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들을 위한 요리강좌 첫 선

“쑥갓은 익으면 더 파래져요… 소금은 반 스푼만 넣으세요…”
된장찌개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조리사의 설명에 할아버지들은 그저 진지하다. 어떤 할아버지는 메모지에 깨알같은 글씨로 그 내용들을 모두 받아 적었고, 어떤 할아버지는 조리사의 동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맛은 장담할 수 없지만 열정만큼은 전문요리사 부럽지 않다.
평생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할아버지들이 앞치마를 둘렀다.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할아버지들만’을 위한 ‘예그린 요리교실’이 진행한다. 할아버지들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에는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편찮으신 경우, 그리고 금실 좋은 할아버지도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은 칠순을 훌쩍 넘기신 나이다.
지난 8월에 개강, 현재는 1기생 수료가 끝나고 2기생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할아버지들만을 위한 요리교실로는 ‘예그린 요리교실’이 전국 최초. 특히 신선한 재료와 천연조미료로만 만들기 때문에 어르신들 건강에도 그만이다.
박은숙 담당영양사는 “참여하시는 대부분의 할아버지가 처음 요리를 해보는 경우”라며 “지팡이에 의지해 복지관까지 오시는 어르신도 요리 시간만큼은 열성적”이라고 말했다. 서툰 칼솜씨지만 정성껏 파를 썰던 박희철(문촌마을) 할아버지는 “평생 집사람이 음식을 만들어주며 고생했는데, 이제는 내가 해야지”라며 미소지었다. 또 황수석(대화동) 할아버지는 “이런 일상적인 음식을 좀 배우고 나면 앞으로는 해물탕, 황태찜 같은 요리도 배워보고 싶어”라며 “집에 놀러온 손주들에게 요리를 해 줘야지”라며 설레어 했다.
조리사의 지시대로 음식을 만들고 한 술 떠 본 한 어르신이 “허허, 그렇게 하니 간이 맛네!”하며 신기해했다. 손수 만든 음식에 복지관에서 주는 공기밥으로 저녁까지 해결하고 가시는 어르신. 시식하고 남은 정갈한 음식을 “아내 갖다 줘야지 ”하며 싸 가시는 어르신….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황혼의 삶에 잔잔한 재미 하나를 더 얻은 기쁨이 깃들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