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중 잉글리쉬존 활성화 주역, 김광희 선생

중·고등학교의 교과 과정에도 버젓이 영어 과목이 있고, 학교마다 영어 교사가 있다. 그런데도 학부모와 학생들은 ‘영어만큼은’ 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영어 교육을 값비싼 사교육에 내던져놓을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있다. 일산서구 대화동 대화중학교 영어과의 김광희 선생(여·4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학생들에게 좀 더 체계적인 영어 교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 환경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높여주려고 애씁니다.” 자신의 이름이 내세워지는 것을 쑥스러워하면서도, 영어 교육에 관한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김 선생은 지난 90년 포천실업고에서 영어교사로 첫발을 내딛은 이후, 광명과 안양을 거쳐서, 지난 2005년 3월 대화중학교에 왔다. 2003년에는 미국의 위스콘신주립대로 유학을 가서 2년 동안 공부를 해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 선생은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기보다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서 교재를 직접 재가공해서 가르친다. 현재 2학년 영어 수업을 맡고 있는데, 90점 이상의 성적이 되는 학생들은 심화반으로, 그 외의 학생들은 보통반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보통반 학생들은 영어 교과서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단어와 문장 구조를 좀 더 자세히 가르칩니다. 반면 심화반 학생들에게는 교과서를 가르치더라도 어휘와 문장의 난이도를 조금 높게 재구성해서 가르칩니다. 심화반은 원서읽기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김 선생은 최근 ‘말하기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읽고 쓰기가 함께 조화를 이뤄야한다고 말한다. 중학교 단계의 학생들의 경우는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입력이 되어야 표현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 그래서 김 선생은 꼭 필요한 생활 영어 회화 문장 100개를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익히게 한다.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조장으로 내세워, 조별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주는 등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대화중학교는 지난해 9월 경기도청으로부터 외국어 교육 기반학교로 지정돼, 학교 내에 잉글리쉬존을 설치하고 원어민 영어 강사를 채용해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영어 교육을 실시하려고 애쓰고 있다. 잉글리쉬존은 학교 건물 내의 교실 한 곳을 그룹 활동과 멀티미디어 수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유형의 영어교육 방식이다.

잉글리쉬존에는 전자칠판과 DVD플레이어 등 영상 수업이 가능하도록 여러 시설을 꾸며놨다. 그리고 비교적 영어를 잘하는 학생 24명을 ‘학생 영어 도우미’로 선발하고, 학부모 4명을 ‘학부모 영어 도우미’로 위촉했다. 학생들은 반별로 점심 시간에 잉글리쉬존에 와서 학생 도우미나 학부모 도우미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한다. 그리고 영어 교사들이 요일별로 책임을 지고 함께 수업에 참여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협력해서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 하려고 학기초인 3, 4, 5월은 자유롭게 회화를 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서 거기에 맞는 영어 회화를 시도한다.

잉글리쉬존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영어 회화에 관심을 갖게 했다. 학생과 1대1로 영어회화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영어를 익히게 된다는 것. 잉글리쉬존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 선생은 “영어라는 말만 들어도 쩔쩔매던 학생들이 영어를 읽고, 영어로 말하는 것이 익숙해진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잉글리쉬존은 영어 교육에 특히 관심이 많은 이문실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김 선생의 열정이 잘 조화를 이뤄서 영어 교육의 내실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 선생은 잉글리쉬존 이외에 화 목요일 방과 후 시간을 내서 토플 에세이반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가 김 선생이 바라는 만큼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그래서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지만, 한 교실에 4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앉아 있다가 보니 제대로 된 개별지도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김 선생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은 지나친 희망일지 모르지만, 중고등학교에도 조교가 있어서 학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학생들을 개별 지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교사는 그 시간에 수업 준비를 보다 충실히 해서 다른 학생들에게 더욱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름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과의 의사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참여와 의사 소통으로 행복한 교실 만들기’라는 연수도 받을 예정인 김 선생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영어 교육을 할 수 없을지 늘 고민하는 성실하고 진지한 교사다.

/취재·사진 권영갑 전문기자 cineo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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