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촌마을 총각과 베트남처녀 전통혼례식 올려
이제는 쉽게 보기 힘든 전통혼례가 도촌마을에서 열렸다. 참석한 주민들은 신랑과 신부를 축하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전통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4일 법곶동 도촌마을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열린 이용현씨와 김미나씨의 결혼식은 마을에서 40여년 만에 열리는 전통혼례였다. 송포호미걸이의 신명나는 풍물놀이로 시작된 혼례는 고양시 유림협회 주관으로 고양향교에서 나온 이세준 향교전교의 주례로 약 40분동안 진행됐다. 이날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기 위해 마을에는 30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전통혼례를 본적이 없는 젊은이들은 화려한 신부의 의상에 마냥 눈을 떼지 못했고 노인들은 "나도 저렇게 시집왔었지"라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이날 주인공인 신랑 신부는 이용현씨와 김미나씨. 이름만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지만 실은 신부 김미나씨는 베트남에서 온 아가씨다. 여자 앞에만 서면 수줍음이 많아 결혼이 늦어진 이용현씨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베트남 아가씨를 만나 이번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꾸고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찾아온 신부와 하루라도 빨리 결혼식을 올리려 했으나 갑자기 식장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마침 유림협회에서 전통혼례식을 열어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전통혼례로 식을 올리게 됐다. 유림회관에서 올릴 경우 무료였지만 마을 주민이 모두 함께 하기에 편하도록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진행하게 됐다.
식이 진행되는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은 식순에 신랑 신부 모두 굳은 얼굴로 긴장하기도 했지만, 곧 웃는 얼굴로 모인 축하객들을 맞았다. 이날 모인 마을 주민들은 잘 살라며 이들을 축하해주었고 신랑은 "하루빨리 신부를 닮은 예쁜 딸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겠다"고 화답했다.
그동안 전통혼례를 준비하느라 바빴다는 송포 21통 도촌마을 김진수 통장은 "전통혼례를 통해 이렇게 마을사람들이 모여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전통혼례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날 주례를 맡은 이세준 향교전교는 최근 전통혼례에 대한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반 결혼식보다 경건하고 무게감이 있고 또 옛것을 찾는다는 새로움 때문인 것 같다"고 그 원인을 찾았다.
고양유림협회에서는 전통혼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통혼례를 원하는 이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전통혼례를 통해 결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