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잉어 유럽 진출길 연 김영수 고양코이 대표

“소아삼색(흰바탕에 까만색과 빨간색이 있는 비단잉어) 머리에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비단잉어를 탄생시켜서 한국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라는 소망을 품고 있다는 고양 코이 김영수 대표.
김대표의 양어장이 자리한 성사천변에는 가을 햇살에 은빛 갈대가 반짝이고 습지에서 물을 정화해서 고마운 식물로 알려진 고마리가 연분홍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이런 주변 환경과 이웃한 잉어 놀이터에는 비단 잉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 대표가 컴퓨터 작업을 하는 연구실이라고 일컫는 이곳에는 옛날에 비료가 귀하던 시절, 제 역할을 충실히 하였던「똥장군」주둥이에는 풍란의 소엽이 심어져서 이제는 제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철거되어 버려진 일제시대 창고의 문짝이 김 대표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서 탁자와 책장과 소파로 천연나무의 푸근한 자태를 뽐내고 강화유리 바닥아래에는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여유롭게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비단잉어 떼들이 꽃게와 다정스럽게 노니는 것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하는 김 대표의 독창적인 생각에 감탄사 말고는 다른 언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5년 전 어느 날 TV프로에서 외국의 정원에 물고기가 놀고 있는 것이 방영되고 이어서 충북 진천에서의 모습도 가슴에 찡하게 와 닿았던 김 대표는 당장 진천으로 내려가서 설레이는 마음에 감동을 듬뿍 안고 온 것이다. 그리고 어릴적 한강에서 올라온 물고기를 잡고 놀았던 성사천변이 자리 잡은 이곳에 농사를 짓던 농토를 과감히 메꾸어서 비단잉어 양식장을 만든 것이다.
몇 해 전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아셈(물고기 박람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우승한 홍백 비단잉어의 가치가 2억 원을 넘는다고 살짝히 귀뜸해주었다. 색깔과 모양(균형)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지는 것으로 볼 때 홍백은 관상어의 왕자답게 몸값을 하는 것에는 키우는 사람의 정성이 더 높이 평가됨을 엿볼 수 있었다. 고양시 최고의 쉼터로 자리 잡은 호수공원에 화려하게 눈부신 빛깔로 호수를 헤엄쳐 다니며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그 비단잉어가 김영수 대표가 올 봄에 1만 여 마리를 호수에 방류한 것임을 전해주었다.
김 대표는 비단잉어의 자연 환경을 위하여 수중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수중식물과 어울리는 절구와 항아리의 절묘한 어울림에서 빚어내는 그 멋에 끌려서 전국 각지의 토속 절구들을 수집하게 되었고 그렇게 모아온 절구가 1천 여 개가 넘고, 항아리도 2백 개가 되고 고물상에서 수집한 제봉틀도 함께 자리 잡게 되었다.
본래 장미를 15년 동안 하였던 화훼농가 답게 탁월한 감각으로 절구에는 연과 수련이 물 칸나와 타알리안이 잘 여문 벼 이삭과 함께 그 멋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에 어떤 할머니가 구경 오셔서 ‘옛날 시집와서 허리가 아프도록 절구질을 하던 것이 여기 다 모여 있네.’ 하면서 향수를 느끼게 해준 것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할머니가 시집올 때 혼수품으로 가져온 그 돌절구도 가보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지인께서 일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면서 선조 때부터 사용하던 돌절구를 건네주고 간 것도, 우리 것을 잘 간직하겠다는 마음으로 관리에 소홀함이 없다고 했다.
일본에 갔을 때 일제 식민지 때 밀 반출되어 간 것으로 보이는 우리 국보급 도자기를 거실의 장식장에서 꺼내서 자랑할 때, 쓰라린 과거의 원망스러움과 아픔 속에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야 함을 다짐했다는 김 대표는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미래도 없다’ 함을 크게 깨닫고서 아무리 첨단 기계화 시설이 되었지만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할아버지가 쓰던 것을 문화 상품으로 개발하여 외국인들의 정원에 절구와 맷돌 그리고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꿈을 꾸고 있다.
물고기 박람회에서 만났던 네덜란드 동,식물 기자이고「Vijve.Ren」편집장인「슈거」와 손잡고서 내년 꽃피는 봄날에 우리나라 최초로 유럽으로 물고기가 수출된다고 전해주었다. 방송국에서 촬영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어린이들이 오는 것은 바쁜 일손을 접고서라도 환영한다는 김 대표는 ‘미래 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체험을 통하여 자연 속에서 큰 인물이 성장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수 대표는 본인을 닮은 아기를 포대기에 업고서 부엌에서 살림하는 정겨운 모습이 한결 같을 것 같아서 결혼한 정은순(아내 42세) 씨와 고3 아들과 자연에 관심이 많은 중3 아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오순도순 살면서 그가 키우는 비단잉어가 세계 정복을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