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 중학생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 고양시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나는 기쁘지만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이 지금 어느 고등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씁쓸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공부 좀 한다는 초 중등생의 자녀를 둔 학부모를 취재하다보면 “만약 특목고로 진학할 수 없다면 고양시를 떠나야 아이를 명문대에 진학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고양시 고등학교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일 것이다.
이런 불신은 고양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지도하는 우리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참으로 맥 빠지고 억울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수 인재들이 외부 고등학교로 많이 빠져나가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1,200여명의 우수 인재가 특목고에 진학했다.
고양시의 특목고에 약 600명 정도가 진학을 한다니 그래도 나머지 절반은 고양시를 떠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교의 질이 명문대 진학률로 평가되는 현 세태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진학 지도 역시 학교의 몫인 것은 엄연한 사실일진데, 고양 밖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고양교육청에서 명문고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우리의 진학풍토도 달라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청만의 의지로는 어렵다. 살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에서도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살기 좋은 도시엔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이 있다. 한 도시의 평가 잣대는 쾌적한 도시, 교통이 편리한 도시, 우수기업을 유치하고, 우수 시설을 들어서는 것에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잣대가 바로 ‘교육의 질’에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