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여전히 낮아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고급화된 소비자의 의료수요 충족을 위하여 보험주체간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간략하게 그 타당성을 짚어보자.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근본원인은 보험재정의 한계이고, 이를 보완하려면 민간의료보험이든 국민건강보험이든 반드시 비용의 추가투입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고려돼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투입비용의 효율성인데, 양자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을 통하여 무상의료에 가까운 완전한 보장성을 확보하는데 100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면, 민간의료보험으로 같은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경우 적게 잡아 150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가입자 모집경쟁에 소요되는 과다한 비용과 주주에 대한 이윤배당을 고려하면 결코 과장된 계산이 아니다. 추가비용을 지불한다면 국민건강보험에 직접 지불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민간의료보험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하여 비효율을 자초하는가?

고급화된 의료수요는 개인이 병원에서 비용만 추가로 지불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이를 충족할 수 있다. 국가가 과연 이런 일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 상업보험과 사회보험의 경쟁은 애당초 성립 불가능한 개념이다.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필요에 따라 급여를 받게 되는 반면, 상업보험인 민간의료보험은 누구에게나 같은 가격에 제공된다. 가난한 사람에게 자동차를 더 싸게 팔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부자들에게는 민간의료보험이 유리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국민건강보험이 유리한데, 민간의료보험이 대체형으로 발전하여 부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서 이탈하게 되면 건강보험의 재정이 악화되어 소득재분배기능이 형편없이 취약해 질 것이고, 결국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람직한 발전 방향인가?

2003년 기준으로 미국의 전체 의료비지출이 GDP의 15%에 달하고, 미국민 중 4,500만명 이상이 아무런 의료보장 없이 질병에 노출되어 있어 미국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의료비지출억제와 의료보험개혁이다.

의료보장을 주로 민간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의 운명이 이러할진대, 우리가 왜 서둘러 그 뒤를 따라야 하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점차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현상으로 인하여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으며, 현 정부도 새해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내세우고 있는데, 민간의료보험 확대와 같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를 저해하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이 어떻게 양립이 가능한지 혼란스럽다.

임창식/ 일산동 주민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