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걸이’ 가락 이어가는 아름다운 학교

일산서구 송포 벌판 일대는 비옥한 옥토 지대로 인근에서 5천년 전 볍씨(가와지 볍씨)가 출토된 바 있는 고양에서 대표적인 농촌지역이다. 따라서 과거 힘든 벼농사를 위해 품앗이와 두레 등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공동체 문화를 일궈왔다. 이렇게 형성된 마을공동체 문화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송포호미걸이’. 고양시의 대표적인 민속문화로 인정받고 경기도무형문화제 22호로 지정됐다. 이 문화를 이어가고자 호미걸이 가락을 배우는 두 학교를 찾아 지역문화 전승에 기여하는 모습을 담아보았다.


성석초등학교
지역 공동체의 중심

우리 고장 문화 배운다는 자부심에 ‘으쓱’

   
▲ 송포초등호미걸이부1
일산에서 가장 높은 고봉산의 북서쪽 자락에 위치한 성석초등학교는 고양의 대표적인 농촌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학급수 8학급의 작은 학교로 교문을 들어서면 학교가 참 아름답고 아늑하다는 느낌을 준다.

새로 지은 체육관에는 ‘성석호미걸이 어린이풍물단’이 모여 한창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4, 5, 6학년생들로 이뤄진 호미걸이풍물단은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모여 연습을 한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사재윤(4학년)군은 “팔 힘이 세지고 건강해졌다”고 어린이다운 대답을 한다. 유호성(5학년)군은 “그전에 드럼을 배웠는데 호미걸이를 하면서 하고 싶을 걸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오한슬(6학년)군과 박종수(5학년)군은 “학교 운동회 때 여러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한 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고 상쇠를 맡은 이영호군(6학년)은 “꽹과리를 치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즐거워했다.

이 학교 풍물단의 지도강사는 작년 학교운영위원장을 지냈고 송포호미걸이보존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김득배 씨다. 김득배 씨는 “호미걸이를 배운 후 아이들 표정이 밝아지고 정서적으로 부드러워졌습니다. 또 우리 것을 배운다는 자부심에 우쭐해하는 것을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해 하며 “나도 못 배웠는데 쟤는 누굴 닮았나”라며 흐뭇해 한다는 것.

성석호미걸이 풍물단은 학교 운동회는 물론 고봉동 경로잔치에서 어르신들 앞에 실력을 보였고, 가와지볍씨축제 무대에도 섰으며 교육청이 주관하는 학생예술제에도 참가했다. 김득배 이사는 “아이들이 졸업해서 진학할 중산중학교에도 호미걸이반이 있고 보존회에서 직접 지도하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는 고양고가 유일하다고.

성석초등학교는 1940년 성석간이학교로 출발해서 해방되던 해 공립학교로 승격한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다.
김복현 학교장은 초빙교장으로 작년에 부임했다. 부임 후 김 교장은 낙후된 시설로 학부모가 기피하던 학교를, 체육관을 건립하고 교실 증축하는 한편 야생화를 가꾸고 학교 숲을 꾸며 이제는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 시켰다.

아이들의 책읽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독서방송을 실시하고 학부모 명예사서를 뽑아 책 읽어주는 어머니제도도 도입했다. 또한 독서활동과 관련된 곳을 탐방해 현장체험을 하도록 하고 방학에도 도서실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책을 읽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학교에 60여종의 야생화를 심어 들꽃화단을 가꾸면서 5월에는 야생화 그리기와 글짓기, 탐구보고서쓰기, 사진전 등을 열었다. 그뿐 아니라 들꽃 앞에 붙여놓았던 이름표를 떼고 이름 알아맞히기대회를 여는 등 아이들의 흥미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시행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고양시로부터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학교숲을 조성, 아름다운 학교의 면모를 갖췄다는 것.

