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출신으로 국내 미술계 벽 허물어

예술인 탐방 2 - 추상화가 윤봉윤 화백 치과의사출신으로 국내 미술계 벽 허물어사진 - 자우 서양화가, 치과의사, 역학 서적을 쓴 저술가, 재즈밴드의 일원.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독립된 네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사람이 있다. 추상미술화가이자 토당동에서‘장윤치과’를 경영하는 윤봉윤 화백(53)이다. 윤 화백은 중학교 시절 전국미술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을 정도로 미술적 재능을 가졌고 당연하게 화가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대학입학 무렵 이 재능으로만 밥을 먹고 살기는 어렵다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며 화가에 대한 꿈을 유예시킨다. 아버지가 전기 기술자로 중하류층에 속했던 집안형편은 그로 하여금 치과의사라는 안정된 진로를 선택하게 한다. 서울대 치대에 진학하면서 억눌렸던 꿈은 정필훈(현 서울치대 학장)씨 등과 함께 미술동아리 ‘상미촌’을 만들어 동호회 차원의 작품활동을 계속함으로써 이어간다. “내일이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나는 미술을 그렸습니다. 학교 성적은 겨우 F학점을 면하던 수준이었죠. 치과의사는 밥을 먹기 위해 선택한 현실적 진로이지만 미술은 나한테 전생애를 걸고 온 몸으로 밀고 갈 수행과정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졸업후 미대 출신으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내 미술계에서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던 날이 이어졌다. “국내 겔리리가 요구하는 실력, 명성, 장르에 부합되어야 그림을 걸 수 있었습니다. 미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미술계가 쌓은 벽에 부딪힌거죠. 국내 어디에서도 그림을 걸 수 없었습니다. 화가로서 절망적인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윤 화백은 우연한 기회에 198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협회가 주관한 세계공모전에서 동양화 부문 장려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자우(Zawoo)’라는 예명으로 미국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어 프랑스, 영국 , 스위스에서도 초대전을 가졌다. 또 미국 뉴욕 맨해튼 소호지역 의 유명화랑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는가 하면 미국 미술잡지 ‘아티스트 스펙트럼’에 작품이 높이 평가받는 등 추상화가로서 명성을 쌓아간다. “내가 인정하는 성공한 그림이 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추상화를 그리는 과정은 신과 교섭하는 과정으로 온갖 희열과 고통이 수반됩니다. 평상시의 제 정신으로는 추상화를 그리지 못합니다. 추상화를 위해 화폭에 붓으로 한 번을 긋기란 목숨을 내놓고 하는 작업입니다.”윤 화백은 초자연적인 신과 교감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2004년에 발간한 도서 ‘7일만에 완성하는 주역사주’등의 역학이나 천문학에 대한 저술활동도, 재즈 피아노 등 음악에 대한 탐닉도, 추상예술을 위한 철학적 기반과 소양을 쌓기 위한 일환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국내에서 그림을 걸 수 없었던 윤화백은 작년 11월에야 서울 삼청동 ‘Lee C 갤러리’에서 국내전을 펼칠 수 있었다. 어릴 때 가졌던 꿈이 미국 등 해외에서 발현되고 인정받은 한참 후에야 국내에서 꽃피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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