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특성화고교 전환’논쟁 가열

지난 6일 교육부가 10월 외고와 과학고, 과학영재학교 등을 포함하는 수월성 교육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모든 특목고 설립을 전면 유보한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교육개발원이 개최한 ‘특목고 제도개선 정책토론회’에서 ‘특목고의 특성화고교 전환’을 제안해 교육계에 ‘특목고’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개발원‘특목고 정책의 적합성 연구’중간결과 분석을 토대로 현재 특수목적고들이 실제 특목고 학교교육 효과는 거의 없으며, 특목고 효과의 상당부분이 성적 및 가정배경 우수자 중심의 선발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교육개발원 강영혜 교육제도연구실장은 “조사결과 외고 진학을 위해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60.3%, 특히 수도권의 경우 83.4%에 달했다”며 “특목고 입시가 중학교 과정을 넘어 출제되면서 특목고 입시 준비 사교육은 과중한 경제적 부담 외에도 중3 교실의 붕괴 등 공교육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실장은“외국어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근거가 부족한 ‘어학 영재 육성’ 대신 외국어 공부에 관심을 가진 학생에게 외국어 전문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교육과정 특성화 학교로 지위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현실을 무시하고 하향평준화 하겠다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일부에서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의 이번 정책이“고의적인 외고 죽이기”라며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정부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스케줄을 잡고 있어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명품교육’을 표방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도 “2004년부터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을 들어 특목고 설립을 준비해 왔으며 특목고를 지속적으로 확대 설립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특목고 확대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목고 축소 혹은 전환 논란에 대해 지역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창의 교육위원은 “교육부가 진작부터 특목고가 본취지를 잃은 것을 간파하고도 대책 강구가 늦어져 특목고 설립을 왕성하게 추진하는 지자체들로서는 반발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한국교육연구소에서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특목고 정책은 실패한 정책인 만큼 더 이상 확대는 물론이고 기존의 특목고도 특성화고교 및 인문계 고교로의 전환 등을 통해 제자리 찾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 위원은 “전남 광주에는 특목고가 하나도 없는 반면 경기도는 이미 전국에서 제일 많다”고 지적하며 “전반적인 교육환경 개선이나 학력향상에 중점을 두기보다 한 학교에 집중 투자하는 특목고 유치는 기회균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일반 고등학교의 기회균등이나 특기 및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다양하게 육성하는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의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김인성 도의원(교육위원회 소속)은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자율과 경쟁이 원칙이 돼야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규제 중심의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특목고가 본 취지에 충실한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원활한 탈출구가 없는 현 시점에서 변형된 형태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 및 교육현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기본 철학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문제”라며 “교육자치를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각 지자체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되고, 교육부는 그 흐름 속에서 큰 원칙만 정해야 한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뜨거운 논쟁 속에서도 특목고가 본 취지와는 달리 입시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백마중학교에서 올해 저동고등학교로 발령받은 오성탁 교사는 “특목고가 5%를 넘어선 현재 특수목적고로의 개념을 이미 넘어선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일선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준비를 한 반에서 15∼20여 명까지 준비하며 2학기 중간고사 이후엔 학원에 가야한다며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고 입학설명회에서 학교장이 자연반 운영을 자랑스럽게 거론하는 것에 기가 막혔다는 오 교사는 특목고 열풍으로 인한 중학교 교육과정의 황폐화를 우려했다.
공교육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특목고 열풍. 그 열풍이 과도하다고 느끼면서도 내 자녀는 특목고에 진학하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입장. 그것은 현 교육정책 및 교육현장에 대한 불만의 또 다른 표현인 만큼 특목고에 대한 수위조율과 함께 공교육 정책연구 및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의 정책이‘외고 죽이기’ 혹은 ‘하향평준화’라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뿐 아니라 명확한 정책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개발원‘특목고 정책의 적합성 연구’중간결과 분석
▲ 외고 진학동기(복수응답)
우수한 교육환경(면학분위기) 67.2%
명문대 진학 49.4%
어학적성과 소질계발 33.7%
명문고의 이점(좋은 선후배)계) 10.7%
▲ 외국어고 학생들의 진로희망
어문계 23.3%
사회(법정, 상경계)계열 61.8%
자연계열 7.0%
예체능계열 3.0%
▲ 외국어고 상위권 학생들의 진로희망
어문계 15.2%
사회계는 70.9%
자연계 7.9%
▲ 특목고 입학 전후의 사교육 실상
사교육을 받은 학생 60.3%
안 받은 학생 39.7%
▲ 수도권의 사교육 실상
사교육을 받은 학생 83.4%
안 받은 학생 16.6%
▲ 특목고 학생들의 가정배경
일반고 학생 가정의 월평균 소득 422만원
과학고 652만원
외국어고는 648만원
* 이번 연구는 올해 초에 서울지역의 특목고 합격자들과 학부모 및 학원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과학고와 외국어고의 학생 및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목고 진학동기 관련 설문조사와 면접조사, 전국의 성인 남녀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영재 교육 및 중등교육 전문가 대상의 델파이 조사 결과 등으로 이뤄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