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산’ 인기에 성송연 묘 찾아 북적

▲ /사진 한진수 부장

추천! 주말나들이 ②서삼릉

자녀를 데리고 주말에 왕릉을 찾는다면? 놀이동산에 가자고 했을 때처럼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를 리는 없지만, 약간의 사전정보만 가지고 간다면 비싼 돈 들여가며 자녀를 역사기행에 보낼 필요도 없고, 생동감 있는 역사교육이 가능한 주말 가족나들이 코스가 된다.
사적 제200호인 서삼릉도 그렇다. 서삼릉은 희릉, 효릉, 예릉 등 왕릉이 세 개 있다하여 이름이 ‘서삼릉’이다. 그런데 서삼릉은 알고 보면 조선왕조의 시작과 끝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조선조 최대의 능역이라 할 수 있다. 우연히 서삼릉을 찾았던 사람이라면 지금의 작아진 규모를 떠올리며 ‘설마’하겠지만 사실이다. 세종대왕 등 조선조 왕들의 태를 묻어 둔 ‘태실’(옛날 왕가(王家)에 출산이 있을 때 그 출생아의 태(胎)를 봉안하고 표석을 세운 곳)과 세자 왕자 공주 후궁들의 묘까지 한데 모여있기 때문이다.

원래 왕릉에는 세자 왕자 공주 후궁들의 묘가 들어설 수 없다. 그런데 일제시대, 왕실의 무덤을 집중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왕실의 무덤을 모아놓게 됐다. 그러나 사실 그 속내는 왕릉을 공동무덤으로 변형시켜 왕실의 품격과 존엄을 낮추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제의 의도는 태실(胎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옛날 왕가에서는 왕손이 태어나면 그의 태를 흐르는 물에 100번을 씻어 정성스레 말려 전국의 명당자리를 찾아 고운 백자 항아리에 넣어 묻었다고 한다. 그러다 왕자가 임금의 자리에 오르면 태실비를 정비하고 단장하여 관리를 했다. 그런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이러한 태실을 일제시대에 한 곳에 모아 나란히 줄을 세워놓았다. 서삼릉 태실을 가 본 이들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우리 왕가의 위엄과 정신을 말살하려는 것이 보일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역사의 산교육 현장으로 자리해야 할 이러한 유적들이 비공개지역에 있다는 것. 당초 100만 여 평에 이르던 광활한 서삼릉은 1960년대 농업육성 정책에 따라 축협 목장과 농협대 등이 들어서면서 7만여 평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비공개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서삼릉관리소에 공문으로 방문요청을 하면 가족단위라 하더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재 상시 개방된 곳은 아이 걸음으로도 30분이면 족할 만큼 좁아졌다. 입구에 서면 세 갈래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로 들어서면 사도세자의 제1자였으나 3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의소세손의 묘인 의령원, 정조와 의빈성씨(성송연)의 아들이었으나 5세에 사망한 문효세자의 묘인 효창원이 있다. 가운데 길로는 철종과 그의 비 철인왕후 김씨의 능인 예릉이 있다. ‘강화도령’이라 불리던 철종은 어린 시절 강화도로 유배를 갔다 왕이 되기 위한 제왕학을 전혀 배우지 못한 채 대왕대비의 선택에 의해 왕으로 옹립돼 세도정치에 휘둘리다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승하한 비운의 왕이기도 하다. 또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능이 있다. 장경왕후 윤씨는 세자 인종을 낳았으나 산후병으로 승하했다.

최근 서삼릉을 찾는 사람이 늘었단다. 드라마 ‘이산’의 여주인공인 정조대왕의 후궁 의빈 성씨‘성송연’의 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곳은 인종과 그의 비 인성왕후 박씨의 능인 효릉, 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의 묘인 소경원과 함께 비공개 구역에 있다.
공개된 곳이 이렇듯 달랑 세 군데이다 보니 다른 왕릉에 비해 싱거울 수도 있으나, 반나절 코스로는 괜찮다. 특히 왕릉 전체에 걸친 울창한 소나무 숲길에서는 솔향기도 솔솔 풍겨나, 아이들 손을 잡고 거닐며 이런 저런 조선왕조의 이야기를 부담없이 들려주기엔 그만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현재 서삼릉에는 4명의 문화해설사들이 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예약제로 운영되지만 미쳐 예약을 못했다 하더라도 예약된 시간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서삼릉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만큼 인심이 넉넉하다.
서삼릉에서는 전 구역 금연이며 애완동물이나 공이나 배드민턴 등의 운동기구, 인라인과 퀵보드, 자전거 등의 바퀴기구 등이 전면 금지돼 있으니 유념하길. 또한 음수대를 제외하고는 매점이 없다는 것도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관람안내
입장시간 하절기(3월∼9월) 09:00∼17:30 | 동절기(11월∼2월) 09:00∼16:30 | 휴일 매주 월요일 | 관람요금 대인 1000원, 단체(20인 이상) 800원, 소인(7세∼18세) 500원, 소인단체(10인 이상) 400원 | 교통안내 지하철 3호선 삼송역 5번출구에서 마을버스 1번 | 문의 962-6009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