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관계도, 사제지간도 가족처럼 알콩달콩

특별기획 - 아름다운 학교4모든 게 대형화 추세다. 음식점, 할인마트, 하다못해 동네 서점도 이젠 대형화 되어가고 있다. 학교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고양은 거듭되는 개발로 학교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이나 행복도 있다. 이에 본 기획은 작기에 더욱 정겹고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교생이 100여명 남짓한 작은 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편집자 주>대곡초등학교- 등산하고 야영하며 마음의 벽 허물어자연을 쏙 빼닮은 아이들대곡역에서 10분 정도 걷다보면 번화한 백석과 화정 도심 사이에 숨어있는 듯한 대곡초등학교(교장 김재욱)를 찾을 수 있다. 전형적인 농촌학교인 대곡초교의 전교생은 6학급 125명, 교직원 12명. 그린밸트 지역이라 학교 앞엔 그 흔한 구멍가게나 PC방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심심하지 않다. 학교 뒷산이 놀이터고 들꽃이나 벌레들이 더없이 좋은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올 초 부임해 작은 학교의 매력에 흠뻑 빠진 양정모 교사는 “아이들 수가 적다보니 여차하면 뒷산에 올라 수업도 하고, 학교 앞 텃밭에 채소를 가꾼다”며 “아이들이 자연에서 생활하다보니 모두 순박하다”고 말했다. 이런 자연환경 덕택에 주말이면 캠핑 등을 위한 외부의 대여요청이 줄을 잇고, 또 산림청으로부터 ‘2007년 학교숲 시범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심아이들보다 자신감 오히려 커이 학교에서는 왕따나 학교폭력 같은 걱정은 없다. 내곡, 대장, 상황동에서 오는 아이들은 6년을 함께 동고동락할 뿐 아니라, 한 마을에 살면서 서로의 속내를 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년들은 등굣길에 만나는 저학년 아이들을 친동생처럼 여기며 생활지도를 도맡고, 저학년 아이들도 선배들의 따뜻한 배려가 마냥 든든하다고. 또한 아이들의 자신감도 크다. 대곡초교에 4년째 근무 중이라 전교생의 가정형편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박순자 교사는 “아이들이 누구나 여러 번 상을 받아 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무엇을 하든 자신감이 있다”며 “그래서 신도시 중학교로 진학하고 나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학교생활을 더 잘 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풍성올 초 부임한 김재욱 교장은 “작은 학교의 강점을 살리자”는 포부로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올 봄에는 버스를 대절해 전교생이 부모님과 함께 강화도 마니산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고, 4월에는 민속놀이와 체육놀이가 어우러진 개나리축제에 가족들을 초대했으며,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알뜰바자회도 열었다. 특히 9월에는 ‘학부모와 함께 하는 학생 야영활동’을 마련했는데, 부모와 자식 간은 물론, 친구 관계, 그리고 사제지간의 벽도 허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학부모 윤중덕씨는 “마을과 학교 간에 생기기 쉬운 괴리감을 말끔히 씻을 수 있었으며,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체임을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고 말했다.김재욱 교장은 “올 해는 미처 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아이들 모두에게 봉숭아 물을 들여주고 싶다”며 봉투에 담긴 봉숭아 씨를 보여줬다. 봉숭아물을 곱게 들인 대곡초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떠올리니, 이 역시 작은 학교라 가능한 재미가 아닐까 싶다. 흥도초등학교- 지역 주민에게 학교 문 활짝 열어 학교 곳곳 집처럼 푸근해전교생 108명, 교직원 13명의 흥도초등학교(교장 안기순) 2층 복도 중앙엔 이 학교 식구들의 사진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거기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장기나 미래 꿈까지 적혀있으며, 또 아이들의 미술작품도 걸려있어 더욱 정겹다. 1935년에 설립되어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지만, 건물만큼은 신설학교처럼 깔끔하고 예쁘다. 안기순 교장이 의욕적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교육청과 시청의 지원을 받아 학교 안팎을 리모델링 한 덕분이다. 100여명의 전교생이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큼직한 다목적실도 눈에 띈다. 운동장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도내울쉼터는 야외학습장으로 그만이고, 정원처럼 가꿔진 학교 진입로와 '학교 숲 만들기' 지원 사업으로 심어놓은 나무와 야생초가 어우러져 있다. 아이들이손수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가꾼 토마토, 가지, 호박 등은 모두에게 즐거운 먹거리다. 얼마 전에도 고구마를 수확해 아이들이 모두 집에까지 가져갔다고.작은 정 나누며 타인에 대한 이해심 키워안기순 교장은 “아이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예의바르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백 사람 중 한 사람의 파장보다 열 사람 중 한 사람의 파장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더 조심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서로 작은 일도 나누며 정과 신뢰를 쌓아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흥도초교의 아이들은 모두 낯선 어른에게 인사를 잘하고 친구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자연스럽다. 걷는 게 조금 불편한 세현양(1학년)의 어머니 서진영씨는 “처음에 입학 할 땐 아이가 학교가길 싫어했는데, 막상 다니고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친구들도 잘 도와주고, 선생님들도 따뜻하게 배려해줘 아이가 학교 가길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운동기구 갖추고 체육공원 역할 톡톡히흥도초교는 인근에 이렇다 할 공공시설이나 문화공간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언제나 열려있다. 도내울쉼터는 주말이나 저녁시간 지역주민들이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쉼터가 됐고, 운동장 둘레 공간에 운동기구 10여종과 가로등을 설치해 체육공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다목적실에서는 해마다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도내울 사랑잔치’를 여는데, 주민들은 아이들의 학예발표회를 지켜보며 기특해하고 또 즐거워할 뿐 아니라 푸짐하게 음식을 마련해 와서는 전교생과 나눠먹기도 한다. 추석 당일에 열리는 동네잔치 당연히 흥도초교 운동장에서 열린다. 그러나 흥도초교는 지역 주민이 부담없이 찾아와 배우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더욱 학교 문턱을 낮추려 한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을 전일 개방하고, 지역체육문화센터를 건립, 공부방 설치 등을 희망하며 지역에서 유일한 교육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학교의 문이 지역사회에 활짝 열려있을수록 우리 아이들에겐 풍성한 배움을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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