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가좌마을 고인돌의 운명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인돌이 많은 국가에 속한다. 고인돌은 선사시대의 돌무덤으로 땅속이나 땅위에 주검을 안치하고 그 위에 돌을 얹는 방식의 무덤, 또는 제단의 일종이다. 고인돌은 전세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데 특히 한반도에는 약 3만여 기가 분포해 가장 많은 고인돌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고조선과 삼한시대 마한 지역에 특히 많은 고인돌은 고양시에도 몇 기가 존재하고 있다. 고양시의 고인돌은 근접한 파주의 당하리, 다율리, 덕은리 고인돌군, 강화도에 산재한 고인돌과 함께 한강 서북부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북방식, 남방식이 혼합된 고인돌 형태인데 워낙 소규모인데다 보존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 방치돼 있어 울타리와 안내간판, 소개책자 등 보존과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근 파주시와 비교된다.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가좌마을에 있는 송포초등학교 뒷산은 ‘가좌근린공원’이란 이름으로 개발돼 지역 주민을 위한 산책로를 포함한 공원으로 조성됐다.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일산 신도시 외곽지역의 하나로 전원도시에 걸맞은 너른 들과 심학산으로 이어지는 농촌의 정취가 물씬 풍기던 곳이었는데, 민간개발로 인해 학교부지, 도로사정 등 기반시설 부족과 제2자유로 노선에 따른 갈등이 증폭되었던 대표적인 난개발 지역이 됐다.
이 지역은 한강 너머 김포지역과 함께 가장 오래된 볍씨가 발굴된 곳이며, 1960년대까지 서당이 교육기관으로 활용됐던 유서 깊은 곳이다.
송포초등학교 뒷산 가좌근린공원 상부에 위치한 정자 바로 아래에 있는 가좌동 고인돌은 잘 다듬어진 공원시설과 달리 풀숲에 일부가 파묻힌 상태로 방치돼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하다.
청동기 자체 제작했던 강력한 부족

일산신도시가 개발될 때 토지공사에서 발간한 <고양시의 역사와 문화유적>에도 가좌동 고인돌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가좌동 송포초등학교 북쪽 능선 정상부에서 약간 서쪽으로 치우친 지점에서 확인되었다. 주위에는 여러 기의 민묘가 조성되어 있고 지석묘는 민묘의 할개 머리 부분에 박혀있다. 재질은 화강 편마암이고 평면 형태는 장타원형이며 규모는 장축길이 297cm 단축길이 150cm 두께 50cm이다. 대부분이 땅에 묻혀 있어서 정확한 구조의 파악은 어려우나 지석이 땅 속에 묻혀있는 소위 남방식 지석묘라 생각된다.
-토지박물관 학술조사총서 제3집 <고양시의 역사와 문화유적>
그렇다면 청동기 시대, 고양지역은 어떤 곳이었을까? 일산신도시 지표 조사 때 청동기 유적이 발견된 곳은 무려 12군데에 이르렀다. 벽제, 원당, 신도, 일산지역에서 고인돌, 동모주범(銅牟鑄范), 간돌도끼와 같은 석기류, 토기류들이 확인되거나 출토됐다. 이중 성사동에서는 ‘동모주범’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는 고양지역에서 청동기를 제작하였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청동기를 자체 제작하지 못한 여타의 주변세력들에 대한 정치적 우세를 의미해주는 물증이기 때문이다. 즉 당시 고양에는 여타 부족을 아우르는 강력한 청동기 부족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청동기와 철기문화의 세례를 받으면서 고양지역은 진국(辰國)이라는 거대한 연맹체 국가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진국 연맹체가 붕괴된 뒤에는 삼한(三韓) 중 가장 거대한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마한연맹체에 포함된다. 마한연맹체는 54개의 국(國) 단위로 구성돼 있었던 만큼 고양지역에도 국(國)이 존재했을 것이다. 어떤 국(國)인지 파악되지는 않지만 고양지역은 한강을 끼고 있어 그 비중이 컸을 것임은 자명하다.
신화시대 고인돌 공원으로 거듭나야
비록 향토문화재로 조차 등재되지 못 할 만큼 작고 초라한 돌처럼 보이지만 가좌동 고인돌은 화정동, 문봉동, 신원동 등지에 분포한 고인돌과 함께 청동기 시대 국가 기틀을 갖추고 살았던 근거로서 인근 주민들에게는 지역의 오랜 역사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계기다. 또한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역사적 상상력으로 작동할 것이 분명하다.
딱딱하고 행정적 의미밖에 없는 ‘가좌근린공원’이란 명칭보다 ‘신화시대 고인돌 공원’ 등의 이름을 부여하고 그 크기에 알맞게 고인돌을 보존하는 방안을 찾을 수는 없을까? 바로 옆에 위치한 송포초등학교와 함께 할 수 있는 역사 문화 프로그램을 이 공원에서 진행한다면 보다 문화가 풍요로워지고 적극적인 문화향수를 누리는 고양시의 작은 문화벨트로 충분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또는 지역주민의 정체성 확립과 문화향수를 위하여, 더 나아가 관광문화 상품으로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과 민간설화조차도 차용해 관련 문화시설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축제를 활성화 시키는 다양한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취재·사진 김한담 전문기자(전통예술문화원 하누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