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미보험, 예비비 지출까지

불가피하게 긴급한 용도로 써야할 세금(예비비)이 엉뚱하게도 시장의 전용 자가용을 교체하는데 쓰이고 관용차가 사고를 냈음에도 서둘러 사고처리가 종결돼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몇 달 전 시장 전용 관용차가 바뀌었다. 대부분의 시청 공무원들도 시장 전용차가 45-1000번에서 46-7000번으로 바뀐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고장이 잦았거나 차량이 오래돼 노후해서도 아니다. 시장 운전사가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부랴부랴 차량을 폐차시킨 것.

지난 해 8월 15일 새벽 3시경 시장 운전기사인 이 모씨는 혈중 알콜농도 0.156의 만취상태에서 시장 전용차인 그랜저를 몰다 풍동 백마교 부근에서 시설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씨는 음주운전으로 형사입건되고 벌금을 무는 선에서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사고차량은 사고당일 곧바로 장항동의 모 폐차장에서 폐기처분돼 사고를 서둘러 마무리해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문제는 보험사에 알아본 결과 당시 사고차량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 관용차인 경기45○1000 차는 지난 해 2월 12일까지 D화재에 가입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어느 보험사에도 가입을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이 아니고 정상적인 운행중에 사고가 났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

또한 고양시가 같은 기종의 새 차를 구입하기 위해 3천여만원의 돈을 예비비에서 지출했다. 고양시는 사고 다음달인 9월 10일 새차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79회 고양시의회 행정감사장에서 시의원들은 단체장 예비비의 임의 지출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었다.
그러나 시청 회계과 담당직원은 “원래 예비비란 그런데 쓰라고 있는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사고를 낸 이 모씨는 사고 직후 면직됐지만 지난 11월 고양시 모 사업소에 특채돼 다시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 사업소 담당 공무원은 고양시청 관계자로부터 추천을 받아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임용했다고 했지만 몇 시간 후 자신이 직접 추천해 상용직으로 고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사고처리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시민의 세금으로 사고처리 해 놓고 누구 전용차라고 그렇게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느냐’는 것. 시청의 한 공무원은 “관용차가 모자라 자가용 끌고 출장 나가는 판에 아직도 멀쩡한 시의장차 바꾸자고 하더니 소리소문없이 사고난 시장차 새로 하는데 1년치 봉급을 훨씬 넘는 돈이 나갔다는 말에 허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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