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소위’ 꾸려 같은 가격에 웹, CD앨범 따내
순수한 바람에서 시작된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여러 학교로 전해지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15개 정도의 사진관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있는 앨범협동조합이 110여 개의 초중고 앨범을 거의 다 제작하고 있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룰이 잘 지켜져 온 지역인 셈이다. 사진관별로 5∼40여개 학교까지 담당한다. 기존 업체가 학기초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해 기득권 아닌 기득권(?)을 가지면서 매년 앨범계약까지 따내고 있다.
“우리 때 앨범하고 똑같네.” 졸업앨범을 받아본 학부모들의 공통된 한마디. “흑백이 칼라로 바뀐 거 빼놓고는 변한 게 없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앨범이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가 앨범을 계약하는 방식에 혐의를 두는 이들이 많다. 앨범계약은 수의계약, 단체수의계약, 조달계약, 입찰계약 등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고양시 대부분의 학교가 조달계약을 맺고 있다. 앨범협동조합이 낸 가격을 조달청에서 승인하는 형식. 조달계약을 할 경우에는 조달청 수수료 1%, 조합수수료, 앨범협동조합 연회비 등이 앨범가격을 올리는 데 한몫 한다.
가격을 깎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정한 가격에 좋은 사양이 학부모들이 짚어 봐야할 부분이다.<표 참조> 요즈음은 CD앨범, 웹 앨범까지 사양에 들어가는 추세다. 고양시에서 제작되는 앨범들이 60년대 우단 앨범을 고집(?)하는 사이 흔히 웨딩앨범 표지로 쓰는 고급 레자 표지에 주인 얼굴을 큼지막하게 넣어주는 서비스까지 나왔다.
고양시 학부모들도, 선생님들도 발벗고 나섰다. 아직은 소수지만 ‘졸업앨범구입방법 및 제작업체선정을 위한 소위원회(앨범소위)’를 만들어 앨범 가격을 적정하게 맞추고, 디자인과 사양을 요구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ㅁ초등학교 운영위원회는 학교와 내정된 듯‘제작할 앨범을 설명’하러 나온 제작업자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앨범소위를 만들었다. 자료를 수집하고, 기존 업자까지 포함해 견적서를 받았다. 결국 기존 업자와 계약을 했지만 국8절에서 신4절로 앨범을 크게 하고 페이지수도 늘여 디자인과 사양을 높이면서도 가격은 예년 수준으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호곡초, 성신초, 낙민초 등이 앨범소위를 만들어 좋은 앨범 만들기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공개입찰까지 도달한 학교는 없다. 아직 절반의 성공인 셈. 학교 사회의 경직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ㅎ초 앨범소위에 참여했던 한 운영위원은 “공개입찰까지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벽이 너무 높았다”고 토로했다.
행신고등학교의 경우, 운영위원들이 앨범 계약에 문제를 제기, 기존앨범에 CD앨범과 웹앨범을 만들어 달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행정실에 계약을 위임했지만 ‘경기도에는 조건에 맞는 업자가 없다’는 행정실의 답변만 돌아왔다. 아직 계약도 못한 답보 상태.
학부모와 학교의 좋은 앨범 만들기 운동은 이제 출발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슷한 사양의 앨범이 학교에 따라 3만원대에서 4만원대까지 춤을 추고 있고 심지어 사양이 낮은 앨범이 더 높은 가격을 받기도 한다. 앨범협동조합 업자들도 계약을 따내기 위해 학교별로 여러 가지 가격을 제시하기 바쁘지만 손해 본다며 업자가 제시하는 가격이 이미 부천이나 서울에서는 통상 제시되는 가격인 경우도 다반사다.
무엇보다 앨범협동조합의 의식전환과 이를 끌어낼 수 있는 학교와 학부모의 움직임이 최대 관건.
마지막으로 앨범협동조합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 하나.
한 서울 업체가 고양시 학교와 앨범계약을 했다. 그후 서울업체 사람이 우연히 학교에서 만난 고양시 앨범조합원에게 혼쭐이 나며 들은 이야기다.
“우리 밥줄 건들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