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중심의 문화정책에 문제제기

고양시가 한류우드 부지 내에 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올해 시립미술관 건립 용역비로 3000만 원을 신청했던 문화예술과 한 담당자는 “기획예산과에서 예산부족의 이유로 삭감됐다”고 밝히면서도 “내년에 다시 용역 예산을 올려 후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과 예술인들은 “기존 전시 공간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립미술관 건립은 시기상조”라며 “그 이전에 문화적 토양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술단체 스폰지를 운영하고 있는 박이창식 작가는 “문화에 대한 시책이 유능한 예술인에 대한 발굴·지원 혹은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등의 소프트웨어는 없으면서 건물만 지어 올리는 하드웨어에만 편중됐다”고 지적하며 “번듯한 미술관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결해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좌동의 하종현 작가는 “시립미술관 건립은 필요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를 전혀 특색 있게 운영하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 고양시가 시립미술관의 특성을 잘 살려내야 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고양시가 지역에 뿌리내려야 하는 ‘시립미술관’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냐는 다소 강도 높은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이는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구산동의 이원석 작가는 “지역의 문화 시책을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 2∼3년 마다 보직이 바뀌는 행정직에 종사하는 사람인가 하면, 주요 요직에는 중앙에서 일하던 사람을 무조건 데려와 쓰고 있는 추세”라고 꼬집으며 “이들은 문화에 대해 문외한이거나 지역에 애정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고양시에서 추진하는 시립미술관은 국립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은 그 특성이 다르다”고 강조하며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애정을 가지고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미술관 건립을 현재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