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만나... 관계에 의지
덕분에 지역주민들의 안정적인 지지를 얻어 98년 지방의원에 무투표 당선됐다. 어려움은 당선 이후부터 시작됐다. 대표적 신도시인 호수마을이 자리한 장항2동에서 출마한 이 의원이 아직도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토박이 마을인 장항1동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했던 것.
“처음엔 마을 행사에도 부르지 않더군요. 찾아가도 외면 당하기 일쑤고.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일하면 언제든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에 백신마을이나 외곽지역을 더 많이 챙기고 돌아다녔습니다.”
이제는 작은 마을행사마다 이 의원이 안 오면 시작을 늦출 만큼 ‘인기’가 좋아졌다. 신도시 이주민이지만 철저하게 토박이 문화에 적응하고 머리를 숙였기에 가능했던 일.
이처럼 같은 고양시, 한 동안에서도 옛 도시와 새 사람간의 갈등은 미묘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의 묶음에서 그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마라톤 모임, 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 모임처럼 주제별로 필요가 먼저인 모임은 이사온 일산 신도시 사람들이 만들고 모여든다. 모임을 통해 알게 되고 주 관심은 운동, 건강, 생활, 문화.
고양시에 수대를 살아온 토박이들의 모임은 그 이름에 체육, 예술, 문화가 들어가더라도 관계가 우선 되는 경향이 강하다. 관심사보다는 성원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덕분에 모임에 힘을 받는 건 토박이들의 모임.
이해가 다르고 목적이 달라지면 금방 성원이 줄어들고 힘이 빠지는 신도시 사람들의 모임과는 달리 끈끈한 인연을 중시하는 모임에는 사소한 갈등은 오히려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장단점이 있다. 좋은 점들이 만나면 고양시의 엄청난 원동력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