학생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음악줄넘기를 도입한 것도 성석초등학교의 자랑이다. 운동장에서 음악 줄넘기 조회를 하기도 하고, 줄넘기 시범단과 음악 줄넘기부를 상시 운영하면서, 줄넘기 급수제를 연 2회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운동회 때에 체험교실 학생들과 시범단이 공연을 가지기도 한다.
농촌 지역에서 교정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지역 전통문화의 맥잇기에도 열심인 성석초등학교를 위해 졸업생들도 장학금을 마련,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공동체 의식을 이어가는데 학교가 중심이 되고 있다.
 /윤영헌 기자


송포초등학교
‘송포호미걸이’의 긍지

“호미걸이 장단에서 막걸리 맛이 나요”

드넓은 송포 들녘 가운데에 자리한 송포초등학교(학교장 오성덕)는 1935년 개교한 이래 7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학교다. 전형적인 농촌마을학교이었지만 작년 가좌마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농복합마을의 학교 특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송포초등학교에서는 이 지역에서 발생한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송포호미걸이부’를 운영하고 있다. 4, 5, 6학년 42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어린 국악인들을 김순덕 교사가 담당교사를 맡고 호미걸이보존회원이면서 이 학교 학부모인 우영란 씨가 지도강사를 맡고 있다. 호미걸이부 학생들은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모여 12채 가락 및 호흡법과 타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다. 우영란 강사는 여기에 의욕에 더 보태 매일 아침 8시부터 40분간 하루에 한 악기씩 지도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우영란 씨는 “풍물을 배우면서 산만하고 말썽꾸러기인 학생들도 성격이 차분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성 교육으로는 매우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김순덕 담당교사도 “아이들이 공연에 나간 후면 매사에 자신감을 가집니다. 호미걸이 가락 외에도 국악 장단을 지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호미걸이부 학생들은 호미걸이보존회에서 마련한 올해 가와지볍씨 축제의 무대에도 올라 그간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장미축제와 백송축제 등 학교축제 무대는 물론이고 마을축제 무대에도 초청을 받았다. 또한 파주에서 있었던 장애우 수련회에 초청받아 공연할 때에는 장애우들이 모두 춤을 추면서 즐거워하기도 했다고.

호미걸이를 배우는 김다영(6학년)양은 “공부에 대한 강박감을 우리 가락을 두드리면서 몽땅 날려보낸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상쇠를 맡은 김아람(6학년)양은 “학교 무대에 올라섰을 때와 연주가 끝났을 때 큰 박수를 받은 것이 가장 큰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전윤선(5학년)양은 “우리는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준이 매우 높다”고 자랑한다. 천사라(5학년)양은 “가락이 흥이 나고 5천년의 역사가 담겨 막걸리 맛(?)이 난다”라며 자신의 느낌을 기발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이들 아이들이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맥이 끊어진다는 점이다. 우영란 강사는 “송산중학교에 진학한 이 아이들의 선배들이 학교축제 때 무대에 올리겠다며 이곳에 와서 연습 중”이라며 중학교에서도 특활시간을 이용해 호미걸이 장단을 배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특별활동 시범학교로 지정받은 송포초등학교는 호미걸이부 외에도 다양한 특별활동부가 있다. 김윤경 교감은 △유도 △매직풍선 △민요전래놀이 △수화 △만화캐리커쳐 △리코더 △다도예절 △기타 △국악난타부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특별활동으로 자기표현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송포초등학교에서 자랑하는 활동은 민주시민의 소양을 기르는 자치활동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회의 주제를 설정하는 의제중심의 학급어린이회를 운영하고 있고 누구나 회의를 쉽게 주재할 수 있도록 상세한 회의 시나리오도 작성해 놓고 있다. 그리고 1-2학년의 경우에는 주일 반장제를, 3-4학년은 월 반장제를, 5-6학년은 학기별 반장제를 운영하면서 임원 선출에 나설 때는 꼭 러닝메이트를 만들어 출마하도록 하고 있다. 송포초등학교는 ‘자치활동은 교실을 춤추게 한다’라고 표현한다.

학교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활동 등을 모아 ‘송포골 아이들의 함성’이라는 예쁜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 학교 졸업생들은 10월 3일이면 학교 운동장에 모여 체육대회를 가지면서 모교와의 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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