까지는 복원시켜내지 못했지만 더욱 분발하고 노력해서 “박진사 그네뛰기를 고양의 향토문화 축제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김현숙 명예회장은 말했다.
 /권자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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