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문화재단의 전망과 시민문화활동 2

지역성과 공공성 담보가 핵심가치 돼야
교육과 지원강화로 문화수준 제고 노력


지난 2월 20일 ‘고양문화재단의 전망과 시민의 문화활동 활성화’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고양시민의 문화활동과 문화재단의 연계성을 부각하고 재단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양시민의 문화활동과 문화재단의 연계는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재단 안팎에서 복합적인 이유로 여태껏 소홀히 해왔던 문제로 고양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

오후 3시부터 4시간 이상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풍부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고양시의회 박윤희 사회산업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박수용 아람누리운영팀장이 맡았고, 토론에는 고양시의회 현정원 의원, 정재왈 서울예술단이사장, 조갑녀 고양문화재단이사, 김한담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전문위원이 참여했다.
토론회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에는 양택조 고양예총 지부장, 최태봉 고양시민회 회장, 김승배 전 고양예총 지부장, 이주항 흥도2통 노인회장, 조영옥 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이 지역문화인과의 연계방안과 도덕성에 대한 대책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취재 이병우 기자 | 사진 한진수 팀장


정책기획·연구기능 가져야
발제 :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 사진 한진수 팀장
첫 번째 발제자였던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은 ‘예술기관의 리더십’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고양문화재단이 기초예술을 콘텐츠로 하는 ‘기초예술기관’이고, 지역성과 공공성을 중시해야 하는 ‘지역공공예술기관’이라는 점을 전제로, 우선 고양문화재단은 이웃 성남과 부천의 경우처럼 ‘정책기획이나 연구기능’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또 이 소장은 정책기획과 연구 기능을 작동시켜 지역의 문화자원도 조사하고, 지역의 여론도 수렴하며 또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고양문화재단이 지역에서 해야 할 포괄적 역할의 범위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또 정책기획과 연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단체와 재단이 어떤 관계를 맺는가가 중요하다며 고양시와는 어떤 역할분담을 해야 하는지, 지역예술단체와는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지역축제들과의 관계정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재의 킨텍스를 비롯해 앞으로 들어서는 한류우드와는 어떤 파트너십이 필요한지 등 그 필요성을 재단이 자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러한 필요성 중에서 고양문화재단은 ‘지역 예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진흥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장 먼저 봉착하게 되는데, 지역예술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선호가 많이 떨어진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관계자들 간의 활발한 논의로 지역예술 수용과 진흥 방안 모색을 포기하지 말 것을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는 쌍방의 자제와 인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예술기관의 확고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는 2-3년마다 바뀌는 CEO 개인의 성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전문적, 자율적, 창의적인 역량을 집결해 시민의 지지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총제적인 시스템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예술기관 리더십의 본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강박증 탈피할 때
발제 : 박수용 아람누리운영팀장

▲ 박수용 (아람누리운영팀장) / 사진 한진수 팀장
이용관 소장에 이어 발제자로 나선 박수용 아람누리운영팀장은 고양문화재단을 1기(2004-2006)와 2기(2007)로 나누고 1기의 목표를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서 문화예술 발전과 문화복지를 구현하고 대외적으로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기관으로 자리 매김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 2기의 목표를 한국 최고 수준의 공연전당으로 정착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박 팀장은 재단이 이제 위상을 재정립할 시기라는 점에 동의하며 이를 위해 재단이 ‘대한민국 최고, 세계 최고’를 달성하겠다는 강박증에서 탈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재단의 발전을 위해 시와 재단의 역할분담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시는 고양시의 문화예술 기본정책을 수립하고 재단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건설적 감독과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재단은 문화예술 세부 프로그램을 계획 및 실현하고 시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며 재단 자체의 조직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단의 재정 확보 안에 관해 박 팀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후원회, 회원제 모금활동을 통해 연차적으로 기금을 적립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재단 내부의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외부용역컨설팅 등을 통한 합리적 연봉‘평가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업무특성에 맞는 성과지표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와 일반사업 이분화 평가 필요
토론1 : 현정원 고양시의회 의원

▲ 현정원 (고양시의회 의원) / 사진 한진수 팀장
두 사람의 발제자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현정원 시의원은 고양문화재단에 대한 평가를 ‘재단이 얼마를 벌었는가’라는 문화적 무지에 의한 평가보다 ‘적절한 물적, 인적 재원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실효성 있게 투입됐는가’라는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잣대를 현 의원은 ‘적실성’이라고 표현하고 이 적실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적실성’이뤄지기 위한 전제로 기초 예술 기관으로서의 문화적 도덕성과 전문성에 의한 작품의 선정과 활동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력의 수급과 배치의 상황이 전문성에 의거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이루어졌는가를 면밀히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또‘적실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단에 대해 이분화 된 업무평가가 이뤄져야한다고 설명했다. 즉 재단이 하는 사업을 문화 사업과 일반 사업으로 구분해 공연 기획팀 중심의 공연 문화 사업에는 예산 집행의 적실성의 여부를 경영 평가의 기준으로 하고 관리, 회계 등 일반 사업부분에는 투자 대비 성과의 명백한 일반 경영 평가 기준으로 평가해 이분화 된 업무 평가가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일반 경영의 실패를 문화 사업의 실패로 오도하여 합리화하려는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 의원은 또 재단과 이를 둘러싼 시의회나 집행부, 그리고 시민문화단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재단의 자기 논리성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자신의 가치관만을 강요하려는 각 단체의 여러 압박과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재단은 논리적 근거와 수행 목표의 전략적 설정으로 불필요한 외압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할 줄 알고 때로는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과 지역 문화단체와의 관계정립에 관해, 현 의원은 재단이 지역 문화단체들에 대한 분야별 경력평가 등을 통한 공연능력 평가의 시스템 구비, 공연 참여 통로의 제도적 확립 등 지역 단체 공연 참여 제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역 문화단체가 능력을 갖추면 누구나 재단과 파트너십 공연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공정하게 운영해 문화단체들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유명공연장 흉내는 이제 그만
토론2 : 정재왈 서울예술단 이사장

