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허술로 아이들 오락용 전락

지난 99년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고양시의회에 지급된 12대의 휴대용 컴퓨터(노트북)가 관리 허술과 의원들의 인식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아이들의 오락용으로 전락하는 등 방치되고 있어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9년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에 꼭 필요하다는 취지로 당시 가격으로도로 2백여만원 가까이 하는 586급 노트북 컴퓨터 12대가 시의회 의원들에게 배정됐다. 의회 사무국은 이 노트북을 3개 상임위원회별로 각각 4대씩 지급해 필요로 하는 의원들이 자유롭게 빌려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몇몇 젊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컴퓨터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의원들은 단 한차례도 대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점은 모 상임위에서는 의원들이 컴퓨터를 배운다는 구실로 빌려가고는 몇 년이 지나도록 반납조차 하고 있지 않아 다른 의원들이 사용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A의원은 “일부 의원은 필요하지도 않은 노트북을 가져가서는 아이들 오락용으로 쓰고 있다”고 동료 의원들을 비난.

이에 대해 의회사무국 담당직원은 “대여기간이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1개월에서 2개월 가량 사용하고 반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직원은 ‘의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노트북 대출대장’ 공개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이 같은 노트북의 개인의 독점적인 사용에 대해 사회산업위원회의 한 의원은 “의원 사무실내에 컴퓨터(데스크탑)가 1대 뿐이어서 의정활동을 위해 노트북이 꼭 필요했다”며 “애초에는 의원 사무실이나 회의장에서 의원들간에 자유롭게 공유해 사용하려고 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의회사무국이 분실을 우려해 아예 의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지급하면서 몇몇 의원들에게 ‘사용권’이 돌아가게 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

시의회 집기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초기에 노트북을 지급받고 한번도 반납해본 적이 없는 H의원은 “반납해야 되는 줄 몰랐다”며 자신의 물건으로 착각하기도. 또 다른 B의원은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집에 놓고 쓰고 있다며 언제 빌려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고양시의회의 많은 시의원들은 가장 기초적인 문서작업조차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의원은 몇차례 노트북을 빌려가 집에 둔 적은 있지만 가족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컴퓨터 사용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이 나이에 컴퓨터는 무슨…”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D의원은 의원들의 디지털 마인드가 부족했다면 사전에 일정정도 교육을 실시하고 사용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의회 사무국은 현재 총 12대의 노트북 중 8대가 대출중이다. 젊은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사회산업위원회는 4대 모두가 사용중이고 자치행정위와 도시건설위는 2대씩 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양시의회 자산인 노트북 12대의 행방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의 정보공개 거부로 정확한 행방을 확인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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