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39년에 지어진 산막골 가옥의 해체를 바라보며

▲ 고종조에 지어진 소중한 문화유산이 한낱 땔감으로 해체되고 있다. /사진 한진수 팀장

경기문화재단이 약 5년 동안 1945년 이전에 지어진 경기도 전역의 전통건축물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도내 4900여 자연마을을 답사, 조사해 발간한 <경기도건축문화유산4권> ‘중요전통민가편’을 보면 고양시의 경우 밤가시초가 1채를 선정했는데 일산밤가시초가는 지역적 특성이 있는 조선후기 경기지방 농가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되어 있는 조선후기의 건축물이다.
한편 인근 김포시와 파주시는 지정된 전통가옥 문화재는 없으나 보존가치가 있는 민가로 김포시 5채(심무임 가옥, 김갑수 가옥, 주강수 가옥, 심재덕 가옥, 이호선 가옥)를 선정했고 파주시도 5채(권오연 가옥, 김진홍 가옥, 신영순 가옥, 이일제 가옥, 전석호 가옥)를 꼽고 있다. 또한 장흥과 송추로 잘 알려진 이웃 고장 양주군은 중요민속자료 제128호로 지정된 백수현 가옥과 문화재자료 제103호로 지정돼 있는 죽산안씨연창위종가 외에 3채(윤흥수 가옥, 이갑석 가옥, 정지형 가옥)를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민가로 선정했다.

이번 경기문화재단 조사 자료를 분석해 보면 무성의한 현장조사 행위의 흔적도 보이지만 경기 서북부 지역에서 유독 고양시만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민가가 거론되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 이는 대규모 신도시개발과 뒤이은 난개발로 급격하게 자연마을이 파괴되면서 보존가치가 있는 전통민가 대부분이 훼손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전쟁과 새마을운동, 일산과 화정·행신지구의 신도시 개발로 이 지역 자연마을이 소멸된 상황에서 그나마 군사보호구역, 그린벨트지역 등으로 묶여 자연마을의 모습과 전통가옥, 마을신앙과 가신신앙이 살아남아 고양시의 역사와 지역문화를 대변하던 삼송지구가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그 흔적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광무 6년에 건립된 산막골 가옥

오금동(주소 기재) 산막골은 (371국도)진입로에서 보면 북한산 자락의 낮은 능선으로 중첩돼 있어 그 안에 골짜기와 좁지만 농토가 존재할거란 상상을 쉽게 할 수 없는 오묘한 지형과 지세를 품고 있다. 좁은 삼막골 길을 따라가다 작은 개천을 건너면 불쑥 눈앞에 나타나는 고 박사의 별장으로 알려진 이 가옥은 상량문에 광무 6년으로 건립연대를 표기하고 있 어 조선시대 후기 고종 39년(1902년)에 지은 집으로 확인된다. 
 

▲ 쓸만한 기와를 골라 가져간 듯 가지런했던 기와들이 흩어져 있다. / 사진 한진수 팀장
이 집은 고양신문 854호(2007년 11월 19일자)에서 이미 소개했듯이 관내에서 거의 볼 수가 없는 사대부가 살림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건축기법의 고졸함과 겸허함, 또한 은연중에 보이는 위세가 필자의 게으른 발걸음으로는 다시는 고양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전통민가의 유형을 따르고 있어 절대적인 보존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두어 달 후에 찾아 본 이 집은 온갖 고물상들이 들어와 샅샅이 뒤져 가버리고 사랑채와 안채 일부 기둥과 지붕이 무너진 상태였다. 필자는 이 허물어짐 앞에서 고양시의 지역문화 정책에 분노와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집은 이 지역에서 찾아보기 드물게 격이 느껴지는 반듯한 공간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한 가옥이 철거될 위기에 놓인 것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지자체에서 계획이 진행될 때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보존 대상과 방안을 논의했더라면…(김석환, 고양신문 854호, 그 한없는 확장성, 전통 가옥의 힘 중에서)’이라고 소회를 말한 바 있다.
고양시가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 제4조에 의거,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일산밤가시초가 정도의 보호조치라도 했다면 이후 삼송 신도시에 입주하는 신 고양시민에게 또 다른 문화적 향수와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 문화행정으로 길이 남았을 것이다.


