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너그러운 학부모들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지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학생 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얼마나 교육효과가 다른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원에 보낼 때 한 반 정원을 꼬치꼬치 캐묻고, 학원은 가급적 ‘소수 정예’를 지향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깐깐한 학부모들이 정작 자녀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의 반 정원에는 무덤덤하다는 사실이다. 내년 고양시 고등학교 한 반 정원이 43명으로 늘고 특히 일산지역은 46명으로 늘어나 이 학생들이 2, 3학년이 되어 문·이과로 나뉘게 되면 55명이 한 교실에서 수업할 수도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도 크게 놀라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짐작컨대 우리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한 반이 5, 60명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공교육에 대한 기대가 워낙 낮기도 한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런 무심함을 이용해 35명 수준이었던 정원을 38명으로, 40명으로, 그리고 이제는 43명으로 슬금슬금 늘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공교육에 사설학원 이상의 돈을 붓고 있다. 공짜나 싸게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니라 엄연히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가 인근 지역보다 세금을 덜 내는 것도 아니다. 시민수가 훨씬 많은 서울만 해도 한 반 평균 35명이다. 타 지역에서는 정원수를 줄여 가는 마당에, 고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학교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당당히 찾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망설임 없이 주장하자. 시설이 잘 갖춰진 학원이나 명문 강사가 있는 학원만 좇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공교육의 환경을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교육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긴장하지 않으면서 교육 행정가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지역의 교육환경개선에 최선을 다 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