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 : 문화재청관리 회장이 왔을 때 부탁드렸어요. 다른 왕릉처럼, 서오릉과 서삼릉에도 해설사를 배치해 달라 했더니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었으나, 내년도에는 배치하려고 준비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북한산성도 중요한 유적지이니까 해설사 배치가 다른 어느 곳보다 필요한 곳입니다.윤 : 학교현장과 관련지어본다면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이 : 저는 좀 크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북한산이 주산인 이유는 고양시의 중심이 주교동이 아니고 고양동이었습니다. 반듯이 북한산뿐만 아니라 현대 이전의 고양의 중심지에 대한 홍보를 통해 가치를 확보해야합니다.또 한 가지는 지역이기주의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외부 사람들이 볼 때는 카피만 ‘북한산은 고양 땅이다’고 할 때는 그런 식으로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아까 이상만 선생께서 “북한산을 톻해 가장 많이 이익 보는 곳은 서울시이다”라고 말씀하셨듯이 서울의 현실적 위세도 있고 하니 윈윈게임식으로 나간다면 대내적으로 홍보를, 대외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서로 이익을 얻게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도 심청아라든가 홍길동 설화가 있는데 그런 식의 구도보다는 서울시와 고양시가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윤 : 소속의 문제에 있어서 서울사람들은 당연히 북한산을 서울로 생각하는데 고양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문제인 것 같습니다.권효 : 정신적인 정기를 받는 면에 있어서도 북한산이 내가 살고 이는 땅이라고 생각하는 거하고, 남의 땅에 놀러 갔다 오는 거하고는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거든요. 옛날에는 관청도 거기 있었고, 고양시가 역사적으로 그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권혁 : 북한산을 일방적으로 고양 땅이라고 말한다면 거기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산을 하나 놓고 ‘내 것이다.’ ‘아니다.’ 뺏고 뺏기는 차원으로 접근한다는 건 행정구역을 적대국 간의 국경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북한산국립공원 관리과장 황명규 씨가 고양신문에 실린 ‘북한산은 고양 땅이다.’라는 제호를 보고는 대뜸 “이건 좀 지나친 말이 아니냐”라고 반문하더군요. 지금의 고양시 인구에서 신도시 등으로 계발되기 이전의 인구를 뺀 인구는 대부분 서울시의 확장으로 생긴 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심에서 밀려난 주변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도시가 발달되어 가는 과정에서 생긴 한 형태이기도 하고, 쾌적한 환경 등이 주어진 곳이긴 하지만, 땅값 등을 비교해 본다면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나싶습니다. 따라서 고양시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민의식, 또는 주인의식이 약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 주민들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삶의 질이나 정신적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 주체성을 구축해가는 일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주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까요. 북한산이 역사적으로 서울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손 치더러도 최고봉을 위시해서 중요 봉우리들이 고양시에 속해 있습니다. 고양시에서 최고 높은 산을 당연히 북한산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민족의 정기와 신령스러움이 엄청난 에너지로 서려있는 북한산이 있습니다. 한 나라의 수도를 생기게 한 산이 지금 우리 고장의 산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주체성은 이미 세워진 거나 다름없습니다.윤 : 어렸을 때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를 보면 뭔가 멋있어 보였고, 서울에 와서 살다가 방학 때 지방에 내려가면 꿀리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고양에서 태어나고, 혹은 이사 와서 사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은 남을 낮춘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세워 전제적으로 높이는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양시민들에게 ‘북한산이 고양시 산이다’라고 알리는 것은 지역이기주의로 폄하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하고는 윈윈하는 관계로 가자고하는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윤 :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보다 북한산을 잘 아고, 자주 찾을 수 있을 지, 여기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 봤으면 합니다.이 : 특기적성교육을 통해서 현장학습을 할 수 있지만 실현되기 어렵다. 탐방학습식으로 할 수 있다. 제가 생각할 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교사들의 활동으로 북한산을 포함한 이 지역 역사 자료들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리를 해서 잭이나 CD, 시청 사이트를 통해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재량활동시간 같은데 향토사 교육을 집어넣는 건 학교장 권한입니다. 교육부에서도 역사교육을 강화하라는 공문지침이 하달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선택이 높지 않습니다. 향토사 관련교육을 체계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청 단위에서 자료 등을 구비하는데 노력해야 할 걸로 봅니다.윤 : 현장답사도 중요하지 않을까요?권효 : 현장답사, 그게 참 중요해요. 못 봤던 것을 새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죠. 행궁터에 가서 숨어 있는 우물터를 발견한 적도 있거든요. 다녀보면 사라져버린 역사의 흔적들이 보일 수가 있거든요. 지명이나 이름 등 잘못 되어 있는 역사적 내용을 바로 잡아가는 일 또한 너무 중요한 부분입니다.권혁 : 교가를 보면 그 지역 산이나 강 이름이 등장하듯이, 고양시가에도 북한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 되어 있다고 하니, 이 노래를 보급한다면 시민들이 북한산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고양문화재단에서 북한산사계절축제를 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축제가 활성화 되면 활성화 되는 만큼 북한산에 대한 시민의식은 확고해질 것으로 봅니다.