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호 고양시의회 의장

최근 시의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풀뿌리 의회조차 당대 당 대결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어느 때보다 초선 진출이 늘어나 의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 부정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의원들의 해외연수 역시 빠지지 않고 도마에 올랐다.
정당 공천제로 제5대 고양시의회가 출범한지 7개월이 지난 지금, 90만 인구의 대표자인 의회의 수장을 맡은 배철호 의장을 만나 대안과 계획을 들어봤다.
취재 강희정 편집인 | 사진 황영철 기자
정당공천제 이후 당대 당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의 소리가 높다.
-학급의 반장이라도 그 반이 잘 되기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물며 90만 시민의 수장으로서 마음이 더욱 무겁다. 당론과 관계없이 시민을 위한다는 자세로 일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 당 대결 구도가 좋지 않은 이유는 시민의 삶과 무관한,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상복을 몇 년 입는 것이 옳으냐는 과거의 ‘예송논쟁’처럼 말이다. 그래서 대화와 설득으로 고양시를 위한 결정을 최우선한다는 건강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 흐름이 의회 분위기를 주도하게 된다면 우려도 불식될 것이다.
당대표도 선임된 만큼 대화와 설득만으로는 어렵지 않겠나.
-물론이다. 시스템이 바뀔 수 있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대표가 선출된 후 당 대표 의원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간이 마련되면 당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그러면 자연히 당론이라는 것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물론 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 공간이 만들어갈 파장이 더욱 문제다. 그래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내가 의장으로 있는 한은 당 대표의원실이 만들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의원들에게 당 생활을 자제하자고 얘기한다. 밖에서야 어떨지는 몰라도 적어도 의회 내에서는 당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의회 자체의 위상을 강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정당공천제라는 제도 자체가 이미 당 대결구도를 배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선거구제는 지역구가 크기 때문에 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돈 없는 사람은 감당하기 어렵다. 피선거권에서 이미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 정당공천제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중선거구제로 2∼3명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양당구도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회가 협력보다는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장단에서 정당공천제를 없애고 소선구제로 회귀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모으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이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각 당 대선주자들이 결정되면 후보들을 초대해서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받아내려고 한다. 그게 더 빠른 해법이다.

-수학여행이 꼭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 점에서 관광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바로 해외 여행으로 못박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의회도 시민을 위한 연수는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단지 ‘보고 왔다’는 차원에 시민들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배우고 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2개 팀으로 나누어 연수를 갈 예정인데, 내가 이끄는 팀은 인도와 스리랑카로 떠난다. 처음에는 우리보다 뒤떨어진 사회에서 뭘 보겠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인도는 알다시피 IT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양시의 미디어 산업을 위해서도 보고 배울 것이 많다. 또 스리랑카 노동자는 우리나라에 5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북부지역에만 1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또, 이들이 돌아갔을 때 한류형성의 큰 인적자원이 된다는 점에서도 스리랑카 의회와 자매결연을 맺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사관을 통해 대통령 면담도 요청해놨다. 대사관에서도 국회가 아닌 시의회에서 이런 요청을 한 것이 이례적이라며 반기고 있다. 백석동 쓰레기 소각장 증설로 인해 기존 시설을 폐기해야 하는데 기술이전과 함께 수입을 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혀왔다. 그래서 이번 연수에서는 더욱 할 일이 많다.
의회 위상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주민들은 의원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한이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예산 편성 권한도 없다. 그저 예산이 올라오면 적정선 여부를 심의하고 삭감하는 것이 전부다. 시민들이 실질적인 자치권을 행사하려면 편성권도 있어야 한다.
또 시정과 시장을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미래상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고양시는 순식간에 덩치를 키웠다. 하수도와 같은 문제는 작아 보일지 모르나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하드웨어가 좋아도 자잘한 생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민의 만족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시민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원한다. 만약 고양시가 외피를 부풀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면 의회는 시민의 대표로서 이를 바로 잡고 예산의 효율적 배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 속에 신뢰로 우뚝 서는 의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의장의 역할이 크다.
-처음 의장을 맡았을 때 일을 아주 잘하겠다는 약속은 못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권 개입 없이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의장이 되고 싶다. 특히 이번 5대에는 초선의원이 많다. 나이도 젊고 패기도 넘친다. 특히 공부하는 자세는 자랑할 만하다. 의장은 이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선 의원들은 말을 아끼는 경향이 있는데 보다 젊고 역동적인 의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 주력하는 일은?
-하루에 먹을 것이 없어 죽는 사람이 5만 명이나 된다. 기가 막힌 일이다. 그래서 없는 사람을 위한 일에 관심이 많다. 한 해에 평균 1억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재물이 없어도 봉사할 수 있지만 있는 자가 환원하지 않으면 구두쇠가 된다. 많지는 않지만 가진 자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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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이력
·능곡중학교 졸업
·경기상업고등학교 졸업
·서울사이버 대학 졸업
·성균관대학 유학대학원 석사과정
·제일은행
·고양시 의료보험조합
·고양행주로타리 역대회장
·고양시 3, 4, 5대 의원(화정1·2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