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 물 끌어올리는 ‘마중물’ 교육 표방

살기 좋은 도시를 가늠하는 기준엔 반드시 ‘교육’이 있다. 우리 아이의 잠재된 가능성을 얼마나 발굴하고 성장시켜줄 수 있는지는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열되고 있는 사교육 시장으로 인해 아이는 아이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부담감이 큰 팍팍한 현실에서 우리는 공교육에서 희망을 볼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작년 초 부임해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아니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을 일컫는 ‘마중물’을 인용, ‘마중물 고양교육’을 표방하며 다양하고 참신한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고양교육청 박경석 교육장을 만나 고양시 공교육의 현주소와 향후 방향을 들어보았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사업은 무엇인가?
가장 기대가 되는 사업은 정책의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아교육, 특수교육, 교육복지팀 등 각 분야별로 8개 팀에 320여 명이 조직됐다. 현장 교육 관계자는 물론, 대학교수, 학부모 등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된 구성원들이 각 현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사업 계획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로 2년차인데 이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린다면 교육환경 개선에 큰 몫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영어교육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사업이 많다.
10~20년 후를 유추해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언어능력을 키워야 한다. 영어뿐 아니라 외국어 교육은 이제 국가경쟁력을 너머 생존의 문제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 ‘영어체험실’을 교실, 복도, 강당 등에 설치해 학생들이 직접 영어로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찾아가는 영어캠프, 토요영어체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통역사제, 영어경시대회도 활성화 할 계획이다. 원어민 교사에 대한 지원뿐아니라 초, 중, 고 교사로 구성된 영어활성화 지원단 구성이나 영어 담당 교사의 연수확장 등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교사들의 영어교육 및 연수는 타 지자체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각 학급별로 영어연극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영어연극반은 영어교육은 물론 소외되기 쉬운 요즘 아이들에게 인성적인 부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뿐 아니라 일어, 중국어, 한자교육의 강화도 꼭 필요하다.
인재유출과 관련, 특목고나 자사고 유치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외고와 예고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고, 명문고를 2~3개만 육성하더라도 관내 진학률은 확실히 좋아질 것으로 본다. 사실 자사고나 특목고 설립에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때문에 교육부나 도의 지원이라면 긍정적이겠으나 시비로는 무리가 있다. 더구나 시비로 설립한 학교에 관내 학생이 혜택을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차라리 명문고 육성을 위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미 초.중.고별로 명문고 육성이 착수됐다. 21세기 미래형 학교 모델 창출을 위한 우수 교육활동 사례를 발굴하고 소프트웨어 개발금을 지원하는 ‘한마중물 고양교육 우수학교’ 선정도 그런 차원이다. 현장 교장선생님들의 의욕적인 변화를 많이 체감하고 있는데, 학교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고양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시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양시와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사업이 많은데

교육도시를 위해 인프라 구축, 명문학교 만들기, 그리고 문화교육공간의 확대 등 크게 3가지 축을 잡고 있다. 인프라 구축은 말처럼 쉽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일산동구청 젊은 보건소장이 각 학교에 소독이나 저소득층 무료 충치 치료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이에 힌트를 얻어 현재 시를 통해 한전, 우체국, 농협, 등 각 기관에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행정조약을 제안한 상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단 20~30개의 인프라만 구축되더라도 고양 교육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아이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소나 기회가 절대적으로 적은 현실에서 문화교육공간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청의 방과후 프로그램, 시와의 전문교육 강화, 그리고 해외 교류 및 경험 등을 통해 문화공간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일산은 과밀학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안이 없나?
고양뿐 아니라 현재 경기도 전체가 급속한 개발로 인해 학교 신설 문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시 외각에 생겨나는 신규학교의 경우는 학부모들이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소규모 학교를 원활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다행히 얼마 전 국무회의를 통해 소규모학교 신설이 가능토록 하는 법안이 통과돼 기대가 된다.
소규모 학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한류우드 내 학교계획이 없던데 괜찮은 것인지.
현재 경기도는 한류우드 내 주상복합에 입주한 세대의 학생들에 대해 한뫼초교 등으로 통학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실제 이 지역을 답사해 본 결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학교가 가능해진 만큼 작은 규모의 학교설립이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교육환경 개선 방향에 대해 듣고 싶다
학교 시설의 노후화 부분은 신설학교의 증가로 인해 기존 시설지원금은 줄어드는 형국이라 어려움이 많다. 관내 학교 화장실, 바닥, 책걸상 등 시설을 모조리 현대화 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약 1950억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는 매년 조금씩 지원되는 실정이라 학교별로 땜질식으로 진행돼 어려움이 있다. 시나 경기도의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책.걸상 등 외부적인 환경개선보다 더 시급한 것이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개선이라고 본다. 이는 매우 절박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잘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앞으로 시설지원도 교육기자재, 안전관련, 그리고 먹을거리 중심의 개선비용이 먼저 책정돼야 할 것으로 본다.
기타 추진 중인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뛰어난 재능과 잠재 능력을 지닌 영재의 조기 발굴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창의성 개발 프로그램의 개발, 학부모연수 등과 함께 작년 초. 중학교에 각 1학급씩 영재학급 신설하면서 현재 5개 영재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교과특성학교를 41%에서 64%로 끌어올려 영재교육의 점진적인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실천위주의 인성교육을 위한 체험중심 봉사교육의 활성화도 꼽고 싶다. 요즘 아이들은 자치활동에 참 취약하다. 학급문제를 학생들 자체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형식적이고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꼭 무의탁 어르신을 찾아뵙거나, 멀리서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담영역에서, 학습지도, 어려운 친구에게 도움을 주는 등 쉽고, 하고싶은 체험중심의 봉사활동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을 전개하며 느끼는 점 및 앞으로의 계획은?
부임하며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모든 분야 중 교육의 변화속도가 가장 느리다. 때문에 그 만큼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환경의 내.외적인 부분을 속도감 있게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만큼 속도가 붙지 않아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새롭게 무엇을 추진하는 것 보다 현재 벌여놓은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업이 올해로 2년차에 들어갔는데, 이 사업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 관계자는 물론 고양시민 모두가 합심해 어려운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주요경력
1975년 이천북중학교 수학교사로 첫 부임
성남여중고, 원곡 고등학교 등 재직
대화중학교 교장
파주 학무과장
경기도교육청 교육과정 담당 장학관
경기도 호국교육원장
경기도2청사 중등교육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