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백석동 흰돌 도당제 봉행 … 신도시 속 ‘전통문화’

▲ /사진 한진수 팀장

“예전에는 제를 지낼 날짜가 정해지면 마을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했지. 외지인이 들어오지도 못했고 마을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어. 부정탈까봐. 그래서 일을 보러 마을에 들어왔던 외지인도 제가 끝날 때까지는 발이 묶이곤 했지. 저렇게 좋은 옷을 입고 제를 지내지는 못했지만 더 경건했어. 그래서 젊은 사람은 얼씬도 못했지.”

지난 14일 백석동에 위치한 희돌보존지구에서 봉행된 ‘무자년 백석동 흰돌 도당제’에 참석한 강갑순(73) 할머니가 전해준 옛날 흰돌 도당제 이야기다. 신도시에서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흰돌 도당제’는 이렇듯 원주민에게는 향수를, 그리고 신도시 주민에게는 전통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자리 중 하나다.
화창한 날씨 속에 치러진 이날 도당제에는 주민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황토뿌리기를 시작으로 흰돌닦기, 도당할머니 모시기 등이 거행됐으며 이어 박성립 고양 흰돌보전위원회위원장이 초헌례를, 백석동 노인회장이 아헌례를, 그리고 이공수 백석동 주민자치위원장이 종헌례를 각각 올렸다.

사회를 맡은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은 “고양에서 유일하게 바위에 제를 올리고 있는 흰돌 도당제는 무당없이 제를 치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라며 “마을 앞으로 흐르던 백석천을 오가는 배가 뒤집히지 않고 또 마을에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성격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날 도당제에는 백석1,2동 부녀회와 통장단이 탕 세 가지, 적, 생선, 부침개 등의 제음식을 사흘동안 준비해 마련했다. 신도시 입주와 함께 백석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안지 총무는 “주민 대부분이 토박이는 아니지만, 모두 전통문화 계승의 소중함을 공감하며 즐겁게 음식을 장만하고 제를 준비했다”고 말해 갈수록 잊혀져 가는 지역 전통문화에 대한 신도시 주민들의 ‘소중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한편 제를 올리는 흰돌은 어밋돌과 자식돌 두 개가 있는데, 예로부터 어밋돌은 득남이나 득녀 등 자녀의 출생을 기원하고, 자식돌에게는 자녀의 학업을 잘하도록 기원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돌의 영험함을 믿고 소원을 비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원주민 어르신들 중에는 여전히 흰돌을 찾아 소원을 빌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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