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국악협회 김권수 회장

 “국악은 나라음악이며, 민족음악이며 조상의 빛난 얼과 혼, 한, 흥, 멋과 정, 중, 동의 아름다운 선, 자연의 풍광 등 우리의 민족정신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사고를 표출해 내는 예술로 세계에서 가장 으뜸의 예술이다.”

고양시 국악협회 김권수 회장의 말이다. 지난 11월 28일과 29일 고양 어울림 극장에서는 몽연연가(부제 고봉산 한 씨 미녀 설화) 창작 소리극이 있었다. 몽연연가는 고구려 22대 안장왕(AD 519~531년)이 태자(흥안) 시절 고양시(개백현) 일대를 정탐하다가 한주라는 미녀를 만나 정혼을 하고 고구려로 돌아가 왕위에 오르게 되며, 한주는 개백현 태수의 청혼을 거절하고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안장왕은 을밀장군에게 한주를 구할 것을 명하고 을밀장군은 개백현 태수 생일 잔칫날 무객으로 가장하고 침입하여 한주를 구하고 고봉에 올라 봉화를 올리고, 안장왕을 맞이하여 황후가 되었다는 사랑이야기다. 

김회장은 극중 태자(안장왕)역을 맡았다.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현실에서 애틋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역을 멋드러짐과 흥겨움으로 열정을 쏟아내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천년을 넘는 시대를 초월한 역을 맡아 가슴이 찡하도록 뜻깊다. 앞으로 그곳에 가면 기억나는 무엇처럼 고양시에 하면 몽연연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소리극을 해마다 더 풍성하게 만들어내고 싶다”고. 

김회장은 2001년 고양시 국악협회 3대 회장을 맡으면서 춘향전, 월매뎐, 봉이 김선달, 춘향이 나이 오십에 등 여러 편의 소리극을 무대에 올렸다. 무형문화재 19호(경기민요 선소리), 서울시 무형문화재 21호 이수자이기도 하다. (전수자는 배울 때를 뜻하고 이수자는 5년 동안 전수를 받아서 심사하여 합격하면 이수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관산동의 정겨운 솔밭이 있는 뒷산에서 운동을 하면서 목을 관리하고 있다고. 아내 박행숙씨도 같은 국악의 길을 걷고 있다. 8살, 3살 아들 둘과 살고 있는데, 집에서도 젓가락을 잡고서 장단을 잘 맞추는 큰 아들 영주가 3살 무렵에 산책을 나갔다가 등에 업혀서 ‘아리아리 쓰리쓰리’하면서 강원도 아리랑을 불러서 하지 말라고 엉덩이를 한 대 때렸더니 그 다음에는 뱃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아마도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국악을 자연스럽게 접한 덕분이 아니겠나며 김회장은 내심 말리고 싶지만 끼와 재능이 있다면 원하는 대로 해줄 뜻도 있다고. 

고향인 안성에서 김회장은 눈만 뜨면 소리를 접했다. 큰아버지는 안성 남사당패, 사촌 형은 서울시 문화재에 소속이다. 부친도 자전거로 수원까지 가서 축음기를 사올 정도로 소리를 즐겼고 김회장 본인도 초등학교 때 ‘상여’의 선소리꾼 소리에 끌려서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데도 산에까지 따라가기도. 시골 장날만 되면 부친의 손을 잡고 악사들이 공연하는 천막에서 하루를 보낼 정도로 소리에 마냥 빠졌었다. 노래방에서는 국악풍 트로트를 주로 부르는데 ‘평양 아줌마’가 그의 ‘18번’이란다.

몽연연가에서 안학 공주 역을 맡았던 최원형씨는 12년 째 김회장에게 소리를 배우고 있다. “선생님 소리는 하늘이 내린 소리입니다. 많은 소리를 들어보았지만 다른 사람은 흉내낼 수 없습니다.” 

김권수 회장이 이끌고 있는 ‘고양 소리모임’ 또한 단합이 잘 되어서 다른 데서도 부러워할 정도라고. 양로원을 비롯하여 소외된 이웃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공연을 하면서 보람을 찾고 있다. 

김회장은 80년대 말부터 MBC 우리가락 한마당, KBS 국악 한마당을 단골로 출연하기도 했다. 12월 6일에는 전국 국악 민요 경창대회에서 최우수상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고양시가 국악의 불모지인데 우리 음악의 중심으로 꼭 만들어서 소리극을 발전시키고 싶고, 내년 5월 아람누리 개막공연으로 몽연연가를 올리고 싶다”는 김회장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에게 경기민요의 대표작인 창부타령을 신명나게 불러주었다. 

‘아니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박영선 기자/ ysun7258@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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