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정치 시스템이 절실하다. 배 유 현<시사뉴스 주필/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최근 국정원 미림팀 도청테이프가 공개돼 정-재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또 정부에서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유가 정책과 부동산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되어 온 강남 8학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해서 발표할 계획이다. 국정과제는 상황과 비중이 시시각각 돌변하는 법-. 그러나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과제 하나 하나도 시원스레 풀리지 않고 있다. 현실이 비비꼬이고 분위기만 어수선하다. 역대 대통령과 삼성그룹 간부들은 속을 태우고 국정원 관계자들은 납덩이같이 입을 닫고 있다. 유가와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정정의 불안은 국제 유가를 거침없이 끌어올렸다. 파병국가라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혜택이 없어 보인다. 부동산 대책은 손을 댈수록 값만 뛰어 오르고 있다.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올리면 부동산 값에 눈덩이처럼 올라붙고 있다. 교육문제도 애간장을 끓이는 사안이다. 서울의 학군을 광역화하고 강북 학생들이 8학군에 배정될 수 있다는 시안이 나오고 있다. 교육계의 대책 발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교 평준화를 30여전에 만들어 놓고 진정한 평준화는 이루지 못했다. 마치 누더기를 보는 것 같다. 결국 국가정책 실패의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국민들의 원망을 듣고 있다. 서민들은 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삶의 질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숨을 쉰다. 부동산 대책의 피해는 평균 수명이 단숨에 크게 늘어난 노인세대에게 찬바람이 불게될 전망이다. 역사를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조선조 세종-성종 임금님이 성군으로 추앙 받는 배경을 알아보자. 역사적인 명성이 높을수록 자신을 낮추었던 사례가 많다. 민정시찰을 위해 변복 까지 하면서 '국민의 소리'를 들었다. 암행어사를 두고 신문고를 두드리도록 제도화해 왔다. 오늘날 우리의 제도를 보자. 겉으로 보기는 청와대와 행정부에 그럴듯한 홈페이지가 있다. 감사원이 있고 공무원 사이에서도 제안제도가 갖춰져 있다. 정당에도 연구소와 정책기능을 마련하고 있다. 신문방송 등 언론기관들도 정부운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국민의 소리'가 잘 전달되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돌린다. 푸념의 소리가 높다. 정부와 정책의 소비자인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지도자들을 불신하고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믿음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정부는 사상누각에 해당한다. '주권 재민'이라고 부르짖으면서 '국민의 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국민의 불만'이 높다면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절실한 것이다. 국민의 가슴속에 파고들어 '감성의 격동'을 찾아내야 한다. 진정한 선정은 이럴 때 온 누리에 퍼지게 된다. '국민의 소리'를 듣는 정치시스템은 필수적으로 피드백 기능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정서'를 담은 온당한 '국민의 민원'은 '얼마나' 채택돼서 '얼마나' 실현됐는지 국가지도자가 확인하고 챙겨야한다. 국가지도자가 소홀히 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시스템 작동에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민원도 정제돼야 한다. 투박한 민원은 심층적 추가조사를 거쳐 채택될 수가 있다. '찾아오는 민원'보다는 '찾아가는 민원'이 한결 의미가 높다. 어쩌면 국가지도자는 '국민이 염원하는 응어리'를 찾아내고 풀어헤치며 해결하는데 높은 평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소리'를 듣는 정치시스템은 국가지도자의 실천의지에 따라 생명력을 얻는다. 피상적이거나 피동적인 시스템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또 어떤 한 사람의 의지보다는 시스템 전체의 탄력적 기능이 절실하다. 제도 자체가 항상 신선하고 개혁적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은 21세기도 깊숙이 들어섰다. 우리나라와 조국은 내 것이지 남의 것이 아니다. 수년 전 중앙일보 기자 시절 캐나다 뱅쿠버에 취재 갔을 때 민박하던 어떤 교민의 말이 기억난다. 그는 '미우나 고우나' 우리 조국, 조국 사랑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해 감동을 주었다. "뱅쿠버에는 인도 사람이 1백년 이상 살고 있지요. 그들은 영주권을 넘어 모두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캐나다 사람은 그들을 '인도 사람'으로 부르지 '캐나다 사람'으로 부르지 않아요. 40년 이상 이곳에 살고 저도 한마디로 '한국 사람'입니다. 영원히 한국인입니다…."※배유현(HP018-353-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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