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고양시 한우 농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1일 방문한 전국한우협회 고양시지부 사무실에는 한숨이 가득했다. 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유완식 지부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양신문도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아마 이번 사태로 고양 한우 농가도 절반 이상 줄어들 것입니다.”일산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고양시는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됐다. 하지만 축산은 고양시의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고양 시민들로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1960년대 고양시는 전체인구대비 농가수가 70%에 달하고, 2,000천여 농가가 한우를 키우는 농업 지역이었다. 현재는 120가구에서 4,800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고양 한우농가 절반이상 줄어들 것”고양시는 1960년 대 가구당 한우 사육수가 1.02마리였던 것이 2002년에는 34.9마리로 증가하는 등 한우사육 가구의 규모화 내지는 기업화되고 있다. 농민들 사이에서 수입 개방화에 대한 우려가 일면서 규모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전면 개방이 눈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특히 소규모 농가들의 경쟁력이 염려되고 있는 것이다.수입 쇠고기 개방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우 가격은 곧바로 폭락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덕 연구위원은 “미국산 수입 재개로 올해 쇠고기 수입량이 지난해(20만3,000톤)보다 40%(8만톤) 더 들어올 경우 산지 한우 암소 가격은 14.2%, 수소 가격은 11.4%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측은 수입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고양 농민들 사이에서는 20%까지도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지부장은 “전면 개방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제 그만 한우를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회원들의 전화가 잇따랐습니다. 막내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이 녀석이 뉴스를 보더니 우리도 소를 팔아야 하냐고 묻더군요. 어린것이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그런 소리를 했겠습니까?”유완식 지부장과 한 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지부 사무국에서는 전국 한우협회의 연락을 전해왔다. 협회 차원에서 규탄 성명이 발표되고 총 궐기 대회에 참석해 달라는 업무 요청이었다. 그는 안경을 집어들고 수신된 공문을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유지부장은 이야기 중 자신이 키우는 한우들을 보여주겠다며 나섰다. 그의 농장에서는 100마리 이상의 한우들이 이번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평화롭게 여물을 먹고 있었다. “한우 농가에서는 강아지보다 이 한우가 더 귀여움을 받습니다. 농민이라면 누구나 이 비슷비슷해 보이는 한우들을 다른 농장의 소와 섞여 있어도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애정과 열정으로 키워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허탈하네요.”그는 자신이 키우는 한우를 바라보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또 “유통의 투명화만 갖춰져 있어도 이렇게 답답하진 않습니다. 지금은 한우가 제대로 팔릴 수 없는 마치 규칙이 없는 경쟁을 하고 있는 기분입니다”라며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불만을 나타냈다.경쟁력 키우겠다며 무리한 대출, 이제는 빚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한우를 키우는 농민 한 명이 지부 사무실을 찾았다. 이 농민은 “다들 소 팔겠다고 난리예요. 평소에는 거래되는 소가 10두 미만인데, 개방 소식이 발표된 다음부터 5일 만에 80두 까지 늘었어요. 더 떨어지기 전에 애들 대학 등록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들이예요” 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사 확장하겠다고 대출 받아서 빚이 1~2억씩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 가격이 낮아지면 이들은 당장의 대출금 갚기도 막막해진거죠”라고 말했다.그러나 지금은 제 값 받고 소를 팔기도 어렵다. 송아지를 200만원대에 입식해 30개월 먹이는데 250만원가량의 사료값이 들어간다. 600㎏짜리 소 값은 최근 440만~45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축사관리비, 가축진료비, 약품비 등을 고려하면 500만원을 받아야 본전인데 지금의 거래가는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은 축산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이어가다가 뉴스를 본다며 TV를 켰다.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이 농민들의 가슴을 애태울지 걱정하면서도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박스1]TMF 사료 고양 행주한우 지킨다기존 사료의 절반 값…가격 경쟁력 우위 보장한우 농가들의 고민 중에 하나는 사료 값이 폭등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을 넘보는 수입 쇠고기에 맞서기에 높은 가격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이런 점에서 고양에서 생산되는 ‘고양 행주한우’가 사용하는 TMF 발효사료가 수입 쇠고기 에 맞설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초, 볏짚 등을 발효시킨 이 사료는 한우 생산비를 25%까지 절감시킬 수 있다.특히 일반농가에서 조사료와 농후사료를 사용하면서 수입산 원료를 86%, 75% 가량 사용하는 것과 달리 고양한우는 조사료와 농후사료를 사용하면서 국내산 원료를 85%와 45%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사용된 TMF 사료는 기존의 사료와 달리 기후의 영향을 덜 받고 고기의 육질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고양 행주 한우는 지난해 경기도 G마크를 획득하면서 그 품질을 더욱 보장 받았다.고양 행주한우는 또 생산, 도축, 가공, 유통과정의 각 단계별 정보를 기록, 관리하는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다.박스 2] 미국산 쇠고기 먹어도 안전할까?미국서 광우병 발생해도 수입중단 불능 조항 등 우려이번 수입 결정에서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쇠고기 수입조건은 일단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뒤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은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없게 돼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또 미국이 제출하는 ‘수출검역증명서’에 등뼈가 포함된 T-본 스테이크 등을 제외하면 소의 나이를 표시하지 않도록 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이에 대해 의료 및 보건 관련 시민단체들은 지난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수입 결정조치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의 갈비뼈가 수입될 경우 미국의 안전하지 못한 도축과정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인 배근신경절이나 등뼈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누차 확인됐다. 연령 제한마저 해제한 것은 지금까지 99%이상의 광우병이 30개월 령 이상의 소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볼 때 명백한 국민생명의 포기행위”라고 지적했다.이와 관련 정부는 “미국 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은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도축 과정에서 감염된 소가 걸러지고 설사 감염된 소가 도축되더라도 광우병 우려가 있는 특정위험물질이 제거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하지만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한 점 등이 여전히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