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럼-우리 사회에 공동생활 문화 정착이 아주 절실하다. 배 유 현<시사뉴스 주필/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최근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기도 일산 아파트의 주민대표를 맡았다. 모두 7백2세대이며 37∼50평형이니까 관리비 수급은 큰 무리가 없다. 다만, 10여년전 신축 당시 SK건설과 코오롱건설이 3백50여 세대씩 공동으로 지으면서 원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같은 단지 아파트를 짓는 동안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대화가 없었다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보일러 시설과 전기시설을 공동사용 못하게 가설돼 있다. 40∼64가구씩 14개동으로 구분돼 있는데 관리실이 2개씩 있는 동도 3군데나 된다. 결국 같은 단지에 살면서 전기실, 보일러 시설, 어린이 놀이터, 체육 시설 등이 모두 2개씩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 운용 체계 중 보일러 시설의 열판은 간간이 세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세척법이 전혀 달라 주민들이 이중으로 경비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다. 각 아파트동의 세대 수가 다르고 경비실 숫자가 달라 10여 년 동안 회계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 사이에서 이해관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경비원을 2명 사용하는 측에서 4명을 사용하는 아파트동의 경비를 분담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내부의 개보수도 문제다. 내장시설을 바꾸면서 아파트 기축벽을 허물면서 거실을 베란다까지 확장하고 있다. 놀이터나 벤치를 부수거나 현관에 자전거와 어린이 놀이기구를 내놓고 있다. 애견을 길러 소음을 내거나 심야에 악기연주 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파트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부녀회와 노인회 활동이다. 부녀회는 편법이지만 관행상 인정되는 알뜰시장 운영과 재활용품 판매로 연간 2천만 원 가까운 예산을 남용하고 있다. 때로는 게시판 광고료 수입까지 사용한다. 그러나 거의 통제 불가능한 상태다. 노인회도 만찬가지다. 수도권 아파트와 지방과는 상황이 차이가 있지만 대개 시청이나 구청에서 노인 복지비를 지원하고 있다. 쌀도 지원한다. 아파트에서는 전기와 냉-난방비를 지원한다. 자체적으로 노인회비도 받는다. 그런데 사용처는 몇몇 노인들만이 안다. 아파트 앞 공원에서도 문제는 많다. 들어가지 말라는 잔디밭에 들어가 음식을 나눠먹고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공중화장실에서 수도꼭지를 고장 내고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한다.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에서 세면을 하거나 물동이로 몇 통씩 물을 담아 간다. 극히 국한적인 사례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리현상이다. 우리 국민들이 오랜 역사동안 단독 주거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공동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삶 일부를 이웃에게도 나눠 줘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 역사문화 속에는 싱글 문화가 깊이 파고들어 있다고 한다. 불교문화 속에 태어난 우리들 사이에는 참선을 앞세운 싱글 문화가 더불 문화나 커플 문화에 익숙한 것이다. 조화와 화합보다는 모래알 같은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그렇지 않다. 가벼운 잔치가 벌어져도 왈츠가 울리고 커플들이 원무를 돌고는 한다. 이태리 북쪽 이몰라 지역에서 카레이싱 대회가 펼쳐져 스폰서 말보로 지역 사장 모임이 개최됐을 때 가벼운 칵테일파티에 멋진 댄싱스포츠 행사가 곁들여졌다. 실제로 여행을 해 보면 단체관광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선지에서 몰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일본관광객들은 가이드들을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가 있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국민들은 단체 문화에 익숙한 것이다. 역시 역사적으로 볼 때 싱글 문화보다는 커플 또는 단체문화에서 생산력이 높다. 단체는 결국 조직이고 조직에는 화합과 조화를 통해 ‘시너지(상승)효과’가 있다. 불과 두 명이 결합되는 가정에서도 단순결합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엄청난 상승효과를 나타낸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가정들이 모아져서 사회를 이룬다. 사회단체가 모아져서 정부가 된다. 가정경제가 결국 국민경제를 이루는 것은 자연현상이다. 오늘날 나라가 발전하고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그 국민이 공동생활을 어떻게 잘 해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사회에 공동생활문화 정착이 아주 절실하다. ※배유현(HP018-353-3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