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닿은 곳에 40명 천사들이 산다
향동동에 위치한 복지시설인 천사의 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이 보편화된 요즘이 아니었다면 가다가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구단지 사이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구불구불 고갯길을 지나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야 작은 새가 그려진 타일로 장식된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천사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덕양구 향동동에 위치한 복지시설 천사의 집(원장 장순옥)은 현재 미인가시설로 정부의 보조금없이 민간봉사단체와 개인 후원으로 정신지체 장애우들 4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순옥 원장은 자신도 척추카리에스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장애가 복지시설을 운영하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다보니 운영이 힘든 것은 당연한 일. 근처 특수학교로 다니는 학생도 8명이나 돼 살림하기가 만만치 않다. 요즘같은 겨울철이면 난방비로만 한달에 170여만 원이 든다. 산꼭대기에 위치해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지하수를 끌어다 사용하다보니 전기세만 해도 한달에 30여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미인가 시설이란 이유로 정부의 지원도 없이 경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장순옥 원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최근엔 경제가 어려워져서 그런지 후원금이 줄어들고 있어요. 천사의 집이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다보니 어렵죠. 하지만 제가 원해서 시작한 일인걸요. 그래도 잊지 않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고맙죠”
이날도 멀리 동대문에 위치한 숭실교회 김석중 목사와 서울 경기 등 각 지역에서 모인 함박선교회 회원 10여명이 점심식사 준비를 위해 천사의 집을 방문했다. 떡국을 끓이기 위해 파를 썰고 만두를 꺼내고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건강한 몸으로 남을 위해 일하며 느끼는 보람을 알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식재료들을 부엌으로 옮기며 봉사활동을 한 함박선교회 이만재 장로는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천사의 집에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향동동의 지역 재개발로 곧 이사를 해야하기 때문. 복지기금과 주변의 도움으로 벽제에 이전할 수 있는 부지를 마련했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을 마련해야 하기에 새 건물로 이전을 하기까지 장순옥 원장의 고민은 끝이 없다.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불편한 부분이 있는 이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일반인들보다 더 좋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척수염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보다 어려운 장애우들을 보살피며 행복을 찾은 그녀는 어려운 현실의 앞에 절망보다는 희망이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향동지구 개발로 이전대책 시급
현재 천사의 집은 미인가 복지시설이다. 신고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나 시에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미신고시설 신고시설로 전환 유도에 따라 천사의 집도 신고시설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시설장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장순옥 원장은 지난 2005년 사이버대학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복권기금과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고양동 벽제에 새로운 건물부지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아직도 힘든 상황이다. 벽제에 새로 천사의 집이 세워질 때까지 얼마의 시간과 노력과 경제적 도움이 필요할 지 알 수 없다. 일반인이 아닌 장애인 시설이다 보니 신고시 필요한 기반 시설도 이것저것 많기만 하다. 신고시설로 등록이 된다고 해서 큰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복지 담당자는 “신고시설의 경우 시설장에 대한 운영비로 월 60만원과 공공시설요금의 50%가 지원된다”고 말한다.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천사의 집을 이끌어가는 힘은 개인 봉사자 한사람 한사람의 참여일 수밖에 없다. 40여명의 천사의 집 가족들을 보살피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어루만져주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들을 도와 줄 자원봉사자들의 연락을 천사의 집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연락처 02-3158-6501
후원금 계좌번호
(예금주:장순옥/천사의 집)
국민은행 052-01-0365-327
기업은행 210-020900-01-019
우리은행 129-100378-12-401
농협 217060-51-098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