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규 원당동 삼능교회 목사

어느 양로원에서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라고 텃밭을 한두렁씩 분배해 주었다. 채소를 심고 가꾸면서 지루함을 해소시키라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들이 삽자루를 들고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있었다.“이놈이 남의 땅을 점령하고 다 파 간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아보니 각자 나누어준 밭두렁을 조금이라도 넓히려고 옆에 흙을 파서 옮겨간 것이다. 당연히 상대의 밭이 조금씩 줄어들게 되고 옆의 노인도 흙을 파 올리기 시작하다가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잠시 남의 땅을 빌려서 가꾸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잊고 내 땅이라고 싸운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본능적으로 땅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고양시가 되었지만 내가 처음 고양군민이 된 것은 1981년 3월이다. 그 당시만 해도 땅에 대한 인심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땅에 집을 짓고 살아도 도지(땅)세만 주면 수 십년씩 잘 살아 왔다. 농사를 지으면 서로 이웃간에 나누어 먹고 인심이 후한 동네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동네로 들어가는 새마을 길이 있다. 개울을 지나 논밭을 끼고 들어가는 길이다. 지금은 아스팔트가 깔려 있지만 전에는 논뚝 길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길을 넓혔다. 그 길은 동네의 맘씨 좋은 분들이 자신의 개인 땅을 내어 준 덕분에 만들어진 길로 지금은 자동차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넓은 길이 되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길을 다닐 때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 그분들은 원당동에서 존경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전부터 사람들이 다니고 있던 길을 자기 땅이라고 흙을 메우고 막아버려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원성을 듣는 경우도 있다. 놀고 있는 땅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농사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마도 자기 땅에 대한 애착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만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신도시 개발이 되면서 보상받은 것을 분배하면서 욕심이 생기고 부모와 자식사이에 형제와 친척사이에 불화가 일어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당동에는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 마을회관을 짓는데 자신의 땅을 내어놓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살맛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얼마 전에는 집으로 들어가는데 동네 어른신 한분이 내 차를 세우더니 밭에서 무우를 뽑아 차에 실어 주셨다. 또 어떤 할머니는 은행이랑 고추랑 비닐봉투에 담아서 손에 쥐어 주기도 한다. 마을버스가 한시간 간격으로 다니다 보니 때로는 마을버스를 놓칠 때가 있어 가끔씩 어른들을 모셔다 드렸더니 고맙다는 정으로 주시는 것 같다.

원당동은 그린벨트로 묶인 곳이 많아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박한 사람들의 좋은 인심과 정이 훈훈하게 살아있어 원당동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온유한 사람은 땅이 복이 되고 욕심 많은 사람은 땅이 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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