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한나의 집“봉사에 대한 생각은 있었어요. 4남매가 출가하고 여유가 생기면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를 한 두 명 돌보면서 살려고 했지요. 하지만 어르신을 모시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노인요양시설 ‘한나의 집’ 박춘애 시설장은 자신이 어르신들을 모시는 삶을 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세상일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며 말했다. 2005년 문을 열어 현재 21명의 치매, 뇌졸증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한나의 집은 박춘애 시설장이 노인시설 봉사활동을 하던 중 그 필요성을 알게 되면서 시작한 것이다.“2001년부터 3년동안 노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처음엔 힘들었죠. 그런데 한 6개월 쯤 하다보니 마음이 너무 즐거운 거에요. 어르신들 목욕을 시켜 드리면 기분이 좋으신 지 저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시는데 몸이 힘들어도 그 모습을 보면 기운이 번쩍 나더라구요.” 남편인 백경철 장로에게 어르신들을 모시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이 일이 가족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는 걸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꼈어요.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시작할 수도 없었죠.”다행히 백경철 장로가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척추협착증에 걸린 홍씨 할아버지가 계신데 밤이면 대 여섯 번 씩 깨세요. 그 수발을 남편이 다 해 줘요.” 언젠가 호수공원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갔을 때도 거동이 어려운 9명의 어르신들이 남아있는 한나의 집을 백경철 장로가 맡아줬다고. 9명의 점심을 준비하고 식사를 돕느라 힘들었을텐데도 나들이에서 돌아온 자신을 웃는 얼굴로 맞아준 남편에게 박 시설장은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존재”라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어르신을 모시다 보면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바로 자녀들의 무심함을 직접 경험하게 될 때다. “말씀은 안 하셔도 자식들의 연락을 기다리세요. 명절이 되면 차 소리만 들려도 마당을 쳐다보고 전화소리만 들려도 관심을 보이시죠.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안쓰러운 마음에 어르신들에게 거짓말로 자녀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전하기도 했다는 박 시설장은 얼마 전 추석에는 보호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전화 한 통 안 하느냐”며 싫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제가 못됐다는 말을 들어도 그렇게라도 보호자들이 찾아와서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행복하다”는 것이 박 시설장의 말이다.마당을 내다보니 따뜻한 가을볕 아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텃밭 옆에 있는 작은 토끼장 안으로 뜯어온 풀뭉치를 집어넣어 안에 있는 토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이 전부는 아니다. “기저귀를 채워드리려고 하면 왜 남의 몸에 손을 대냐며 화를 내시는 어르신도 계세요. 남의 물건을 감춰서 서로 다투시기도 하고, 눈 깜박할 사이 밖으로 나가서 찾느라 고생한 적도 있지요.”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도 열려진 사무실 문 밖으로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은 없는지 시선을 보낸다. 6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잠시도 눈을 땔 수 없다. 21명의 어르신들 모두에게 주위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설장이라고 해서 행정적인 일만 처리하고 어르신들과 얼굴을 마주보는 시간이 없다면 어르신들에 대한 사랑이 바닥을 드러나게 된다고 말하는 박 시설장은 지금도 주방일을 직접 맡고 있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반찬이 맛있다고 할 때가 기쁘다는 박 시설장은 요즘 어르신들이 변식을 해 고민이다. “어르신들이 고기반찬을 좋아하세요. 나물은 잘 안 드시고요.” 문제는 그러다 보니 섬유소가 부족해 변비가 많이 걸린다는 것. 텃밭에서 따온 상추며 아욱, 들깨로 반찬을 하고 고기반찬을 낼 때도 야채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고민중이라고 했다. “사랑은 주고 받으면서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박 시설장은 한나의 집에 사랑이 가득 채워져 어르신들도 그리고 이곳을 찾는 봉사자들과 직원들도 이 곳에서 사랑을 가득 채워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이렇게 도와주세요냉장고, 가스렌지같은 생활용품이 필요한나의 집은 지영동에 새 건물을 짓고 있다. 시설기준을 맞춰 신고시설 등록을 하려다보니 현재 건물이 전세건물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시설을 추가할 수가 없어 고민 끝에 새 건물을 짓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사비용이 충분치 않다보니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박춘애 원장은 “겨울이 되기 전에 이사를 가야 할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건물이 완공돼 이사를 가도 문제는 또 있다. 지금까지 있던 건물은 가든을 했던 곳이어서 주방기구 등의 생활도구들을 그대로 쓸 수 있었지만 새로 이사를 가면 전부 새로 장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냉장고며 세탁기, 가스렌지 등의 용품을 구입하는 것도 걱정이라고.문을 연지 2년도 안돼서 주위에 알려지지 않아 후원도 자원봉사자도 많지 않다는 박 시설장은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많은 이웃들의 관심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962-6938덕양구 관산동 684-3 한나의 집계좌번호 국민 480025-92-103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