윤 : 북한산성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승용차를 이용해서 많이 찾기 때문에 주말 같은 경우는 교통혼잡이 심한데, 지축역에 내려서 창릉천변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또 하나의 즐거움을 맞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효 : 북한산은 숨겨져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산이에요.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씨가 사기막골 계곡에 새겨져 있습니다. ‘1688년에 지나가다 손수 쓰다’라는 내용과 함께 북한산 정경을 읊은 시가 적혀있습니다. 대서문 옆에는 목수가 누구고, 석수는 누구고, 총감독이 누구고라고 기록해 놓은 글씨가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그냥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지난 시대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부황사 암각자는 원래 손수변인데 창과자가 쓰여 있거든요. ‘창을 든 사내가 돕는다.’라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하더군요. 이덕무의 ‘유북한기’라는 책이 있어요. 부황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터가 너무 좋고, 그기에 사명대사 초상도 있었다고 합니다. 청하동문, 백운동문도 나오는데 모두 고문에 나오는 문구더군요.이 : 양사언이 머물렀던 찰석정이라고 있거든요. 4글자 시구들이 많이 새겨져 있어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거든요. 탐방객들에게 안내판을 통해 알려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윤 : 산의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안내와 설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서 북한산이 등산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산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만 총감독도 말씀하셨지만 관할과 관련지어 봤을 때 고양시에서는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반면 북한산공원관리공단에서는 그런 시각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은…권혁 : 그런데 제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살펴보니 북한산공원관리공단에서 이미 북한산 안내 책자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시민들에게 친밀하게 접근하려고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이더군요. 긍정적으로 느껴졌는데, 내용이 그리 전문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시민들이 북한산과 좀 더 밀착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많이 담았으면 했습니다.윤 : 북한산은 독립과 관련된 인물들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는 곳입니다. 또 원효봉, 의상봉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불교의 커다란 산맥인 태고보우원증국사와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북한산을 새롭게 발견하듯이 보우선사를 고양시 인물로 새롭게 발견하여 그분의 정신의 정기까지도 이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권혁 : 취재하다 보니까 뭔가 거대한 실체와 맞닥뜨린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것은 산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보우선사 같은 거룩한 분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윤 :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번 특집에 대한 평가를 내려 봤으면 합니다만….권혁 : 저는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서 문학적 측면에서 우선 바라보자면 보우선사가 쓴 ‘태고암가’라는 시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고려 말에 이미 현대 문학사조 중의 하나인 ‘신서정주의’ 계열의 시를 쓰신 거였습니다. 그 내용도 요즘 시인들이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만해선사처럼 보우선사도 시인으로 우리가 재조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아가서는 ‘만해축전’이라는 행사가 거대하게 열리듯이 보우선사의 문학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난 후 ‘보우축전’이라는 행사도 만들어 거대하게 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산영루’ 등을 통해 쓰인 시인묵객들의 무수한 시들을 하나하나 접하다보면 북한산은 우리 한국문학의 산실로도 여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권효 : 그러면 북한산을 하나의 문학답사 위주로도 이해할 수 있겠네요.윤 : 이런 얘기가 가능하겠는데요. 북한산을 등산 코스뿐만 아니라, 문학코스, 역사코스, 서예코스, 생태계코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북한산을 한 측면만 바라보지 않고, 각자의 성향에 따라 북한산에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이 : 제가 이 특집기자를 읽어 보니까 시각이 답사자의 고정된 시각으로 일관성 있게 흐르고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데 도움이 많이 되었을 걸로 생각됩니다. 그 안에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역사나, 설화나, 지금 말씀하신 시문학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접근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구의 팔공산이다. 경주의 남산이다.’했을 때 상당히 큰 작업입니다. 이번 작업은 여기에 비하면 하나의 준비 작업으로 의의가 클 것으로 봅니다.권혁 : 이번 기사는 북한산에 대해 총론 식으로 접근 해본 것이고. 앞으로는 거대한 의미의 집결체인 북한산을 한부분한부분 파헤쳐, 우리 시민들이 북한산의 실체에 한발 두발 다가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윤 : 도시화가 확대 되면서 생태계의 멸종이나 환경파괴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린이 생태연구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고양시 쪽은 그래도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북한산을 1,600여 회나 오른 신용명에 따르면 ‘북한산성 쪽에 있는 생태의 모습이 비교적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고양시의 미래를 보다 건강하고 발전적인 보습을 떠올릴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