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라는 것은 일정한 과업을 끝내었다는 것을 기념하여 가지는 의식이다.

우리가 일생을 사는 동안에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남자들은 군 훈련소, 직장에서의 연수원 등 등 수많은 졸업식(일부는 수료식이긴 하지만)을 거치게 된다.

그 중에서 초등학교 졸업식이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있는 유일한 졸업식이던 시절이 있었다. 1960년 말까지만 하여도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 70%에 육박하였으니까, 그 전이야 물을 것도 없었다. 1969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평준화 정책이 시작되어서 1971년 전국에서 중학교 입학시험이 사라지기까지는 전국에서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이 50%를 훨씬 넘는 정도이었다.

그럴 즈음에는 국민학교 졸업식장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졸업식 노래를 부르다가 모두들 목이 메어서 울음이 시작되고 졸업식 노래를 끝맺지 못한 채 훌쩍이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것은 이제 이것으로 학교라는 곳을 더 이상 다니지도 못할 형편이니 마지막 교문을 떠나는 슬픔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중학교 평준화 정책이 생겨서 누구나 중학교에 가는 시대가 되자 점점 졸업식장에서 우는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이제는 졸업이 학교 생활을 끝내는 의식이 아닌 중학교로 가는 일종의 통과 의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즈음에는 유난히 정이 많은 어린이들이 선생님과의 헤어짐이 슬퍼서 울음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울음을 우는 것이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한 때에는 졸업식이 끝나면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학교생활에 취미가 없었던 일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던 밀가루 뒤집어씌우기, 교복이나 교모 찢기 등의 야릇한 풍습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어른들의 탓으로 이런 풍습도 차차로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는 요즘이다.

2006년 2월 16일 !
내가 교직 생활을 하면서 마지막 졸업식을 끝냈다. 아직도 초임 발령을 받고 학교를 찾아가면서 가슴 두근거리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4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올해는 정년을 맞아 학교에서 물러나야 하니 참으로 세월은 빠르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 원중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우리 졸업생 56명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시를 적어 선물했다. 아이들의 꿈을 꼭 이루어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달라는 내용을 아이들 각각에 맞춰 따로 지었다. 과학자, 의사, 연예인이 6명씩, 법조인 5명, 교사, 디자이너, 프로게이머, 예술인, 운동선수가 각각 4명씩이었고, 그 외에 요리사, 사업가, 파티쉐, 경찰을 희망하는 사람도 2명씩이었으며, 동물 조련사, 스튜어디스, 군 장교를 희망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이 모든 어린이들에게 각자의 꿈을 이루어서 장차 이 나라 제일의 일꾼이 되어 달라는 당부와 희망을 실어 주는 시를 만들어 준 것이다. 올해로 5년째 이렇게 잘 되어 달라는 꿈을 이루기를 빌어주는 시를 만들어 주었지만, 이것도 금년으로 마지막이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쓸쓸한 마음이 든다.


김선태/원중초등학교 교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