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도서관(2)-어려서부터 도서관과 친해지는 사회태어나면 도서관에서 부모가 책 읽어주고방학이면 공공도서관에서 서머리딩클럽1. 도서관은 독서실? 혹은 책대여점?2. 도서관에는 사서가 없다.3. 선진국의 도서관(1) 4. 선진국의 도서관(2) 5. 작지만 큰 도서관6. 좌담회도서관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있어야 한다. 시험공부를 위한 이들만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한국의 도서관과는 달리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오가는 미국도서관의 배경에는 미국의 교육이 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려서부터 도서관에서 책과 노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숨막히는 공부방이 아닌 즐거운 놀이공간이며 무한한 배움의 바다다. 교실에서 시작해 학교도서관으로, 그리고 공공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흐름은 도서관을 지역문화서비스의 중심지로 편안하게 책과 만날 수 있고,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었다.도서관을 찾는 초등학생오하이오주립대 교환교수로 올해 미국에 온 이혁규 청주교대 사회과 교육과 교수는 미국의 도서관을 한마디로 ‘복합문화센터’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도서관이 공부를 하기 위한 공간이거나 책을 대출하는 공간인데 비해 미국의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정보제공의 공간으로 역할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 그는 미국인들이 도서관을 가깝게 여기고 즐겨 찾는 배경에는 교육이 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읽기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공통된 텍스트를 읽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정해진 주제 안에서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말한 이혁규 교수는 특히 아이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파이브 핑거 테스트를 소개하며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지 않은 책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틀을 제공해 학생들이 혼자서도 원하는 책을 도서관에서 고를 수 있도록 돕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교육환경의 차이를 말했다. 책을 읽고 도서관에 가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생활의 일부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학교도서관 학교를 장악하다학교중앙에 교무실이나 교장실이 위치해 있는 한국의 학교구조와는 달리 미국 중산층들이 모여 사는 더블린에 있는 와이언닷 초등학교의 건물중앙에는 학교도서관이 위치해 있다. 어느 교실에서도 쉽게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존 피퍼 교장의 생각이 담긴 배치다. 학년에 따라 1주일에 한번 또는 4일에 한번씩 도서관에서 수업이 진행되는데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은 책을 보는 공간이면서 책과 노는 공간이다. 도서관은 책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양을 한 인형들과 컴퓨터, 그리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로 장식되어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놀이방같은 분위기다. 와이안닷 초등학교에서는 도서관과 학생들이 친해지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생일이면 책한 권씩을 학교도서관에 기증하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은 책 겉면에 자신의 이름이 기증자로 쓰여 있는 책을 친구들에게 권하며 책읽기를 즐긴다고 한다.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보다 다양한 독서에 대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공도서관을 찾게 된다”고 와이언닷 초등학교 도서관담당사서인 수잔은 말했다.“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그녀는 교육과정과 함께 레크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의 바람대로 와이언닷 초등학교의 학교도서관은 한국의 숨죽이며 책을 읽는 도서관과는 달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즐거운 공간이었다. 생애 첫 단어를 도서관에서 말하다미국에서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도서관과 만난다. 공공도서관은 어려서부터 도서관을 찾도록 하기 위해 어린이프로그램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에서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소개를 부탁하자 홍보담당 알리슨 서클은 가장 먼저 young mind를 소개했다. young mind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그 중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행되는 베이비랩타임과 스토리타임은 생후 6개월 이상 6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도서관을 찾아 이야기를 들으며 책과 언어와 친해지는 시간을 마련한다. 또한 부모들이 아이들의 독서지도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인 래디투리드워크샵은 인생의 첫 선생님으로서 부모의 역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아래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CML의 지역도서관인 더블린지역도서관에서는 시즌에 따라 베이비피트니스앤펀, 싱잉스토리, 무빙 앤 그루빙 등의 어린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즐거운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방학에도 이어지는 책읽기학교에서 진행되는 읽기위주의 수업이 아이들을 도서관과 친해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방학에는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서머리딩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이 도서관으로 아이들의 발을 이끈다. 서머리딩클럽은 참가학생들이 방학동안 책을 읽은 분량에 따라 스티커를 받고 그 진행에 따라 음료수 무료쿠폰, 학용품 등의 작은 선물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프로그램이지만 와이언닷 초등학교의 경우 2007년 서머리딩클럽에 580명의 학생들 중 2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와이언닷 초등학교가 포함된 프랭클린 카운티 내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총 10만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고 한다. “책읽기를 멈추게 되는 방학기간동안 읽기의 즐거움과 기술을 읽어버리지 않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서머리딩클럽을 소개한 홍보담당 알리슨 서클은 전체도서관 예산 5390만 달러 중 서머리딩클럽 예산이 20만 달러로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도서관의 노력은 방학이 끝난 후 학생들의 읽기 능력의 향상으로 보답받고 있다.와이언닷 초등학교 학교장 존피퍼는 “방학기간에도 체계적인 독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측면에서 서머리딩클럽에 대한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하면서 “방학 후 학습과정에서 서머리딩클럽에 참여한 학생들의 읽기능력이 향상된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며 서머리딩클럽의 효과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귀를 열고 변화하는 도서관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 홍보담당 알리슨 서클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이용자들의 욕구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용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도서관직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직원들의 책상높이. “처음에는 책상의 크기가 크고 높았다”는 그녀는 “높고 큰 책상이 직원과 이용자와의 거리감을 준다는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크기를 줄였다”고 말했다.또한 매년 1회에 걸쳐 직원에 대한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간다고 말한 그녀는 “도서관 곳곳에 229개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보안 뿐 아니라 서비스도 항상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도서관 이용자들의 주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체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더블린 지역도서관은 비정기적으로 가구배치며 인테리어 소품을 바꾼다. 더블린 브런치 매니져 그레이스 켄달은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거나 직원회의에서 나오는 의견에 따라 도서관 이용에 편리하게 이동한다”고 말했다. 아동자료실은 신간이 오면 동화책과 관련해 작은 인테리어의 변화를 줘 이용자인 아동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고. “최근에는 학교에 가지 않고 도서관 컴퓨터를 사용해 공부하는 홈스쿨링이 늘어나 컴퓨터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한 그녀 또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도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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