▲ 정재왈 (서울예술단 이사장) / 사진 한진수 팀장
정재왈 서울예술단이사장은 일반기업 경영원리와는 달리 지역문화를 총괄하고 육성시킬 책임이 있는 문화재단의 리더는 소명의식을 갖추어야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의 발제문에 통해 주장한대로 예술기관의 리더십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발휘되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러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리더십이 가변적이고 유연하게 발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또 재단의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서울의 유명 공연장을 흉내를 낸 프로그램이라 지적하고 현장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예술인의 요구를 흡수하는 모습을 재단이 보여야 지역에 기반한 문화가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작가의 전시공간 마련해야
토론3 : 조갑녀 고양문화재단 이사

▲ 조갑녀 (고양문화재단 이사) / 사진 한진수 팀장
고양문화재단의 조갑녀 이사는 서예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가로서 전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이사는 “1000여 명에 달하는 고양시의 전시 작가들은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던 상황에서 어울림누리, 아람누리의 설립에 굉장한 기대를 했었으나 재단이 지역작가의 작품을 외면함으로써 불만이 증폭됐다”고 말하며 “재단은 대부분 세계적 작가나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황에서 지역작가들은 소외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그 이유로 전시를 주관하는 팀이 따로 있지 않고 이와 관련된 인력이 전략사업팀에 포함되어 있어 지역작가를 배려하려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며 재단 조직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향후 아람누리 지하 2층을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기를 희망했다.
조 이사는 아람누리는 고양시의 5% 내에 있는 시민들만 향유할 수 있는 고급문화 위주고 어울림누리는 일반시민들도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위주여서 문턱이 낮다고 전제한다면 어울림누리에 고양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 시민들이 희망을 주거나 역사와 관련된 공연물을 자체 기획해서 공연하되 각 동별로 순회적으로 관람하게 하고 공연료는 후원회나 지역의 유지에 의해 충당되도록 하는 방안, 그리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이 욕구를 발산시키는 장으로 어울림누리를 활용하되 역시 각 학교별로 순회공연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 이사는 또 재단 대표이사의 바람직한 상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즉 바람직한 대표이사는 예술 경영에 대한 확고한 자기철학이 정립된 사람, 고양시의 지역정서를 외면하지 않고 지역정서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 고양시 및 시의회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충분한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사람, 독단에 치우치지 않고 재단직원들의 전문성이 충분히 발현되도록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 그리고 재단운영의 어떤 결과나 잘못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이사 역시 시와 의회의 재단에 대한 간섭을 지적했다. 조 이사는 문화와 예술은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지 간섭의 대상이 아니라며 문화와 예술과 관련한 집단 고유의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고양문화재단은 고양시민의 정신적 휴식처를 마련하는 단체인데 고양문화재단이 건강하게 운영되어야 고양시민의 정신도 건강하게 자리잡는다고 결론 내렸다.

1%보다 99%를 위한 문화정책 수립
토론4 : 김한담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위원

▲ 김한담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위원) / 사진 한진수 팀장
본지 문화예술 전문기자이자 한국문화정책연구소 김한담 위원은 재단이 공연장 운영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재단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능 때문이라는 것, 이 2가지를 고양문화재단과 관련한 통념이라 지적하며 이 통념을 걷어내야만 재단의 역할이 바로 정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고양문화재단이 공연장 운영만을 목적으로 설립됐다면 고양시 산하의 시설관리공단 안에 공연기획팀과 운영팀을 두고 공연장을 운영해도 무방하고 공연장을 통해 흑자를 내야 한다는 통념이 목전의 과제라면 차라리 SBS, 또는 MBC 방송사에 팔아버리거나 시설관리공단이 직접 운영하면서 1년 열두 달을 대관으로 메우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라며 2가지 통념의 허구성를 지적했다.

김 위원은 재단이 진정 필요한 이유로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확대와 문화자치의 확립에 복무한다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라며 재단이 소수 1%의 마음을 사로잡는 활동보다 99%의 고양시민을 적극적인 문화예술 참여자, 향유자로 이끌어 내는 일에 더 큰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열렬한 지지를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1103개의 문화예술 클럽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성남문화재단의 예를 들며 고양문화재단도 각종 예술단체모임들을 조사하여 이를 기반으로 고양시의 문화정책 수립에 기여하며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발표 욕구를 수렴한다면 고양시의 문화환경이 더욱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시와 시의회의 재단에 대한 지나친 간섭 역시 비판했다. 시는 문화정책을 생산하는 역할을 재단에 맡기고 재단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고양시의 문화예술 정책수립과 집행부문까지도 재단이 담당할 수 있도록 역할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재단에 대한 시나 의회의 질책 방향도 재정 자립도를 겨냥하기보다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시민과의 결합정도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또 시의 문화단체 지원예산 확보방안에 대해서도 사회단체보조금이라는 일률적인 형식을 벗어나 시 예산으로 기금을 적립하여 기금 이자를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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