진정 ‘문화도시 고양’을 지향한다면

고양시에 문화적 가치가 있는 전통가옥이 전무해서 일산밤가시초가만 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것일까? 오금동 삼막골 가옥 예에서 보듯이 보존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가옥과 이를 통한 문화전승에 대한 무관심과 지역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통한 문화발전과 홍보, 지역문화교육을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적극적 의지 부족과 문화 인식에 대한 단견의 예는 아니었을까?
특히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 제4조에 보면 ‘시장·군수는 제16조·제17조 및 제23조의 규정에 의한 지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문화재가 있을 때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진·도면 및 녹음물 등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갖추어 그 취지를 도지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어 고양시의 적극적인 문화재 보호 의지의 실종을 짐작할 수 있다.
성장하는 도시 세계 몇 위를 애타게 홍보하고 브로맥스니, 차이나타운이니, 시립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고 시정의 주요 문화정책 성과로 홍보하고 추진하고자 한다면 지역의 근본을 되돌아보길 권한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식과 재인식, 여기에서 출발하는 지역의 경제와 관광자원 성장 동력 파악, 70년대가 아닌 2000년대에 걸맞은 문화적 소프트웨어 기반 조성, 신도시 입주민과 고양의 원주민간의 대화와 교류에 긍정적인 지역문화사 확산의지, 소소하게 지나치기 쉬운 문화적 자산을 지역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마인드와 추진의지,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소양과 행정적 마인드가 결부됐을 때 비로소 조심스럽게 ‘문화도시 고양’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도시 고양’을 모토로 삼고 싶다면 지역의 전통문화적 자산이나 먼저 확보하고 보전, 전승하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문화의 수혜자로 시민을 인식하는 사고로는 이미 문화행위의 주체자로 나서고 있는 현대인에게 고양시의 문화정책과 행정은 설득력이 없다.
공허하게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하다는 주장만 되풀이 논하지 말고 그에 걸맞은 행정과 인간과 문화·자연환경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고 나서 진정으로 지역과 시민을 위한 문화행정을 지향하여야 시민문화도시로 거듭날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고양시 전역을 아파트 숲으로 뒤덮고 지역의 문화자산은 깡그리 불도저로 밀어낼 것인가. 용감한 정책 결정권자와 입안자들에게, 또한 지역의 수백 년 숨결이 녹아 있는 우리 집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 모습에는 관심조차 없는 지역유지와 전문가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

제2조 (정의) ①이 조례에서 ‘경기도지정문화재’(이하 ‘도지정문화재’라 한다)라 함은 도내에 있는 문화재로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중 도지사가 향토문화의 보존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지정한 문화재를 말하며, 그 유형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유형문화재 : 건조물·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향토문화 보존에 필요한 것 <개정 2005. 5. 16>
4. 민속자료 : 의식주·생업·신앙·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속·관습과 이에 사용되는 의복·기구·가옥 등으로서 국민생활의 추이를 이해함에 불가결한 것 중 향토문화의 보존에 필요한 것 <개정 2005.5.16>
제4조의2 (지정에 관한 자료 제출)시장·군수는 제16조·제17조 및 제23조의 규정에 의한 지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문화재가 있을 때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진·도면 및 녹음물 등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갖추어 그 취지를 도지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신설 2005. 5. 16>
제6조 (심의사항) 문화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1.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의 지정 및 해제
2.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의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의 지정과 그 해제
제21조 (가지정) ①도지사는 도지정문화재로 지정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문화재로 그 지정이 긴급하고, 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도지정문화재로 가지정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의 지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②도지사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에게 그 취지를 통보하여야 하며, 그 효력은 가지정의 취지를 통보한 날부터 발생한다.
제23조 (문화재자료의 지정) ①문화재자료는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문화재중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에서 원형대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을 도지사가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②도지사는 도시화과정에서 인멸될 우려가 있으며 오래되지 아니한 건조물이라도 향후 문화재로 지정·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건조물을 문화재자료로 확대하여 지정할 수 있다.
자료출처 : 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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