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연 동화작가, 서경대 강사

나는 오랫동안 강남에서 살았다. 그 곳은 이른바 팔학군에 속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선망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터미널을 비롯해 강서 강북 강동으로 이어지는 교통과 각종 문화 등 도시생활하기에 무척 편리한 곳이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 뜰에는 삼백 년이 넘은 뽕나무가 있어서 십여 년 전만 해도 초여름이 되면 아이들 입 언저리에는 자줏빛 오디물이 들곤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오디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살기 좋은 곳이다 보니 그런지, 숨 돌릴 틈 없이 건물들이 빈터를 빼꼭히 들어섰고, 자동차들은 늘 긴 줄을 섰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흠뻑 뒤집어 쓴 채 서 있었고 창문을 잠깐만 열어도 코가 따갑고 눈이 아팠다. 하물며 뽕나무야… 그 오디는 열리면서부터 이미 신선한 열매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게 마련이라,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온 나였지만 하루하루 맑은 공기와 흙냄새가 그리워졌다. 그러나 남들처럼 전원생활을 하기에는 부족하고 부끄러운 것이 많았다.

상추 한 포기조차 제대로 가꿀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세월에 찌든 내 몸을 달래기 위해 나 좋아라고 무턱대고 농촌을 찾아가는 것은 오랫동안 땅을 지키며 흙을 가꾼 농부들에게, 대지에게 누를 끼치는 짓이 아닐까 싶어 망설여졌다. 또한 도시에 대한 미련이 남은 상태였다.

그런 목마름 속에 헤매다 만난 곳이 고양시다. 고개만 쳐들면 눈 시리도록 볼 수 있는 푸른 하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고봉산과 정발산, 늦은 시간에도 마음껏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호수공원, 게다가 서울을 직행으로 이어주는 전철, 버스, 어떤 경우에는 서울보다 더 빠르게 도심으로 이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구석구석 빛나고 있는 유적지와 아름다운 경관들, 게다가 국제전시장, 종합운동장, 대형마트, 어울림누리 등 도시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면서 전원생활도 함께 맛볼 수 있으니 마치 요술 방망이를 쥐고 있는 기분이다.

넓은 찻길, 풍부한 녹지, 잘 꾸며진 아파트 뜰에서는 아침이면 새소리, 저녁이면 풀벌레 소리 그윽하다. 인심도 대지가 여유로운 만큼 후덕한 것 같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발전은 결코 발전이 아니다. 사회와 미래의 이익을 고려한 발전만이 진정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미래의 이익은 환경과 생태에 달려있다. 그런 면에서 고양시는 다른 어느 곳보다 발전적인 곳이라 여겨진다.

역마다 들려오는 카나리아, 앵무새 등 아름다운 새소리, 여기에 까지 환경과 생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띠게 한다. 잘 다듬어진 도시, 바르게 형성되고 있는 고양시에 더 이상은 높은 건물이, 자동차가, 대형 매장이 줄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역에서 노래하는 새장 안에 새들, 지하철역 안에서 우리들 마음에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을 늘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고 소중하지만, 그 새들이 새장보다 푸른 하늘을 보며 참 노래를 부르다면 더 좋지 않을까.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