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고양시문인협회 회원

그 집을 보려면 거실보다는 화장실을 보면 그 집의 주부를 알 수 있다. 백화점이나 공공건물을 방문해 보면 화장실이 볼일만 보는 것을 넘어 화장도 고치고 쉬어 갈 수 있도록 화장실이 화려해지고 깨끗해졌다.

화장실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화장실 박물관을 차려 놓은 곳도 우리 고양시 호수공원 내에 있다. 그래서인지 고양시를 문화 예술의 도시라거나 혹은 도농복합 도시라거나 한때는 러브호텔 도시라는 불명예도 듣기도 했지만 난 무엇보다 화장실 문화만큼은 선진국이 아닐까 자부심으로 느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지방대 교수로 있는 한 문우가 우리 도시를 방문했다. 탄현에 사는 문우까지 불러내어 우리 셋은 풍동 애니골에 들러 식사도 하며 담소를 나누다가 호수공원엘 갔다. 어스름이 지난 호수 공원은 많은 지역 주민들이 나와 운동하거나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로 활기 차 보였다. 특히 오래간만에 가본 나는 호수공원이 그렇게 울창한 신록의 나무들로 푸르게 변모되어 있을 줄 미처 몰랐다. 그 친구는 참 좋다고, 호수공원이 아름답다고 연거푸 감탄사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맨발로 걷는 길도 가보고 산도 올라보고 나무의자에 앉아 저문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호수공원이 일산의 심장 역할을 하는구나’며 크게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도심의 무더위 속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곳에 나와 산책하며 재충전하고 활력을 얻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리는 밤 10시가 되어서 아쉬운 작별을 하기 전 화장실을 들렀다.

그런데 화장실 안은 고약한 냄새로 숨도 쉴 수 없었고, 화장실 문은 망가져 있었으며 그 안은 물을 내리지 않아 볼일 보기가 두려웠다. 이제껏 호수 공원 내를 산책하며 좋았던 고양시의 이미지가 화장실에서 다 구겨지고 망가졌다. 찾아온 문우나 여기 사는 우리나 불쾌하고 민망스러웠다.

우리는 왜 머문자리에 흔적을 남기는지.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정말 아름답지 않을까? 물론 이용하는 우리들의 화장실 이용수준이 높아져야겠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호수공원의 화장실 관리가 실망스러웠다.
고양시의 얼굴이라 할 호수공원의 화장실이 이렇게 방치되어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까. 문우를 보내고 돌아서서 난 내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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