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사는 비결? 마음을 비우는 거지”
자녀 모두 출가하고 신혼처럼 지내는 재미 쏠쏠
직원 셋이 조합원들에게 쌀 한두 가마씩 걷던 시절 떠올라
쌀 값 20년 전하고 전혀 변함없어 안타까워

“송포농협 초기엔 사무실도 없어 동사무소 한 귀퉁이에서 직원 셋이 일했지.” 원로 조합원으로 송포농협 개설 1, 2대 임원을 지냈던 유호용(75)씨에게는 조합원들에게 출자를 독려하기 위해 벼 한두 가마씩을 걷던 송포농협 초창기 시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송포농협을 지켜보는 게 장성한 자식을 바라보는 것만큼 뿌듯하다. 더구나 유호용씨의 큰 아들은 현재 농협에서 경제사업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게 자기 실력이 좋아서 된 건데 뭐...”라면서도 지역을 위해 일하는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표정에 가득했다.“

지난 20년간 쌀값이 똑같아. 그러니 예전에는 농사 지어서 자식들 공부를 시킬 수 있었지만 요즘은 너무 힘들어. 형편이 그렇다보니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이도 없구.”

과거에는 논농사를 8천 평이나 짓던 유호용씨는 고희를 넘긴 나이에 큰 농사가 버거워 지금은 자녀들과 나눠먹고 조금 남을 만큼 콩이나 마늘 등 밭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농삿꾼들의 애환이나 농촌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한결 같다. 그래서 농협에 대해서도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경제사업이나 환원사업으로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내와 중매결혼을 해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2남 3녀의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기까지 고생도 많았지만, 속 썩이는 자식없이 모두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꼭 전화하는 속 깊은 자녀들을 보면 힘들었던 시절도 가슴 따뜻한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다고. 더구나 막내딸이 집 근처에서 살면서 수시로 친정집을 찾아 외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지낼 수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또 5남매를 키우다보니 정작 신혼다운 신혼을 보낼 겨를이 없었던 유호용씨에겐 국내외로 아내와 여행도 자주 다니는 요즘이 신혼같다. 얼마전에도 아내와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집사람이 진짜 고생 많이 했지”라는 그의 말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10년 전에는 게이트볼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어.”라는 유호용씨는 운동을 좋아해 궁도나 게이트볼을 즐기고 또한 원로청년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젊게 사는 비결을 묻는 물음에 유호용씨는 “뭐 별거 있나. 나이 들면 마음을 비우는 거지”라고 대답했다. 그런 유호용씨에게서는 수십년간 형제의 정을 나누며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원로청년회’의 이름처럼 청년 같은 어르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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