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 늘푸른직업재활원
생선을 잡아줄 것인가, 생선 잡는 법을 가르쳐줄 것인가. 유태인교육법으로 널리 알려진 이 고민은 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 있어서도 적용이 가능한 문제다. 단순히 생활시설을 마련해 먹고 자고 입는 것을 책임지던 것이 예전의 장애인 시설이었다면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하고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직업시설이 최근의 장애인시설이다.
관산동에 위치한 늘푸른 직업재활원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손수 복사용지와 영수증, 팩시밀리 용지 등의 감열지를 생산하는 보호작업장이다. 2005년 문을 열고 2006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해 현재 암센터, 복음병원, 각 동사무소 등에 복사용지와 영수증용 감열지를 납품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모두 17명. 기계작업을 책임지는 두 명의 인부를 제외하고는 생산장안에서 복사용지와 감열지를 규격에 맞춰 만드는 모든 작업을 장애인들이 하고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단순한 포장작업만 하지는 않는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복사용지를 자르고 있는 이제욱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한쪽 눈이 불편한 이제욱 씨는 재단을 배워 시각이 아닌 연륜과 감각으로 복지용지를 재단하는데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장애인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능숙하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작업에 큰 문제는 없어요.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소속감이 강하고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해요”
늘푸른직업재활원을 전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백명자 원장은 장애인과 장애인이 생산한 물건에 대해 삐딱하게 바라보는 세상을 향해 그것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장애인들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긍심이 강하고 성취욕도 있으며 그들이 생산한 물건이라고 해서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호작업장이라고 해서 단순히 직업공간으로 끝나지 않아요.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일반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응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어요.”
가정이란 닫힌 공간에서 그나마 장애인 학교를 통해 사회와 접촉할 수 있던 장애인들이 학교졸업과 함께 다시 가정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곳은 그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이곳에서 일하게 된 29살의 김민호 군도 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가정에서 있다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경우다. 내성적이고 조용했던 성격이 사람들과 함께 하며 활발하고 명랑해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장애근로자들이 처음에는 출퇴근하는 것도 두려워 할 정도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사회복지사들과 지속적으로 적응훈련을 통해 혼자서 출퇴근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진다고 한다.
현재 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일정규모이상의 기업체에 장애인들을 채용해야 하게 되면서 장애인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게 됐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장애인들이 일반 근로자들과 함께 생산활동에 투입되어 적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곳 자체로 직업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일반업체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죠. 이곳에서 일을 익히고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 일반업체로 취업을 가기도 해요.”
얼마 전 이곳에서 일하던 4명의 장애근로자들이 일반업체인 미래문화사로 취업이 되어 일하고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외부로 더 많은 이들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백명자 원장의 희망이다.
/취재·박수연기자 사진·황영철 기자
이렇게 도와주세요
“우리 상품 고객이 되어주세요”
얼마 전 이곳에 처음으로 후원물품이 왔다. 한 민간업체에서 사골 20박스를 보내온 것. 처음 받아보는 후원물품에 기뻤다는 백명자 원장은 그러나 후원도 좋지만 더 기다리는 것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고객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기업처럼 홍보나 영업을 담당할 인력이 없어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관공서나 업체를 찾아다니며 영업까지 담당하다보니 당연히 홍보에 있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
“장애인들이 만든 상품이라고 무조건 구입할 것을 강요하진 않아요. 그만큼 품질에 대해 자신이 있으니까 비교해 보시고 필요한 물건이라면 구입해 주시길 바라는 거죠.”
장애인이 만든 물건을 구입하면 1명의 장애인이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거라고 말하는 백 원장은 “장애인복지에 기여하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장애인 생산물품 구입에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