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사람의 도시 연구소장

필자가 깊은 관심을 가진 '안전'이라는 개념은 이제 보편적 가치를 지닌  21세기 화두라고 생각한다. 전쟁, 범죄, 재해 및 재난으로부터 사람의 안전은 바로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일이다. 안전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사고가 전재되어야 한다.  사람의 안전은 사람을 중시하는 이념에서 시작하고 그 역사성도 가지고 있다.

인간주의를 의미하는 휴머니즘은 14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고 자유정신의 재생을 추구하는 르네상스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르네상스 이전에도 인간성 회복과 인간중심의 사고는 지속되어 왔고, 현대에서도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겪고 있는 소외로 인해 인간성 회복을 바라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시대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라도 중세 이후 사회적 모순을 인간 중심의 사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은 비슷하다.

이러한 모습은 도시공간에서도 필요하다. 현재의 도시에서 사람은 안전하지도 않으며 배려에서도 소외되는 측면이 많다. 사람들이 더불어 살고자 만든 도시가 사람 중심이 아니라 효율성, 경제성, 편리성 중심의 장소로 바뀐 것 같아 안타깝다.

20세기 후반부터 편리함을 도모하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도시 시설도 대부분 자동차 문화에 순응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가 없다. 그래서 사람이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각종 장애물, 자동차 매연, 그늘과 쉼터 부족, 계단과 도로턱 등 일일이 나열할 필요가 없다. 이에 반해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넓다. 편평하다. 어디든지 연결되어 있다. 주차할 곳도 많다. 게다가 가로수 정비까지 되어 있다. 도시가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모를 일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사람의 도시 연구소와 고양문화재단은 ‘사람의 도시, 어울림 論과 展’을 가진다. 인간성의 회복과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려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행사이다. 도시공간을 사람이 주인되는 장소로 바꾸기 위한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 학술토론과 전시회를 연계한 것도 향후 사람 중심의 도시는 다양한 분야가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함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앞으로 고양시가 모델이 되어 사람 중심의 도시, 사람이 주인되는 도시 만들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직은 연구와 운동이 미흡하지만 앞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에 대한 시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은 매우 클 것이다.

이미 선진외국에서는 사람중심의 보행공간조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가 코펜하겐이다. 보행자 천국이라는 말에 걸맞게 걷고 싶은 도시다. 좁은 도로망이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가게 된 동기를 부여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도 시민, 연구자, 정책담당자, 기업가 등의 인식을 바꾸게 되면 도시에 사는 사람이 주인 되는 도시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고양시의 도시공간이 사람 중심으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알림:‘사람의 도시, 어울림 論과 展’은 8일 덕양어울림누리에서 학술발표회를 가지며 20일까지 전시회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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