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치료 에세이' 개척

“등단 이후 20년간의 작품 활동과 작년에 나온 수필집 ‘마음의 다락방’ 등을 평가해서 상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수필문학인협회가 수여하는 권위있는 ‘2006 한국수필문학상’을 지난 3일 고양시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진화씨가 수상했다. 이진화씨의 수필집 ‘마음의 다락방’은 읽으면서 치유를 경험하는 힐링 에세이라는 독특한 영역의 글들을 담고 있다. 인간 내면의 세계인 ‘마음’과 자신만의 비밀의 세계를 상징하는 ‘다락방’이 합쳐진 책의 제목이 책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이진화씨는 수필가이면서 또한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한 가족치료전문가이기에 이 수필집이 가능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한 날도 고양시 소년소녀가장 30여명에게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고양시 장애인 글쓰기모임인 ‘행복한 글쓰기’에도 이씨는 계속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원래 서울 토박이인 이진화씨는 1986년 수필로 첫 추천을 받았고 88년 추천를 완료하고 작품 활동을 통해 인간 내면의 치유, 성장과 변화에 대한 관심을 글로 담아왔다. 1993년 고양으로 이주해 온 이씨는 고양문인협회에 몸을 담았고 2002년 회장을 역임했고 고양시장 표창과 경기도 문학상도 수상했다.
고양에서 활발한 문인활동을 벌인 탓인지 “서울 토박이인 내가 지금은 고양이 고향으로 생각된다”고 이씨는 말한다. 고양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시선집과 아동문학선집, 수필선집을 발간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진화씨는 예산이 없어 소설선집을 내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이씨는 전공이 심리치료이기도 하지만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50년을 홀로 산 시어머니와 25년간을 함께 살면서 가족치료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다고. 그래서 가족상담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잡지 ‘행복한 우리집’에 3년째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월간 주부편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상담 경험에서 이진화씨는 “너무 많이 마음이 망가진 다음에는 치료가 매우 힘듭니다.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상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 주었다.
이진화씨는 이번 수상소감을 수필이 아닌 시로 적어 고양시문인협회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틈틈이 써 온 시를 모아 시집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진화씨는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hgina)도 운영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상장
-한국수필문학상을 받으며
이 진 화
상 받으러 나서는 날/ 문득/ 어린 시절부터/ 나도 모르게 받고 흘려버린/ 수많은 상이 생각나
엎드렸다 뒤집었다/ 일어나 앉았다/ 걸음을 떼는 작은 동작마다 주어졌던/ 환호와 박수소리/ 그 투명한 상장들을 잊고 있었다니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받았던/ 사생대회 첫 상장과/ 신문에 활자화 된/ 동시 여섯 줄의 힘이/ 징검다리가 되어/ 여기까지 건너왔다고 믿었는데
뒤돌아보니/ 나를 밀어준 것은/ 그대의 조용한 눈빛과/ 혹독하게 벌을 설 때도/ 멀찌감치 물러서서 기다려주던/ 흐릿한 뒷모습
지금까지/ 무심코 흘려버린 보이지 않는 상들이/ 이곳까지 나를 데리고 왔음을/ 알아채는 아침
햇살이 가만히 등을 두드리고/ 뜰 앞 벚나무에 열린 붉은 음표들과/ 담장 위의 덩굴장미가/ 일제히 축가를 불러주는/ 6월의 셋째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