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으로 고른 책 스무해동안 500권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렸던 명작 <파랑새>. 이 동화가 첫 출간된 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것도 바로 우리 곁에서 ‘행복한 표정을 전해 주는’ 것을 모토로 수많은 치르치르와 미치르를 위해 정성껏 책을 만들고 있는 파랑새를 찾아 그들이 말하는 행복한 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김선주 기자/사진·황영철 기자
파랑새의 출발은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붐을 이루기 훨씬 전이 1988년이다. 지금까지 약 500여권의 책을 출판하며 어느 새 스무 살, 청년출판사가 된 파랑새는 아이들에게 행복의 ‘꿈씨’를 물어다 주는 책을 만드는 것을 출판 철학으로 삼고 있다.

파랑새의 또 다른 특징 하나. 그것은 문학·교양·만화 등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각 분야의 무게중심이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린이책의 기본 줄기인 그림책과 문학은 물론 예술·학습·만화 등이 모두 풍성한 읽을거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균형이 잡힌 성장이라고나 할까.

프랑스 어린이책 최고의 영예인 토뎀상을 받은 작품 <푸른 개>와 그림책의 거장 레오 리오니의 최고 걸작 <파랑이와 노랑이>등이 포함된 물구나무 이야기 그림책 시리즈와 수수께끼를 풀듯 재미난 생물 분류법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과학적 상상력이 빚어낸 씨앗 이야기 <어, 씨가 없어졌네요!> 등의 물구나무 지식 그림책 시리즈는 우수한 외국책을 번역한 경우가 많은 반면, 그 외 분야는 국내 창작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혼혈 입양아, 점박이 소녀, 자폐증 노인 등 아픈 곳을 감싸 안으며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일곱 편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쌀뱅이를 아시나요>, 같은 반 친구들 사이의 왕따 이야기 <양파의 왕따 일기> 등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창작 동화 시리즈인 사과문고는 깊고 넓은 문학의 재미는 물론 아이들의 정서와 현실을 반영한 여러 소재를 다루며 삶에 대한 시야와 생각의 깊이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정호승, 곽재구, 오정희, 이청준, 김용택 등과 같이 성인작품 대작가의 동화나 동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사과문고의 특징 중 하나다.
그 외 철학 동화집, 기획 동화, 북한 동화, 삼국지 구비동화 등의 문학작품과 역사 인물 동화, 킹피셔 백과사전, 김미진 선생님이 들려주는 미술 동화 등의 인문·예술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책 크기의 틀을 깬 ‘빅북 클래식’은 현재 <해저2만리>와 <안데르센 동화집>이 출간됐는데 온 가족이 모여 커다란 책을 펼치고 이야기와 그림이 보며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으며, 아이들이 성장하며 꼭 읽어야할 그리스 신화를 25년간 심혈을 기울여 새롭게 해석한 그리스에서 만든 어린이를 위한 <그리스 신화>의 번역도 놓치면 아까운 작품이다.

“앞으로는 과학이나 역사 등의 교양서에 좀 더 주력할 계획”이라는 서 주간의 설명을 들으며 파랑새가 우리 아이들에게 향후 어떤 ‘꿈씨’를 물어다 줄지, 그 씨가 어떻게 싹을 틔울지 궁금했다. 분명한 건 그렇게 움튼 싹이 무성한 잎이 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파랑새 책에는 한결같이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던 바로 그 ‘행복의 파랑새’가 곳곳에 숨어있는 까닭이다.
편집인이 추천하는 책
<수학선수>
<토미를 위하여>
<크레용 왕국> 시리즈
<쌀뱅이를 아시나요>
<로마 미스터리> 시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