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로 빠졌던 돈 돌아오고, 대출 사고 단 한 건도 없어
인물포커스 - 나상호 일산신협 이사장
72년 후동에서 23명, 2700원으로 시작
조합원 1만4천 명 가진 막강한 휴먼뱅크로

일산신협은 고양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이다. 1972년 일산12리, 후동(현재 후곡마을)주민들이 빈곤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한 ‘경제 품앗이’가 바로 신협이었다. 최초의 조합원은 23명, 첫 출자금은 2700원 이었다. 37년이 지난 지금 일산신협의 조합원은 14,300명으로, 출자금은 80억 원으로 늘었다. 고양시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 모두 거래가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예상고객이라는 막강한 자원이다. 일산신협은 전국 1000여 개의 지역 신협 중 10위권에 들어가는 우량 신협이다. 작은 시골동네에서 시작한 경제품앗이가 대자본과 경쟁하며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3년 연속 경영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상호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 신협의 운영원리는
한마디로 조합원들의 공동체다. 조합원들이 주인이고 조합원이 되어야만 거래를 할 수 있다. 조합원의 자격은 따로 없다, 신협의 뜻에 동의하고 거래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은행과 다른 점은 최초 거래를 할 때 3만원 이상 출자해 조합원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합원 상호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가 기본이다.
▲ 신용을 기반으로 한 거래는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가
신용을 증빙할 수 있으면 담보 없이도 대출이 가능했다. 특히 2천만원 미만 대출의 경우 그랬다. 그러나 금융상품의 안정성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면서 신용대출은 크게 줄었다. 이제 제1금융권과 대출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 조합원 환원사업, 지역 환원사업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해 신협 조합원만이 누릴 수 있는 자긍심을 높여가고 있다. 은행 거래자는 손님이지만 신협 거래자는 주인이다. 차 한 잔이라도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도록, 주인처럼 모시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 미국 금융시장 대혼란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신협은 어떤가
최근 몇 년간 펀드 상품이 각광 받으면서 적지 않은 돈이 제1금융권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펀드 상품으로 손해를 보는 사례가 생기면서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다시 신협을 찾고 있다. 신협과 같은 제2금융권은 오히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일산신협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120억 이상의 자금이 유치됐다. 계속 증가하리라고 본다.
▲ 이사장이 되신 후 3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하셨는데, 성공의 요인을 꼽으신다면
이사장이 된 후 가장 먼저 손을 댄 일은 위험요소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부실위험이 있는 대출은 모두 정리했다. 당장 수익은 줄었지만 큰 손실을 막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3년 동안 대출사고 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하나 주력한 일은 정도경영이다. 인사의 경우 종합적인 평가 기준을 정해 공평하게 적용했고 대출은 이사장의 입장을 배제하고 실무 책임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넘겼다.
▲ 일산신협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신협의 궁극적 목표는 복지사회 건설이다. 원대한 꿈을 향해 정진하면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싶다. 신협 전 직원은 한 달에 2번 자원봉사를 한다. 경제적 나눔만큼 정신적 나눔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결식아동과 독거 노인도 돕고 있다. 이 일들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신협이 좋은 점 몇 가지만 꼽아 달라
신협 등 제2금융권은 200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표발행, 전자거래 등 시중은행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감세 상품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또 보험상품의 경우 지급보증능력이 500%에 달한다. 보험사(150%)의 경우 영업자들의 수당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지만 신협보험, 공제상품은 신협 직원들이 직접 담당한다. 성장은 더뎌도 안전은 최고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시중은행의 달리 신협의 이윤은 조합원과 지역사회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감세 혜택 받고 안전하게 거래하고…. 이 거래의 결과가 공익을 위해 환원된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